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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촌주공 재건축 공사 중단…분양가 상한제 탓에 일정 꼬여

등록 2022.04.20 06:30:00수정 2022.04.20 09: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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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갈등…HUG 2900만원 VS 조합 3550만원

수긍 못할 가격에 분양 늦추다 시공단과 갈등

인위적 가격 통제, 공급지연·집값 폭등 불러와

"비싸면 안 사는 게 시장원리…규제 합리화해야"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결국 멈추게 됐다. 2020년 2월 착공 이후 2년2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다. 사진은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 2022.04.1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 공사가 결국 멈추게 됐다. 2020년 2월 착공 이후 2년2개월 만에 공사가 중단되는 것이다. 사진은 15일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모습. 2022.04.1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예슬 기자 = 둔촌주공아파트를 비롯해 서울 핵심 재건축 단지들이 분양을 연기하는 배경에는 분양가 상한제가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들어 서울에서 분양에 나선 단지 7곳 중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한 단지는 2곳에 그쳤고, 이른바 재건축 '대어(大漁)'로 불리는 단지들은 분양 일정을 뒤로 미루고 있다.

20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2020년 2월 착공한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이 5600억원 규모의 공사비 증액 변경계약을 두고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 간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조합 집행부는 전 조합이 맺은 이 계약이 총회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적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시공단은 관할 지자체의 인가를 받은 적법한 계약이고, 일반분양 일정이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1조7000억원의 공사비를 한 푼도 받지 못지 못했다며 15일 공사를 전면 중지했다.

업계에서는 사태가 이처럼 심각해진 배경에 분양가 상한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누르다 보니, 이에 수긍할 수 없는 조합이 분양 시기를 늦추고 세대 수와 상가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시공단과 갈등이 깊어졌다는 설명이다.

둔촌주공 조합은 2019년 12월 조합원 총회에서  3.3㎡ 당 일반분양가를 3550만원으로 책정했지만,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기준을 약 2900만원으로 제시하면서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조합원들은 2900만원대에 일반 분양하면 조합원당 분담금이 1억원이 넘게 늘어난다며 강하게 반대했다.

HUG의 기준은 시세와도 동떨어져 있었다. 2019년 초 둔촌주공 대비 공시지가가 절반 수준인 광진구 구의동 'e편한세상 광진그랜드파크'(730가구)의 분양가가 3370만원이었고, 2019년 입주를 시작한 강동구 고덕동 고덕그라시움(4932가구) 전용면적 84㎡가 10월 14억125만원(13층)에 거래돼 3.3㎡ 당 4110만원대였다.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은 1만2000가구의 미니신도시급 단지로 재탄생하는 대규모 사업인 만큼 HUG가 제시한 분양가에 대해 조합원들 반발이 컸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 과열을 막고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의도에서 도입됐지만, 시장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면서 오히려 공급은 한없이 늘어져 집값이 폭등하고, 극소수의 청약 당첨자들만 로또분양을 받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준석 제이에듀투자자문 대표는 "둔촌주공 일반분양 물량만 4700여가구인데 분양가가 3000만원을 안 넘게 하려고 애쓰다 대규모 공급이 지연되고 시장 가격이 상승한 것"이라며 "분양가 상한제로 가격을 눌러 로또분양을 양산하는 등의 부작용을 만들지 말고, 시세에 맞게 분양가를 책정하도록 한 뒤 이에 맞게 9억 초과 중도금대출을 풀어주는 등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5일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04.15.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 최동준 기자 = 15일 공사가 중단된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현장에 '유치권 행사중'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2.04.15. [email protected]

둔촌주공 이외에도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래미안원펜타스) 재건축, 송파구 문정동 136번지(힐스테이트e편한세상 문정) 재건축, 동대문구 이문1구역 재개발, 경기 광명시 광명2구역(베르몬트로 광명) 재개발 등이 분양가 상한제 등을 이유로 분양을 미루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분양가 규제를 합리화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은 만큼 추이를 보고 일정을 확정짓겠다는 판단이다.

반대로 올해 들어 분양에 나선 단지들을 보면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안되는 지역이 다수였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청약 접수를 받은 단지 7곳 중 '힐스테이트 세운 센트럴 1·2단지'와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영등포'를 제외한 나머지는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지역에 위치한 단지였다.

해당 단지들은 고분양가 논란 속에 미계약분이 쏟아졌는데, 입지와 상품성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강북구 미아동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경우 18가구의 미계약분이 나왔지만 무순위청약(줍줍)에서는 1만2000명이 넘게 신청해 700: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고, 최근 모든 가구가 계약을 마쳤다. 반면 강북구 수유동 '칸타빌수유팰리스'는 216가구 중 198가구가 미계약이었고, 무순위청약 이후에도 여전히 31가구가 남았다.

고 대표는 "가격을 높게 정한다고 해도 시장이 비싸다고 판단하면 안 사는 게 시장경제원리"라며 "정치적 부담이 일정 부분 있다고 하더라도 새 정부에서 분양가 상한제를 합리화해 공급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조합과 시공사업단 사이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각종 소송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둔촌주공 조합은 이주비와 사업비 대출이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른 연간 이자 부담이 800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사업이 늦어지면 조합이 부담할 이자비용 역시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시공사업단도 소송에서 패소하면 막대한 지체 보상금 부담과 함께 지금까지 투입된 공사비 1조7000억원의 금융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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