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괴사고 현산', 악재에도 개미들 줍줍…왜?
8개월 영업정지 시 매출 90% 손실 악재
최악엔 등록말소, 기업 사라져 상폐위기
개인 매수세에 장중 한때 15% 상승까지
사건 혼동하고 막연한 기대 심리도 반영된 듯
[서울=뉴시스] 김병문 기자 = 국토교통부가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의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영업정지 1년 혹은 등록말소 처분을 내려줄 것을 서울시에 요청한 28일 오후 서울 용산구 HDC현대산업개발 본사에서 직원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2.03.2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현대산업개발이 광주에서 연달아 2건의 붕괴 사고를 내면서 최소 '8개월 영업정지', 최대 '등록말소' 위기에 처했다. 즉 최소 매출 90% 손실을 입거나 최악엔 '지금의 현산'이란 기업이 사라질 위기에 봉착했음에도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오히려 주가는 강세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일 HDC현대산업개발은 0.33% 상승한 1만5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3.31%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30일 서울시에서 지난해 6월 광주 학동 붕괴사고로 '8개월 영업정지' 행정처벌을 내렸음에도, 주가는 장중 한때 15% 상승했다.
영업정지 처벌은 해당 기간에 신규 수주만 불가능할 뿐 이전에 계약하거나 착공한 건은 그대로 진행되더라도 무방하다. 이에 현산은 집행정지 가처분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으로 대응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예정 대로라면 현산은 오는 18일부터 8개월 간 영업이 정지된다. 이 경우 현산에 따르면 최근 매출액의 90%에 달하는 3조400억원의 손실을 입게 된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3일째인 23일 오전 구조당국 등이 39층에 설치돼 있는 갱폼(거푸집)을 해체해 지상으로 내리고 있다. 2022.01.23. [email protected]
그런데 이것이 끝이 아니다. 이 사건으로 영등포구청에서 '하수급인 관리의무 위반' 행정처분을 이달 중 받아야 한다. 또한 올초 광주 서구에서 발생한 화정동 붕괴사고 처벌도 서울시와 광주 서구에서 각각 6개월 내 추가로 받는다.
이로써 처벌 총 3건이 추가되는데, 그중 서울시에서 받게 될 화정동 처벌은 국토부가 '엄중한 처분'을 요구한 만큼 '등록말소 또는 영업정지 1년' 중 '등록말소'에 무게가 실린다.
만약 등록말소가 적용되면 현산이란 기업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다른 이름으로 기업을 만들 순 있지만 현산이 그동안 쌓아온 '도급순위 9위'란 건설 실적과 '아이파크' 브랜드가 사라지는 셈이다. 등록말소가 아닌 영업정지 처분을 받더라도 기존 8개월에 추가가 된다면 수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게다가 전일에는 국세청 특별세무 조사를 받게 됐다. 국세청은 서울 용산구 현산 본사에 직원들을 파견해 관련 자료 등을 확보했다. 이날 조사는 일반 정기 세무조사가 아닌 비정기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이 맡았다.
이처럼 잇딴 악재에도 주가가 하락하기는커녕 강세를 보이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광주에서 사고가 났던 당시 급락하던 주가가 도리어 행정처분이 가시화하는 지금 보합 내지 소폭 상승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대체로 개인들의 매수세에 힘입어 오르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8일부터 기관은 꾸준히 매도하고 있음에도 개인은 지난 1일을 제외하고 매수세를 보여왔다. 특히 8개월 영업정지를 발표한 지난 30일 기관과 외국인이 서둘러 매도할 때 개인의 매수세에 힘입어 장중 한때 15% 상승했다.
[광주=뉴시스] 류형근 기자 =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개발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14일째인 24일 오후 구조당국 등이 22층에서 조명을 밝히고 중장비를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있다. 2022.01.24. [email protected]
우선 일부 투자자들은 이번 행정처분을 화정동 사건과 혼동한 것으로 예상된다. 온라인 종목게시판에는 화정동 사건으로 '등록말소'가 나올까 우려하다 '영업정지 8개월'이 나오자 "솜방망이 처분이네", "그럼 그렇지. 지금이 저점 매수 기회"라며 매수에 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이런 글에는 "이건 화정동이 아니라 작년 학동 사건", "화정동은 6개월 뒤 결과가 나온다. 구분 잘하고 투자하시라"라는 댓글이 달려있다.
또 다른 배경은 막상 서울시가 '등록말소'나 그 이상의 심한 조치를 현산에 할 수 없을 것이란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추측된다.
현산이 대기업인 만큼 많은 이들의 밥줄이 달려있는데다, 등록말소 처벌이 성수대교 사건 이후 한 번도 실시된 적 없는 만큼 실제 서울시가 단행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본 것이다. 현산은 현재 서울시 처벌에 대해 가처분신청과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걸었는데, 토론방에는 "가처분 받아들여지면 상한가", "막상 서울시도 현산 눈치볼 듯" 등의 글도 눈에 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온 게시물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가장 무거운 처벌이 예상되는 서울시의 화정동 관련 처분까지는 약 6개월이란 긴 시간이 남아있는 만큼, 그 사이 주가 반등의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도 보인다. 심지어 한 투자자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물을 올려 "인재사고가 2번이나 났는데 국토부 발표에 주가가 떨어져 화가 치밀었다. 회장만 믿고 투자한 소액주주들은 무슨 죄냐"라며 "금융감독원은 이런 인재사고에 대한 주주보호 제도를 만들어달라"고 촉구했다.
국세청 세무조사도 악재라기 보다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사고가 나면 그제서야 외양간 고치는 정부", "뭐 세무조사 한 두번 안한 기업있나", "별 것 아닌 요식행위일 뿐" 등 조롱조의 반응도 눈에 띈다.
투자업계에서는 앞서 붕괴사건이 발생했을 때 주가가 이미 급락한 만큼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현재 주가가 저점이란 인식도 퍼져있는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오는 15일 '8개월 영업정지'가 시작되기 전, 혹은 영등포구청에서 이달 중 발표될 행정처분이 치명적인 수준에서 나오기 전까진 투자심리에 큰 타격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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