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세대'가 이끄는 P2P금융…개성도 각양각색
젊은 CEO, 개성 살려 P2P 창업 뛰어들어
디자이너부터 경매전문가까지 이색 경력
8월 P2P금융법 시행으로 제도권 눈 앞에
[서울=뉴시스]사진은 왼쪽 윗줄부터 시계방향으로 어니스트 서상훈 대표, 넥펀 이원근 대표, 8퍼센트 이효진 대표, 테라펀딩 양태영 대표, 피플펀드 김대윤 대표, 렌딧 김성준 대표 (사진=각 업체 제공)
'밀레니얼 세대'는 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을 말한다. 물질적 풍요 속에서 자라나 누구보다 소비 욕구가 높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위축된 경제 환경에서 사회에 진출했다. 스마트 기기에 익숙하고,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며, 개성을 극대화하는 소비를 선호하는 점 등이 특징이다.
◇90년생이 온다…열정과 철학은 나이·성별 불문
가장 어린 창업자는 1990년생 서상훈(30) 어니스트펀드 대표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벤처캐피털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며 투자와 사업 기회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웠다. 이 과정에서 처음 P2P금융을 접했는데, 평범한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금융의 선순환 구조를 제공하는 대안이라고 믿고 2015년 2월 어니스트펀드를 창업했다. 지난 2017년에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발표한 '아시아의 영향력있는 30세 이하 리더'에 선정됐다.
어니스트펀드는 '간편 투자'를 지향한다. 시간과 발품을 많이 들이지 않아도 쉽게 수익을 내는 경험을 보다 많은 투자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부동산 건설자금, 주택담보, 중소기업, 소상공인, 동산담보 등 다양한 상품을 보유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올해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의 활성화, 자금난 해소를 위해 새로운 상품군을 개발하고 더 많은 투자와 대출 기회를 제공해나갈 예정이다.
P2P업계에서는 1974년생인 이원근(46) 넥펀 대표가 나이가 많은 축에 든다. 엄밀히 말하면 이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가 아니다. 대신 금융회사에서 긴 경력을 쌓은 뒤 제2의 안전자산으로 불리는 자동차 상품만 취급하는 금융플랫폼을 만들었다. 이 대표는 LG투자증권·LG화재, 미래에셋 지점장, HK E&C 상무이사를 거쳐 지난 2016년 넥펀 문을 열었다.
넥펀은 현재 6개 법인 중고차 매매 상사만을 대상으로 대출을 진행 중이다. 넥펀의 오토메이트는 중고자동차 매매 회전율을 고려해 기획된 중고자동차 매입자금 대출상품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제로플랜' 대책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회사 규모 확대와 기술 개발 등을 위해 투자를 유치하는 데 집중하고, 다양한 서비스 제공을 위한 제휴·프로모션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국내 첫 중금리 기업인 8퍼센트 수장은 여성이다. 포항공대 수학과 출신인 이효진(37) 8퍼센트 대표는 지난 2006년 우리은행에 입사해 기업금융, 파생상품 트레이딩 업무를 담당하다가 과장 승진을 앞두고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중금리 대출이 익숙하지 않던 시기인 2014년 11월 8퍼센트를 창업했다. 회사명은 '신용등급 4~6등급도 8~10%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았다.
8퍼센트는 중금리 영역에서 확보한 데이터를 활용해 다음달 신규 개인신용대출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서울특별시가 지원하는 국내 최대 핀테크랩 최대 입주사로 선정되면서 본사를 여의도로 이전했다. 현재 토스, 뱅크샐러드 등 핀테크 기업을 포함해 다수 금융기관과의 제휴를 확장하고 있다.
◇디자이너부터 경매 투자가까지 특이 이력
개인신용대출 상품만 취급하는 렌딧의 김성준(35) 대표는 디자이너 출신 핀테크 창업자라는 이력을 갖고 있다. 카이스트에서 산업디자인을, 미국 스탠포드대 대학원 기계공학과에서 제품디자인을 전공했다. 미국 대학원생 시절 온라인 패션커머스 사업 '스타일세일즈'를 창업했는데, 국내에서 3000만원의 사업자금도 대출받기 어려운 사실을 알고 놀랐다고 한다. 김 대표가 5년간 미국에서 생활해 국내 신용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한국에서 빅데이터 분석 기반의 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해 중금리대출이 필요한 개인 대출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렌딧을 창업하게 됐다. 김 대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산하 마켓플레이스금융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맡아 지난해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법이 통과되는 데 기여했다. 8월 법시행을 앞두고 법정협회를 준비하고 있다.
피플펀드 김대윤(39) 대표는 글로벌 전략컨설팅사 베인엔컴퍼니의 서울·보스턴 오피스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한 이력이 창업에 도움이 됐다. 저축은행이 줄도산하던 시기 국내 저축은행 인수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매각 실사 과정에서 우량한 신용을 보유한 고객이 많은 데도 25%가 넘는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는 사실을 알고 의아했다고 한다.
이후 인터넷·모바일 분야에 투자하는 소프트뱅크 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투자, 사후관리하면서 P2P금융에 눈을 돌리게 됐다. 피플펀드는 개인신용, 아파트, 이커머스 선정산 투자상품 등을 취급한다. P2P업체 중 유일하게 P2P 전용 은행 개인신용대출을 제공한다. 동시에 카카오페이와 제휴해 일반 투자자 접근성을 확장했다.
부동산 전문 테라펀딩의 양태영(37) 대표는 자신의 경매 투자 경력을 살려 창업했다. 양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부동산 경매 투자를 시작해 8년간 부동산 실무 경험을 쌓았다. 경매 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법무법인에 입사해 민법·민사집행법 등 관련 법률 지식을 쌓았고, 2013년 미국에서 성장하고 있던 부동산 크라우드 펀딩 모델에 주목해 이듬해 테라핀테크를 창업했다.
테라펀딩은 국내 1호 부동산 P2P금융회사라는 자부심이 있다. 다세대, 다가구 주택 등 중소형 주택 공급 프로젝트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개인 소액 투자자들을 연결해 제도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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