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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근부터 골재까지 '줄인상'…건자재값 폭등에 건설업계 '비명'

등록 2022.04.09 07:30:00수정 2022.04.09 07:3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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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사태 장기화로 '철근·시멘트' 가격 폭등

건자재 가격 급등→공사비 증가→분양가 상승

공사 지연·중단 불가피…정부 정책적 지원 필요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범어네거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2021.02.17. lmy@newsis.com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범어네거리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 2021.02.1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건자재값이 너무 많이 올라 분양가 상승 불가피하지만, 무조건 분양가를 올릴 수도 없어요."

지난 8일 중견 건설사 자재 구매 담당자인 김모(55)씨는 "전체 공사비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건자재값이 1년 새 폭등하면서 공사를 하면 할수록 손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씨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건자재 가격이 더 올라 적자 시공을 감수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시멘트와 골재, 철근 등 건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건설업계가 비상이다. 전체 공사비의 30% 가까이 차지하는 건자재가격이 최근 1년 새 50% 가까이 급등하면서 적자 시공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가뜩이나 오른 건자재값이 더 오르고, 수급 대란으로까지 이어지면서 일부 중소·중견건설사들의 도산 위험이 커지고 있다. 건자재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부 업체들은 직접 건자재를 구하러 해외원정까지 나서고 있지만, 뾰족한 해법이 되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선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아파트 건축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분양가격이 상승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실제 국토교통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해 공동주택의 기본형 건축비를 지난 1일부터 2.64% 인상했다. ㎡당 건축비 상한금액(16∼25층 이하·전용면적 60∼85㎡ 기준)은 178만2000원에서 182만9000원으로 올랐으나, 원자재값 급등에 비해 턱없는 수준이라는 게 건설업계 판단이다.

건설공사에 쓰이는 핵심 자재인 철근과 시멘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철근 값이 최근 들어 t당 100만원을 웃돌고 있다. 골조공사에 쓰이는 고장력철근(SD400)은 지난 1월 t당 105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 급등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이 인프라 사업 확대로 건설자재 수요가 늘어난 가운데 최대 철근 생산국이 중국이 수출을 제한하면서 철근값이 꾸준히 오르다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급등했다.

[파주=뉴시스] 조성우 기자 = 파주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운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2021.11.08. xconfind@newsis.com

[파주=뉴시스] 조성우 기자 = 파주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운반 트럭들이 주차돼 있다. 2021.11.08. [email protected]


봄철 건설 성수기에 골재 수요는 급증한 반면,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격은 껑충 뛰었다. 지난달 기준 골재 가격은 1㎥당 1만5000원으로, 인건비와 물류비 상승 여파로 연초 대비 7% 이상 상승했다. 시멘트 가격은 지난해 7월 t당 7만8800원에서 올해 1월 9만3000원대로 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국제 유가가 치솟고, 코로나19로 인한 인력난 등이 맞물렸기 때문이다.

특히 시멘트 제조원가의 40%를 차지하는 유연탄의 70%를 차지하는 러시아산의 공급이 경제재제로 어려워지면서 시멘트 재고량은 건설 성수기(4∼5월) 대비 50% 수준(60만t)으로 파악된다. 하루 수요·공급량을 고려하면 이달 중 레미콘 생산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레미콘은 골재와 시멘트, 물 등 원재료를 적절한 비율로 섞어 만든다. 통상 레미콘에서 골재가 차지하는 배합 비중이 80%에 달한다. 시멘트 업계는 유연탄 가격 폭등으로 레미콘·건설 업계에 시멘트 가격 20% 추가 인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연탄 가격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유연탄 가격은 지난해 초 t당 80달러에서 현재 350달러를 넘나들고 있다. 지난달 초 t당 400달러를 웃돌다가 중국이 자국 유연탄을 사용하기로 하면서 가격이 하락했다.

시멘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유연탄 가격이 350달러로, 당초 예상치보다 2배 넘게 급등했다"며 "유연탄 가격이 단기간 내 폭등하면서 적자를 감당하기 버겁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업계 1위인 삼표산업의 골재 생산이 중단되면서 골재 수급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삼표산업 양주 채석장에서 토사 붕괴로 작업자 3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고용부는 사업장 전체에 대해 작업을 중지시켰다. 이 채석장에서 생산되는 골재는 수도권 북부 골재 물량의 약 30%를 차지한다. 언제 재가동될지는 미지수다. 작업중지 명령이 길어지면 하반기에 추가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게 골재업계 예상이다.

일부 건설사들은 공사 지연에 수주 중단까지 우려하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자재값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올라서 시공 원가를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자재 수급도 갈수록 어려워 지면서 일부 현장에서는 공사가 지연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건설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건의문을 정부에 제출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28일 자재 수급 불안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국무조정실과 국토교통부 등 정부 관계부처에 건의했다.

건협은 건의문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촉발한 국제적인 자재·연료가격 급등과 수급차질로 인해 주요 건설자재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하고 있다"며 "이러한 자재가격 급상승과 수급불안의 여파가 고스란히 건설업계로 확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해 수입원을 다각화하고, 관세를 일부 완화하는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건설 자재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가격에 대한 모니터링에 집중할 필요가 있고, 수입원을 다각화함과 동시에 관세를 완화해 주는 대책이 필요하다"며 "수입 단가가 높고 운반비가 더 소요될 수밖에 없는 다른 지역의 유연탄을 들여올 수밖에 없는데 최대한 수입원을 다각화하고, 정부는 한시적으로라도 수입 관세를 낮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연구위원은 "민간 부문에서 자재 수급의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분양가상한제의 단가 산정 체계를 개선 또는 폐지해야 한다"며 "건자재 수요가 특정 시점에 쏠리지 않도록 분양가상한제 책정의 기준이 되는 기본형건축비 발표 주기를 짧게 할 필요가 있고, 장기적으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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