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은행 노사정, '명퇴' 결론 못내려…추후 논의

"공감대는 형성…조만간 일정 조율해 재논의"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29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으로 출근하고 있다. 2020.01.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정옥주 이준호 기자 = 국책은행 '명예퇴직' 문제를 놓고 19일 노사정(勞使政)이 한 자리에 모여 해법을 모색했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IBK기업은행·KDB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3개 국책은행과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원회는 이날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문성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 주재로 간담회를 열었다. 회의에는 윤종원 기업은행장,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방문규 수출입은행장 등 국책은행 대표와 노조위원장,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관계자가 참석했다.

이번 만남은 지난해 11월 이후 두 번째다. 당초 1월 중순께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기업은행의 노사 갈등으로 인해 만남이 미뤄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는 국책은행 노사, 정부가 각자의 입장을 밝히고 의견을 청취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간담회에서 국책은행장들은 명예퇴직을 확대할 경우 임금 수준이 높은 공공기관의 신규 채용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은행별로 희망퇴직 입장과 현황을 파악해 금융위와 기재부에 전달했고 재차 희망퇴직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까지 뚜렷하게 진전된 사안은 없지만 이런 자리가 정례화 되고 있다는 자체가 고무적"이라며 "정부 측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었지만 회의는 은행과 노조의 이야기를 듣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선에서 마무리 됐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이종철 기자  =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이동걸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이날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명예퇴직을 확대해야 한다는)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간담회에 처음 참석한 윤종원 기업은행장은 "처음 뵙는 분들도 있고 해서 상견례를 하고 각 기관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현재 국책은행의 명예퇴직 제도는 기획재정부의 인건비 상한 규정로 인해 유명무실해진 상황이다. 이 규정에 따라 준정년 임직원은 임금피크제 기간(5년) 급여의 45%만 희망퇴직금으로 지급받을 수 있다. 이는 주요 시중은행이 퇴직 직전 월급의 36개월치를 퇴직금으로 지급하는 것과 비교해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책은행이 명예퇴직을 실시하더라도 신청자가 그리 많지 않다.

때문에 기업은행은 지난 2015년 말 실시를 마지막으로 사실상 명예퇴직 제도를 중단했고, 산업은행은 지난 2014년,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단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기업은행을 비롯한 모든 국책은행이 명예퇴직을 중단하면서 임금피크제 적용 대상자들이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임금피크제 대상자가 지난해 12월 510명에서 2020년 670명, 2021년 984명 2022년 1018명, 2023년에는 1027명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인원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유휴인력이 늘어난다는 의미나 마찬가지다. 통상 임금피크제를 선택하면 일반 업무에서 제외되고 후선 지원업무로 전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따라서 국책은행 노사는 퇴직금 현실화 등으로 명예퇴직을 활성화시켜 현업에서 배제된 고임금 직원들에 선택권을 확대, 인사 적체를 해소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서울=뉴시스】방문규 신임 한국수출입은행장이 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수출입은행 본점 강당에서 열린 '제21대 은행장 취임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수출입은행 제공) [email protected]

노조 관계자는 "사무직이 임금피크제에 들어가서 할 수 있는 직무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사측에서도 인력운영에 많은 제약을 받고 있고, 노조는 직원들을 위해 (명예퇴직 활성화를)요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책은행의 명예퇴직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다.

특히 정부는 퇴직금 산정 규정이 국책은행에만 다르게 적용하면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 관계자는 "기재부 측이 다른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국민정서 등도 감안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추후 일정을 조율해 다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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