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 사장 "금융부채 15조…12년째 동결된 운임 인상 필요"
한문희 코레일 사장, 취임 100일 첫 기자 간담회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공개…로봇 등 스마트팩토리
"GTX 개통으로 경쟁 시너지…대중교통 파이 커질 것"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 제공=코레일)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한문희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이 "물가인상 및 이자 감당을 위해 약간의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지난 8일 경기 고양시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한 사장의 사장 취임 100일을 기념해 진행됐다. 한 사장은 "100일이 됐지만 지금도 사장실에 앉아있으면 조금 어색하다"며 "늘 결재를 받으러 가는 곳이었는데 여기서 제가 결재를 받고 있다는 것이 낯설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짧은 시간에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철도노조 파업과 국정감사, 그리고 크진 않지만 탈선 사고도 났다. 폭염과 폭우에 대응하느라 직원들도 고생을 많이 했다"며 "큰 파고를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사장은 10여년째 동결되고 있는 운임료에 대해 묻는 기자단의 질문에 "2011년에 간선 운임이 오르고 지금까지 오르지 않고 있다. 올해도 못 올리면 12년째고 내년에는 13년째가 된다"며 "반면 소비자 물가는 30% 가까이 올랐고, 최근 전철의 전기요금도 많이 올라 예전이면 1년에 4000억원에 못 미치던 전기요금이 올해는 6000억원이 나갈 것 같다. 또 인건비도 같이 오르다보니 수선 유지비도 많이 올랐다"고 말했다.
코레일은 이날 경정비와 중정비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스마트 융합정비기지인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내부를 공개하고, 정비동에 갖춰진 로봇 등 첨단 스마트팩토리 시스템도 소개했다.(사진 제공=코레일) *재판매 및 DB 금지
이어 "그럼에도 철도공사가 최근 경영을 잘했는지 내년 정도면 영업이익을 좀 낼 것 같다. 용산 역세권 개발 등으로 부채를 줄일 계획도 있어서 아직 견딜 만하기는 하다"면서도 "다만 영업이익뿐 아니라 현재 부채 20조원 중 금융부채 15조원에 대한 이자를 감당하려면 그만큼의 운임 인상은 필요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또 'GTX 내년 조기 개통에 따른 수요 이탈이 우려되지는 않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코레일 입장에서는 조금 신경이 쓰이기는 한다. 수요가 이탈되지 않을까 걱정은 되지만 사실 코레일의 수입원은 KTX에서 많이 나기 때문에 광역철도가 수익구조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수익이 조금 줄 순 있지만 네트워크가 확장되고 경쟁을 통한 시너지 작용으로 대중교통의 파이가 커질 수도 있기에 기회가 커진다고도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시설유지보수 등 철도 안전체계 개편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는 "민감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부에서 용역을 진행 중이고 합리적인 방안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철도는 다른 교통 인프라에 비해 밀접도가 높기 때문에 아무래도 유지보수나 운행이 통합돼 이뤄지는 게 좋지 않겠냐는 게 제 생각이지만 반대로 국가철도공단은 건설한 입장에서 전체 라이프사이클을 보면서 유지보수하는 것이 좋지 않냐고 해 대립이 되고 있다. 내부적으로는 정부에 제 의견을 건의하기는 했지만 정부 용역에서 결정이 되면 그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현재 철도시설유지보수 업무는 국가사무로 철도공단의 몫이지만, '철도산업발전기본법(철산법)'에 따라 코레일에 업무를 위탁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반복된 탈선 사고 및 작업자 사망 사고 이후 코레일의 독점적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철도공단 등 다른 기관에 이관하자는 의견이 제기되자 국토부는 올해 3월부터 개선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다만 제작사에 차량 유지보수를 맡기는 방안에 대해서는 "제작사가 정비를 하는 것은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며 "제작사가 모든 부품과 장치를 만들어서 차량을 내는 것은 아니다. 현대로템뿐만 아니라 다른 세계적인 철도제작회사도 그렇기 때문에 우리의 정비 업무가 현대로템으로 간다든지 할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기자단이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경정비동에 갖춰진 로봇 자동화 설비를 보며 코레일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제공=코레일)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코레일은 이날 경정비와 중정비업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스마트 융합정비기지인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 내부를 공개하고, 정비동에 갖춰진 로봇 등 첨단 스마트팩토리 시스템도 소개했다.
코레일에 따르면 현재 한국은 지난해 10월 KTX의 모태인 떼제베(TGV)를 운영하는 프랑스 국영철도(SNCF)로부터 불량 제어카드에 대한 점검을 역으로 의뢰받아 원인을 규명하는 등 원 제작사를 능가하는 유지보수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고, 이러한 기술이 집약돼 있는 수도권철도차량정비단은 국제철도연맹(UIC) 등 철도전문가 그룹과 한국철도를 배우러 오는 많은 국가들의 필수 견학 코스가 되고 있다.
한 사장은 "철도차량 정비뿐 아니라 철도의 운영 수준을 보면 적어도 대한민국이 세계 열 손가락 안에는 들고, UIC 기준 정시율이나 안전운행률 등 통계를 보면 다섯 손가락 안에도 왔다갔다 할 정도"라며 "하지만 지금보다도 더 디지털화, 자동화될 수 있다고 생각해 조금 부끄럽다는 생각도 든다. 마지막 (목표)는 실시간으로 차량 고장을 예측하고 운행 도중에도 이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해 정비가 되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간담회를 마무리하면서 한 사장은 "현재 코레일은 많은 도전과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여러 철도운영사가 생겼고 드론과 자율주행 등 미래 교통수단이 산업과 일상을 바꾸고 있다"며 "코레일이 미래 융합 교통서비스를 선도하고 대한민국 철도산업의 표준이 되는 미래를 상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안전관리부터 고객 서비스까지 과학화, 첨단화하고 경영 전반에 걸쳐 디지털 혁신에 우선 힘쓸 것이다. 더불어 재정건전화를 위한 새로운 먹거리를 찾고 근무 환경 개선도 동반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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