[청년층에 무슨일이]청년들 왜 고달프나?…소득 적은데, 주거비 '허덕'
청년 부채 3년새 61% 늘었는데 소득은 3.8% 감소
청년 실업률은 '사상 최고'…주거비 부담에 '등골'
월세 내고, 교통비에 식비 빼면 저축할 돈도 없어
【서울=뉴시스】조현아 기자 = 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는 A(26)씨는 지방에서 올라와 학교 근처에 방을 얻었다. 매달 55만원씩 월세를 내야 하는데 부모님에게 전부 손을 벌리기 어려운 상황이라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지만 생활비 충당이 빠듯하다. 한 달에 5~6만원씩 나오는 핸드폰 요금도 연체하기 일쑤다. A씨는 "내년부터 본격적인 취업 준비를 하게 되면 나갈 돈이 더 많을 텐데 정말 빚이라도 내야 하나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다.
대학 졸업 후 프리랜서로 디자인 일을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B(27)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지금은 경기도에 계시는 부모님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취업에 성공하고, 서울에 혼자 나가 살면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급여 수준이 한 달에 200만원 남짓인데, 월세 비용에 50~60만원, 관리비와 교통비, 핸드폰 요금 등 고정 비용에 30~40만원 정도를 써야 하니 실제로 손에 쥐는 돈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B씨는 "정작 벌 수 있는 돈이 크지 않은데, 취업을 해도 걱정"이라며 "잠을 포기하든지 무언가 포기를 해야 할 것 같다. 다들 그렇게 살지 않느냐"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냈다.
청년들의 주머니 사정이 넉넉할리는 없겠지만 과거와 달리 취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요즘 청년들의 삶은 더 녹록지가 않다. 취업만 하면 금방 돈을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옛날에나 통하는 말이 돼버렸다.
실제 청년들의 빚이 급속도로 불어나는 동안 소득은 늘어나기는 커녕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31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30세 미만 가구주의 경상소득은 지난 2014년(발표년도 1년 전 기준) 연 3407만원에서 2017년 3279만원으로 3년새 128만원(3.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청년 부채가 904만원(61%) 급증한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소득이 줄어든 원인은 최근 실업률이 늘고 있는 점에서 가늠해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청년 실업률은 9.2%로 지난 1999년 11월(8.8%) 이후 18년 만(매년 같은달 기준)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저임금의 비정규직 일자리만 늘고, 제대로된 일자리는 문이 좁다 보니 청년층의 소득 수준이 나아질리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주거비 부담은 만만치가 않다. 부동산 정보 애플리케이션(앱) '다방'이 지난 8월 조사한 결과 서울 대학가 원룸의 평균 월세는 49만원, 보증금은 1378만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2.52%, 19% 증가했다. 통계청 조사 결과에서도 올해 3월말 기준 담보대출을 받은 30세 미만 가구주 가운데 전·월세 보증금 등 주거비 마련을 위해 빚을 낸 비중은 37%로 압도적이었다. 당장 주거비와 생활비 등을 써야 하는데 소득이 뒷받쳐주지 못하니 빚을 내는 청년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학자금 대출을 받은 청년이라면 어렵게 취업을 했더라도 삶이 팍팍할 수 밖에 없다. 신한은행이 최근 전국 만 20~64세 금융소비자 2만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대출을 보유한 사회 초년생(경력 3년 이하)은 한 달에 평균 61만원을 빚 갚는 데에 썼다. 대출을 모두 갚는 데에는 평균 4년 이상 걸렸다.
결국 빈곤한 청년들의 삶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질 좋은 일자리 확대와 금융지원 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청년 부채를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그동안 '빚으로 해결하면 된다는 식'의 정책 등으로 청년들이 더 쉽게 빚을 안게 된 측면도 있다는 지적에서다.
내지갑연구소 한영섭 소장은 "대출받아 학교도 다니고, 창업도 하고 모든 것을 빚으로 해결하라는 그동안의 정책 기조 때문에 청년들이 빚을 과도하게 안는 경우가 있었다"며 "청년들이 돈을 헤프게 써서 부채를 늘린 것 아니냐는 인식을 보내기 보다는 부채를 경감하고 제대로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