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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채 발행 없이 재난지원금 전액 조달…사업비 깎고 기금 끌어오고

등록 2020.04.16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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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조 전액 지출 구조조정, 기금 재원으로 충당…채무비율 변동無

홍남기 "코로나19로 인한 더 큰 파고와 경제 어려움에 대비해야"

국방·SOC 등 사업비 줄이고 공무원 연가보상비 등 7천억 삭감

금리·유가 하락 변동에 5천억 절감…각종 기금서 4조원 융통해

[세종=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세종=뉴시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상세브리핑에서 발표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기재부 제공)

[세종=뉴시스] 장서우 기자 = 기획재정부는 당초 예고했던 대로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필요한 재원을 적자국채 발행 없이 마련했다. 기존에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던 사업의 규모를 깎고 기금을 활용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정부가 16일 오전 열린 제19회 임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2020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는 7조6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전액 지출 구조조정과 기금 재원 활용 등으로 조달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았기 대문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당초 41.2%에서 유지됐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날 관련 브리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경제 파급이 어느 정도의 파고로 언제까지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현 상황에선 더 큰 파고와 어려움에도 대비해야 한다"며 기정예산 조정으로 전액 충당한 근거를 설명했다.

지난해 국세 수입은 정부 계획 대비 1조3000억원 덜 걷혔는데, 이 같은 세수 결손은 2014년 이후 5년 만에 처음이었다. 경기 둔화로 기업 실적이 부진했던 탓에 법인세 수입이 7조1000억원 줄었었다. 코로나19 사태로 하방 리스크가 가중된 올해엔 작년보다 세수 불확실성이 한층 커졌다. 한 마디로 나갈 돈은 많은데 들어올 돈은 적은 상황이다. -3%대를 지켜 오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국가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는 2차 추경 편성으로 -4.3%까지 훌쩍 뛰었다.

홍 부총리는 "정부는 세출 사업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지 않을 것과 최근의 경제 변수 변화 및 예산 집행 변화를 반영할 것, 정부부터 솔선수범해 (예산을) 절감하는 노력을 반영할 것 등 3가지를 고려하고자 노력했다"고 언급했다.

◇국방·SOC 사업비 줄이고 공무원 인건비 삭감…3조6천억 절감

세출 사업의 총 삭감 규모는 3조5946억원이다.
국채 발행 없이 재난지원금 전액 조달…사업비 깎고 기금 끌어오고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줄면서 집행 자체가 어렵게 된 사업을 중심으로 사업비를 총 2조4052억원 감액했다.

국방 분야에서의 감액분이 9047억원으로 가장 컸다. 방위력 개선 사업(감시, 정찰 전력 등 미래전에 대비해 핵심 전력을 개선하는 사업)의 계약 일정 등을 변경하고, 이에 따라 연부율(사업 추진 단계별로 매년 지급하는 대금의 비율)을 조정해 7120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F-35A 스텔스 전투기 도입, 해상작전 헬기 확보, 광개토-III 이지스함 건조 등에 투입된 예산을 각각 3000억원, 2000억원, 1000억원씩 깎았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방위력 개선비 평균 증가율은 11.0%로, 2009~2017년 평균 증가율(5.3%)의 2배 수준이었다.

기동·항공 장비 정비 사업의 연부율도 조정해 720억원을 절감했다. 이밖에 행정·종교·법정 등 군 내 일반 시설 발주가 늦어짐에 따른 공사비 조정으로 967억원을 아꼈고, 창설 후 처음으로 예비군 훈련이 연기되면서 240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에선 5804억원을 깎아냈다. 철도 사업의 연차별 투자 계획을 변경해 5500억원을 줄였다. 철도 개통 일정이 조정되면서 전동차량 구입비를 조정해 103억원을 만들어냈다. 아울러 울산 신항 공사 일정을 반영해 201억원을 추가로 절감했다.

코로나19로 개발도상국의 여건이 변화되면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에도 차질이 생겼다. 정부는 대(對) 개도국 차관(-2000억원), 해외 봉사단(-360억원), 나라별 협력 사업(-141억원), 글로벌 연수(-111억원), 녹색기후기금 운영 지원(-65억원) 등 집행이 곤란한 사업을 조정해 2677억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환경 관련 사업도 2055억원 깎아냈다. 상·하수도 사업의 입찰 일정 등을 고려해 하수 처리장 등 수질 개선 시설(-1055억원), 스마트 지방 상수도 지원(-1000억원) 등에서 감액이 있었다.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4.1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해 브리핑 하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농·어업 분야에선 1693억원의 사업비 조정이 있었다. 과거 집행 실적을 고려해 농어업 재보험금 일부를 조정, 693억원을 감액했다. 보험료율 인상률 조정에 따라 양식어업재해보험 보험료 지원액을 250억원 줄였다. 연근해 어선 감척(어선을 매입 후 폐선해 척수를 줄여가는 사업) 시행 계획에 배정된 잔액 중 일부를 줄여 250억원을 마련했다. 이밖에 가거도항이나 미세먼지 저감 숲의 공사 일정이 늦춰질 것을 고려해 500억원을 깎아냈다.

산업 부문에선 그간 지속적인 투자가 이뤄졌던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사업의 규모를 500억원 감액했다. 교육 분야에선 개강 연기에 따라 방학 기간이 줄면서 대학 내 시설 공사 일정이 지연될 것을 고려해 200억원의 사업비를 줄였다.

공공 부문에서의 지출을 줄이는 노력도 더해졌다. 먼저 공무원 인건비를 6952억원 줄인다. 공무원이 주어진 연가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지급하는 돈인 연가 보상비는 전액(-3953억원) 삭감하고, 채용 시험이 늦어진 데 따른 인건비도 2999억원 줄일 수 있었다. 이외에 경찰서 등 공공 청사 신축 사업의 공사비도 1200억원만큼 감액했다.

홍 부총리는 "코로나19 사태의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공직 사회의 참여는 불가피하다"면서 "연가 보상비 감액은 공무원들이 이에 가장 효과적이고 신속하게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었다. 공무원들께서 충분히 양해해주실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사업비를 줄인 것이 경제 성장에 미칠 영향과 관련, 홍 부총리는 "일정 차질이나 집행상의 지연, 공사 계약상의 지연 등을 이유로 집행이 어려운 분야를 선정했기에 당초 의도했던 사업 목적을 훼손하진 않을 것"이라면서 "감액 조정된 사업에 대해선 지연 사유가 해소되는 대로 정상 집행을 지원할 것이며 내년 예산 편성 과정에서 우선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리·유가 변동으로 5천억 절감…자금 융통 가능한 기금서 4조 끌어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 앞서 자리에 앉고 있다. 2020.04.16. ppkjm@newsis.com

[세종=뉴시스]강종민 기자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실에서 2020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 브리핑에 앞서 자리에 앉고 있다. 2020.04.16.  [email protected]

금리 하락에 따른 국고채 이자 절감액은 2700억원이다. 정부는 올해 예산을 편성할 당시 가산금리를 포함한 신규 발행 국고채 이자율을 2.6%로 잡았었는데, 이를 2.1%로 조정했다. 이 금리를 적용하는 대상은 향후 발행할 것이 아닌 기존에 발행할, 그리고 단기간 내 발행할 국채로 한정한다.

또 최근의 유가 하락을 반영해 군 장비와 난방연료비, 해경 함정이나 경찰 차량에 드는 유류비 등을 2242억원 감액했다. 기재부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2월 말 배럴(bbl)당 67.3달러에서 올해 3월 말 23.4달러까지 낙하했다.

세출 사업 절감분 외에 정부는 기금을 활용한 방식으로 4조원의 재원을 마련했다. 일부 기금을 당초 목적과 달리 운용하도록 조정한 것이다.

기금이란 국가가 특정한 목적을 위해 자금을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 별도로 설치되는 자금을 말한다. 일반적인 예산 원칙에 구애받지 않고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기재부에 따르면 현재 사회보험성기금, 금융성기금, 계정성기금, 사업성기금 등 종류별 기금이 총 66개 운용되고 있다.

정부는 계정성기금 중 하나인 공공자금관리기금 중 12조원을 외국환평형기금에 쓰기로 당초 계획했었다. 공자기금은 모든 기금에 부족한 재원을 대주는 용도의 기금이다. 정부는 공자기금법 시행령 제6조에 따라 기금 여유 자금의 예탁을 요청할 수 있다. 최근 환율 상승(원화 가치 하락)으로 원화 자산의 투자 매력이 높아지면서 원화 자산을 확보할 필요성이 낮아졌다고 기재부는 판단했다. 이에 외평기금에 빌려주는 공자기금 규모를 12조원에서 9조8000억원으로 2조8000억원 줄였다.

이와 함께 총 1조2000억원의 기금 재원을 활용한다. 재정 여건 등을 고려했을 때 자금 융통을 조정할 수 있는 기금을 선정했다.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에서 기존에 정부가 출연한 금액 중 일반회계로 반환하는 규모를 3000억원에서 8000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또 주택도시기금과 농지관리기금 중 공공자금관리기금에 예탁하는 규모를 각각 4748억원, 2000억원씩 확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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