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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만 생각하면 막막"…중견건설사 '도산 도미노' 우려

등록 2022.12.25 08:00:00수정 2022.12.25 08: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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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PF발 자금경색에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 180건

유동성 부족 중견 건설사 내년 상반기 부도 속출할 듯

CBSI 4개월 감소세…"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

정부, 민간 토지 매입 후 공공사업으로 전환 지원 필요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전국 집값이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가격은 전월 대비 1.37%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2003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이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2.12.16.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지난달 전국 집값이 19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한국부동산원 11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전국 주택종합(아파트·연립·단독주택 등) 가격은 전월 대비 1.37% 하락했다. 부동산원이 2003년 12월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최대 낙폭이다. 16일 오전 서울 중구 남산에서 시내 아파트 단지가 내려다보이고 있다. 2022.12.1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내년만 생각하면 숨이 턱 막히고, 막막합니다."

지난 23일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내년 건설경기 전망에 관해 묻자 "건설 경기가 위축되고,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내년 사업 계획을 아직도 수립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자본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중견건설사들이 자금경색으로 경영에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내년에 주택 사업을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부도가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견 건설사들이 가팔라진 건설경기 내림세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미분양 급증에 레고랜드발(發)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경색까지 겹치면서 내년부터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연쇄 부도가 일어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더구나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공사비 부담 증가 등으로 현재 진행 중인 아파트 공사의 차질은 물론 하도급 업체들의 줄도산 우려도 나온다.

내년 주택 사업을 최소화하고, 주택 사업 관련 인력을 토목이나 플랜트 등 돌리는 등 자구책 마련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상승으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 등이 맞물려 건설사 자금 사정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는 게 중견건설사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부동산 사업의 경제성을 담보로 자금을 모집하는 PF 부실 가능성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 하락으로 PF 사업 수익성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금융권 PF 대출 부실위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종합건설업체로 등록한 건설사 중 총 5곳이 부도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 경남 2곳, 부산 3곳 등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종합건설사의 폐업 신고는 180건으로, 지난해 하반기(135건)보다 30% 이상 증가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충남지역 종합건설업체 6위인 우석건설이 부도가 난 데 이어 경남 창원의 중견 종합건설업체 동원건설산업이 지난 25일과 28일 두 차례 도래한 총 22억원의 어음을 결제하지 못해 최종 부도 처리됐다. 동원건설산업은 창원 성산구 소재로 전국 도급순위 388위 경남지역 도급순위 18위다. 지난해 매출액은 500여억원 수준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부동산PF 위기 원인 진단과 정책적 대응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국 건설 업체 1만 곳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조사에 응답한 40개 업체의 사업장 233곳 중 31곳(13.3%)의 공사가 지연되거나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공사가 지연된 사업장은 22곳(9.4%), 중단된 사업장은 9곳(3.9%)이었다.

공사가 지연 혹은 중단된 주된 이유로는 'PF 미실행'이 꼽혔다. 15개 업체가 5개 항목에 대해 복수 응답을 한 결과 PF 미실행이 가장 많은 66.7%의 응답률을 차지했다. 이어 공사비 인상 거부(60.0%), 자재 수급 곤란(40.0%), 사업 시행자 부도(13.3%), 수분양자 청약 해지(13.3%) 등의 순이었다.

공사가 지연 또는 중단된 사업장의 조기(1~2개월 내)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가장 많은 44%가 ‘매우 낮음’이라고 답했으며 이어 보통(28%)과 낮음(22%), 높음(6%)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66%가 정상화 가능성이 낮다고 답한 것이다.

건설경기는 악화일로다. 지난달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가 전월 대비 2.9p 하락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달 CBSI가 전월 대비 2.9p 하락한 52.5를 기록했다. CBSI는 지난 8월부터 4개월 연속 감소했다. 2010년 8월 50.1 이후 12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CBSI가 기준선인 100을 밑돌면 현재의 건설경기 상황을 비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보다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중견 건설사들의 현금 유동성 부족으로 줄줄이 도산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 중견 건설사들의 줄도산 위기를 막기 위해 정부의 과감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철한 건산연 연구위원은 "현금 유동성을 어느 정도 확보한 대형 건설사들은 버틸 여력이 있지만, 중견 건설사들은 자금경색으로 이미 한계에 이르고 있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가 추가 인상되면 중견건설사들을 중심으로 줄도산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부동산 호황기에 도입된 부동산 관련 규제 정책을 풀고, 미분양 주택을 시장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또 중견건설사들이 토지를 매입한 뒤 자금난으로 공사가 진행하지 못하면 해당 토지를 매수해 공공사업을 전환하는 방식 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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