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 이사진 중 일부, 경평 'D' 책임 물어 '대표 사퇴' 촉구
지역사회에 이어 일부 이사, 이사회서 사퇴요구
이삼걸 대표 "퇴진은 생각 안 해, 끝까지 노력"
[세종=뉴시스]이승주 기자 = 강원랜드 이삼걸 대표가 강원 지역사회에 이어 이사회에서도 사퇴 압박을 받고 있다. 역대 최악의 경영평가를 받은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목소리가 높지만, 이 대표는 내년 4월 임기까지 최선을 다해 경영평가 등급을 올리겠다는 입장을 지키고 있다.
14일 강원랜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이사회 회의에서 이 대표를 포함한 상임이사 및 비상임이사 총 13명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이 같은 의견이 제기됐다.
이사회 안건이 모두 제기된 뒤 진행된 기타 논의에서, 몇몇 이사가 지난 2022년 경영평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이 대표이사에게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22년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에 따르면 강원랜드는 'D(미흡)'를 받았다. 경영평가에서 D를 받은 것은 창립 이후 처음이다.
김대중 정부 시절 강원 정선·태백 등 석탄 지역을 폐광하면서 폐광 지역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강원랜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심한 적자 위기를 겪었다. 지난해 이를 딛고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이번 경영평가에서 D를 받고 주가도 부진한 상태가 계속되자 지역사회에서 이 대표의 퇴진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1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 첫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은 한국철도공사(코레일)를 비롯해 거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한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18개 공공기관이 'D(미흡)' 이하 낙제점을 받았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폐광지역 4개 시·군 시민단체는 지난달 21일 성명서를 내고 이 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정선군 번영연합회와 태백시 번영회 등은 성명을 내고 "공공기관 경영평가 창립 후 첫 D등급, 주가 역대 최저 등 현재의 위기는 강원랜드 사장의 무능·무지·무통의 결과"라며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스스로 물러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역사회에 이어 이사진까지 사퇴 촉구에 나섰다. 한 강원랜드 이사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경영평가에서 D를 받은 것에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이사회에서) 발언했다"며 "저 말고도 다수의 이사들이 같은 의견을 냈다. 직원들과 지역을 위해 스스로 물러나라고 했다"고 전했다.
다른 비상임이사도 뉴시스에 "코로나19로 적자가 났을 때도 심지어 D를 받지 않았다. 지난해 실적은 흑자전환했지만 시장형 공기업으로 전환한 뒤 처음으로 D를 받았다"며 "어느 부서에서, 어느 직원이 잘못해서 나온 결과가 아니다. 대표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구체적인 이유에 대해서는 '폐광지역과 불통', '경영 미흡' 등을 꼽았다. 또 다른 이사는 "강원랜드에 취임한 뒤 폐광지역과도 원만한 관계를 이루지 못하고 직원들에게도 호응을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런 것이 경영평가 결과로 나온 것"이라고 했다.
[정선=뉴시스] 김경목 기자 = 이삼걸 강원랜드 대표이사가 31일 오전 강원 정선군 하이원 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4기 정기주주총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강원랜드 제공) 2022.04.0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이란 점이란 '정치적인 이유'도 거론했다. 한 이사는 뉴시스에 "지난 정부에서 임명돼 현 정부와 철학이 다른 대표라면 스스로 물러나는 게 맞지 않겠냐. 내년에 경영평가를 잘 받도록 운영하겠다는 것은 고집부리는 것이자 무책임한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나는 것이 현 정부에서 바라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또다른 이유는 그의 임기에 있다. 이 대표 임기는 내년 4월에 만료되는데, 이는 다음 경영평가 결과가 나오는 5월 한 달 전이다. 연이어 경영평가에서 D를 받으면 대표이사 해임이 건의될 수 있지만, 이미 그 전에 대표는 임기를 마친 상태란 점에서다. 만약 대표로 인해 또다시 D를 받아 강원랜드가 피해를 보더라도 그 때는 책임을 어디에 묻냐는 설명이다.
하지만 이 대표는 다음 경영평가를 잘 받을 수 있도록 임기 끝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대표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퇴진은 생각해 본 적 없다. 앞으로 더 노력해서 내년 평가는 더 잘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오히려 낮은 등급을 받은 것이 더 개선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실적이 좋았지만 경영평가 결과가 좋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코로나19 때 영업손실을 뒤엎고 흑자전환했지만, 코로나 기간 결칙으로 그 전인 2019년과 비교됐더라. 그래서 경영평가 50%의 정량평가에 크게 반영되지 못했다"며 "카지노 외 스키나 리조트 등 카지노에 부속된 부문에서 흑자구조가 설계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50%의 정성평가에서 부정적 이미지가 반영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카지노가 사행산업이라 부정적 이미지가 있다 보니 언론에 이슈가 되는 것 같다. 그게 정성평가 등급으로 반영된 것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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