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지원금, 저물가 기조 속 장바구니 물가 상승 이끌었다
고기값 10% 껑충, 가구 소비 늘며 물가 상승 기여
물가 하락세 일부 막았지만 경기회복 신호는 '글쎄'
"일부 영향 있지만 아직 제한적…늦게 반영될 수도"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년 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난 것으로 알려진 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신선식품을 고르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가 104.87(2015=100)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합(0.0%)인 것으로 나타났다. 생선, 해산물, 채소, 과일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의 물가를 반영하는 신선식품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상승했다. 2020.07.01. [email protected]
[세종=뉴시스] 박영주 기자 =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에 그쳤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지난 5월 올해 들어 처음 마이너스(-) 물가를 보였지만 한 달 만에 0%로 올라온 셈이다.
정부가 위축된 소비를 살리기 위해 지급한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자물가 하락세를 일부 봉쇄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계청이 발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7(2015=100)로 1년 전과 비교했을 때 보합(0.0%)이었다. 긴급재난지원금 효과로 축산물 물가와 가구 등 내구재의 가격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국산 쇠고기는 1년 전보다 10.5% 가격이 올랐으며 돼지고기는 16.4% 상승했다. 수입 쇠고기도 2.9% 올랐다. 닭고기 가격은 조금 하락(2.4%) 했지만 전체적인 축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10.5%나 오르며 전체 물가 상승에 0.24%포인트(p) 기여했다.
코로나19 영향이 크지 않았던 1월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국산 쇠고기 물가 상승률은 4.9%였다. 돼지고기 가격도 1년 전보다 3.2% 상승에 그쳤으며 닭고기는 11.9%나 하락했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축산물의 가격이 껑충 뛴 셈이다. 통계청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일부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 두기로 외식 물가 상승 폭이 둔화됐지만, 긴급재난지원금과 생활 방역 전환 등의 효과로 축산물 가격이 일부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집밥 수요 증가로 가공식품 물가도 1년 전보다 1.3% 가격이 뛰었다. 소시지는 7.3%, 햄 및 베이컨은 8.0% 가격이 올랐다. 지난 1월 소시지와 햄 및 베이컨 물가는 각각 0.6%, 1.9% 하락한 바 있다. 고등어(14.5%), 조개(6.8%) 등 수산물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9% 상승했다.
다만 외식 물가 상승률은 0.6%였다. 외식 물가는 2012년 5월부터 2013년 2월까지 0%대 상승률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외식 물가가 0%대 상승률을 보인 건 올해가 처음이다.
농축산물과 가공식품의 가격 상승과 더불어 내구재 중 소파(12.1%)와 식탁(10.8%), 장롱(3.3%) 등 가구 물가도 상승했다. 여기에도 재난지원금 효과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계절적 요인이나 일시적인 충격에 다른 물가변동성이 큰 농산물 및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0.6% 올랐다.
장기적인 추세를 파악하기 위해 작성하는 해당 지표가 소폭 상승하긴 했지만 축산물과 가공식품 상승에 집중돼 경기 회복 신호로 해석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14조원이 넘는 재난지원금이 투입됐지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제한적인 소비 탓에 전반적인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안 심의관은 "외식이 0.6% 상승률에 그친 것을 보니 긴급재난지원금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미친 것은 맞지만 제한적이다"며 "물가는 후행지표다 보니 조금 늦게 반영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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