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그룹, 공익법인과 내부 거래 모두 공개된다
공정위, 공시대상기업집단 공시 규정 개정
공익법인 상품·서비스 거래, 1회 의무 공시
"대기업 공익법인 내부 거래 비중 커 감시"
물류·SI는 계열사 매출액도 함께 공개해야
[세종=뉴시스] 김진욱 기자 = 앞으로 재벌 그룹은 공익법인과의 내부 거래 내역을 모두 공시해야 한다. 공익법인을 통해 계열사가 파는 상품·서비스를 비싸게 사들이는 등 일감 몰아주기 행위를 하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31일 이런 내용을 담은 '공시대상기업집단(자산 총액 5조원 이상) 소속 회사의 중요 사항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이날부터 내달 21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 개정안의 핵심은 공익 법인과의 내부 거래 현황 공시 신설이다. 앞으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공익 법인과 내부 거래한 내용을 연 1회 의무적으로 대외에 알려야 한다. 여기에는 자금·유가 증권·자산뿐만 아니라 상품·서비스 내부 거래도 포함된다.
현재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비영리 법인 전체와의 자금·유가 증권·자산 거래 총액만 공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계열 공익법인과의 내부 거래 현황은 파악이 불가능하다. 상품·서비스의 경우 전체 비영리 법인과의 거래 현황도 알리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A 공익법인이 B 계열사로부터 유가 증권과 상품·서비스를 고가에 매입했다면 지금까지는 50억원 이상의 증권 거래만 B가 공시했다. 앞으로는 금액과 관계없이, 상품·용역을 포함한 모든 거래 현황을 B가 공개해야 한다.
공정위는 "실태 조사 결과 대기업 공익법인의 자산·수입·지출 규모가 평균치보다 훨씬 더 크고, 상품·서비스 내부 거래 비중이 약 19%로 크게 나타나 감시 요구가 커졌다"면서 "공정거래법(독점 규제 및 공정 거래에 관한 법률)이 바뀌어 대규모 내부 거래를 한 공익법인에 공시 의무가 부과됐다. 이번 개정안 마련은 그 후속 조처"라고 했다.
물류·시스템 통합(SI) 내부 거래 현황 공시도 새로 생겼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물류·SI 내부 거래 시 그 현황을 연 1회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소속돼 물류·SI업을 영위하는 회사는 계열사로부터 생긴 매출액 현황을, 물류·SI업을 영위하지 않는 회사는 물류·SI 계열사로부터의 매입 현황을 각각 알려야 한다.
내부 거래 현황 관련 공시 빈도·대상 금액도 바뀌었다.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자금·유가 증권·자산 내부 거래 시 분기별 공시 이외에도 연간 거래 현황을 취합해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상품·서비스 내부 거래 시 연간 거래 금액을 구분해 연 1회 공시해야 한다.
이 밖에 공정위는 '대규모 내부 거래에 대한 이사회 의결 및 공시에 관한 규정' 개정안도 함께 만들었다.
앞으로 이사회 의결에 의해 대규모 내부 거래가 취소된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회사는 취소일로부터 7일 이내에 사후 공시만 하면 된다. 이사회 의결에 따라 거래가 취소당한 기업은 이사회를 형식적으로 다시 여는 불편을 겪지 않아도 될 전망이다.
금융·보험사의 경우 이사회 의결이 면제되는 특례 규정을 '금융·보험업 관련 영위 업종에서의 거래 분야'로 명확화 했다. 이에 따라 금융·보험사는 앞으로 특례 규정을 잘못 해석해 실수로 적용할 소지가 없으므로 특례와 무관한 약관 거래를 공시 내용을 통해 감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공정위의 설명이다.
공정위는 "이번 개정안으로 시장에서 원하는 내부 거래 관련 정보가 새롭게 공시되고, 이를 통한 시장 감시 효과가 더 강해질 것"이라면서 "행정 예고 기간 이해 관계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뒤 전원 회의 의결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하겠다"고 했다. 대규모 내부 거래 공시 규정은 확정 즉시, 중요 사항 공시 규정은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이 개정안에 의견이 있는 개인이나 단체는 내달 21일까지 찬성·반대·수정 의견과 이유, 성명(단체는 단체명·대표자명), 주소, 전화번호를 적어 공정위 공시점검과에 우편·e메일·팩스로 제출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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