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확한 밑그림 없으면 문재인 정부처럼 또 실패"[부동산 긴급 진단③]
부동산 전문가들 새 정부에 바란다…규제완화·공급확대
"수요 억제 정책 부작용 유발, 문 정부 실패 반추 삼아야"
"다주택자 적폐로 몰아선 안돼…공급 우선 정책이 중요"
출범 전부터 집값 들썩 "일부 감내해야" "속도조절 필요"
"집값, 물가상승률 범위 내 완만한 상승으로 관리해야"
최근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가격 불안에 중장기 시장 안정을 위해서는 일정 부분 단기 상승을 감내해야 한다는 의견과 부작용을 감안해 정책 순서와 시기 조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엇갈린다.
11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공약을 통해 드러난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규제 완화를 통한 시장 거래 정상화와 공급 확대를 통한 가격 안정이 골자가 될 전망이다.
실제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표 부동산 공약인 재건축 규제 완화를 위해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정밀안전진단 기준 등을 손질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수도권 130만 가구 이상을 포함한 250만 가구 이상 공급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역세권 첫집 주택, 청년 원가 주택 등 대표적 사업 모델도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주택 수요를 틀어막는데 몰두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비이성적인 집값 폭등을 경험한 만큼 새 정부에서는 확실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문재인 정부가 주택 수요 억제 중심으로 추진한 정책들이 시장의 정상적인 거래를 막아 가격이 급등하고, 공급량이 줄어드는 부작용들이 있었다"며 "가격통제가 안 되는 부분은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를 틀어막아 거래가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5년 동안 나왔던 정책들이 상당한 부작용들을 유발한 만큼 윤석열 정부는 이를 반추 삼아 다른 방향으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동일한 결과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새 정부는 기존 규제들을 일단 빼내고 다시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절차들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우리나라 아파트 시장은 3500조원이 넘을 만큼 큰 규모의 시장으로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 시장의 힘을 이기지 못한다"며 "문재인 정부가 결국엔 정책이 시장한테 진 것인데 집값을 연착륙 시키기 위해서는 다주택자를 적폐로 몰아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급 정책 우선의 정책을 펴면 임대차3법, 종부세·양도세 강화 같은 수요 억제 정책이 필요가 없게 된다"며 "최근 대구의 사례처럼 공급이 많으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가격이 안정적이었던 게 종부세·양도세 중과나 대출 규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공급에 방점을 두고 주택정책 끌고 갔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최근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새 정부가 출범하기도 전에 서울 주요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다시 들썩이는 등 불안한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첫째 주(4일 기준) 서울 아파트 가격은 보합으로 전환됐다. 지난 1월 말 하락세로 접어든 지 11주 만이다. 특히 새 정부 출범에 재건축 기대감이 높아진 강남권을 중심으로 반등 기세가 강해졌다.
실제로 시장에서는 강남구 압구정동 신현대11차 아파트 전용면적 183㎡는 지난달 17일 59억5000만원(4층)에 거래되면서 기존 거래가격 50억원(5층)보다 9억5000만원 올랐고, 올해 재건축 연한이 도래한 서초구 잠원동 잠원한신 전용면적 85㎡는 지난 4일 26억원(9층)에 거래됐다. 직전 최고가인 1월 5일 25억8000만원(2층)을 넘어선 신고가 거래다.
강남구 개포동 경남1차 전용면적 123㎡의 경우에도 지난달 8일 34억3000만원(4층)에 손바뀜이 이뤄졌는데 직전 거래 32억원(4층) 보다 2억3000만원 올랐다.
이 때문에 정책 전환이 단기적으로 집값 상승을 부추길 가능성에 대해 면밀히 대비해야 하며 이를 위해 일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택 공급을 확대해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윤 당선인의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나 오로지 규제완화에 몰두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중장기적인 시장 안정화를 위해 재건축발 단기 집값 상승이 불가피한 만큼 일정 부분 감내해야 한다는 견해도 나온다. 이에 따라 집값 상승을 최소화하는 쪽으로 세밀한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기대 심리가 높아지고 가격이 오르는 부분이 있는데 윤석열 정부가 250만가구 공급을 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 조건에서 규제 완화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며 "가격 움직임에 대해 너무 신경을 써버리면 실수를 반복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감내할 만한 수준을 내부적으로 정해 놓고 가야 하며 차기 정부 시작하는 시점에 명확한 그 밑그림을 그리고 시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집값이 과하게 변동되는 부분들은 토지허래허가구역 지정을 통해서 통제할 수 있다"며 "민간에서의 공급 확대가 이뤄지면 공급량 확대에 따른 잔여 물량이 늘어나는 경향을 보이면 수요자들은 조금 기다릴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그러다 보면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이 안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중장기적으로는 윤석열 정부가 집값을 물가상승률 범위 내에서 완만한 상승세가 이뤄지도록 관리해 나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고준석 대표는 "우리나라 통화량이 늘어나고 1인당 국민 소득이 늘어나고, 집 짓는데 필요한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데 집값만 내려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는 물가상승률 범위 내에서 집값을 연착륙 시켜야 한다. 경제는 성장하는데 집값은 떨어지는 것도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경제성장률 수준과 비슷하게 끌어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윤지해 수석연구원은 "자재비와 건축비, 인건비가 오르는 부분 등을 감안했을 때 집값을 물가상승률 수준에서 관리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안정화의 관점"이라며 "1~3% 사이에서 움직이는 정도면 안정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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