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산업은행 일부 대출금 만기 연장...추가 지원 이뤄질까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6일 "쌍용차가 산업은행으로부터 대출 만기 연장을 받는 건 사실 큰 문제가 아니었다"며 "적자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데, 적자를 어떻게 줄일지가 관건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산업은행이 쌍용차에 자구 노력을 주문했다. 자구안이 타당하다고 생각될 때는 추가적인 자금 지원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면서도 "하지만 한국GM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 쌍용차에 국내 자본이 하나도 없다. 산업은행이 한국GM의 주주였으나, 쌍용차는 지분이 전혀 없다"고 짚었다.
쌍용차는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지난해에만 2000억원 이상의 적자를 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서비스에 따르면 지난 3월말 기준 쌍용차의 단기 차입금(1년 이내 만기 도래)은 3899억원으로, 이 중 1668억원이 외국계 금융기관 차입금이다. JP모건 899억원, BNP파리바 470억원, 뱅크오브아베리카(BOA) 299억원 등이 있으며, 다음달에 JP모건의 대출 만기가 돌아온다.
쌍용차는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임직원 인건비 1000억원을 줄이고, 부산 물류센터(263억원)와 서울 구로 서비스센터 부지(1800억원) 등의 자산을 매각했다. 채권단의 추가 지원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산은은 쌍용차가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지원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쌍용차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입은 기업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특히 정부가 기안기금 우선지원 업종으로 항공과 해운을 지정한 만큼 쌍용차는 원칙적으로 지원대상이 아니라는 관측이 많다.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공고는 이번 주에 나온다.
이 연구위원은 "기안기금은 코로나로 타격을 입은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쌍용차의 경우 코로나 이전에 부실이 발생했고, 13분기 연속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기안기금이 아니더라도 연구·개발(R&D) 자금을 일부 지원해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쌍용차가 자구노력을 보이려고 하면 결국 최대주주(지분 74.65%)인 인도 마힌드라그룹의 결정이 중요한데, 마힌드라는 운영자금 400억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뒤 간접적으로 발을 빼겠다는 의사를 비추고 있다. 이렇게 되면 국내 경영진과 노조가 노력하더라도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 여파로 자동차 산업이 부진하면서 쌍용차의 고심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로 심각한 타격을 입은 마힌드라는 쌍용차에 약속했던 23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지난 4월 철회했다. 마힌드라는 지난달 새로운 투자자를 찾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이 연구위원은 "일단 마힌드라의 입장이 좀 더 명확해져야 한다"며 "지금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물론 공개적으로 하기 어렵지만, 명확한 포지션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현재 두 가지 시나리오다. 마힌드라가 계속해서 경영할 가능성이 있고, 아니면 새로운 투자자가 올 수 있다. 새로운 투자자가 오면 노사와 또 한 번 절충이 있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고통분담이 필요하다면 노동자들은 어떻게 협조할 것인가 등의 방안이 구체적으로 나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관계자는 "쌍용차가 기안기금을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그 결정 주체는 기간산업안정기금 운용심의회이지만, 정부 의견이 사실상 반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쌍용차가 기안기금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면 기존에 있는 채권단들이 쌍용차의 지원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국 산업은행이 키를 쥐고 있다. 산업은행이 의사결정 자체는 독자적으로 하겠지만, 그 전에 금융위원회 등 정부 관계자에 사전 보고와 협의는 해야 한다. 이것이 통상적인 절차"라고 말했다.
이어 "혹자는 이걸 두고 정부가 지시하는 거 아니냐고 하는데, 그렇게는 말할 수 없다. 정부도 어떤 지원 결정이 산업, 고용, 금융 등 여러 업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협의를 거쳐서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이 신규 자금 지원 여부 등 유동성 투입을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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