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 41주 연속 상승…전세난민 '탈서울' 행렬
전세 수요 증가…지난해 서울서 32만명 '전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경기·인천 전세 거래↑
서울 전셋값 상승세 지속…인구 이동 증가할 듯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서울 시내 한 부동산. 2024.02.12.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에서 전세로 사는 회사원 김모(38)씨는 오는 6월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두고 경기도 과천과 안양, 수원에서 새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 임대인이 직접 실거주할 테니 집을 비워달라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또 김씨의 현재 보증금으로는 마포에서 전셋집을 구할 수 없다. 김씨는 출퇴근 불편을 감수하더라도 경기도로 거처를 옮기기로 했다.
김씨는 "고금리에 추가로 대출을 받는 건 무리"라며 "전셋값이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너무 많이 올라 아내와 상의 끝에 경기도로 집을 옮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1주 연속 상승한 가운데 지난해만 서울에서 32만명 이상이 전출하는 등 '탈서울'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 사기와 집값 하락 등의 영향으로 전세 수요가 급증하면서 전세 임차인들이 서울에서 수도권으로 옮겨가고 있다.
지난해 서울을 떠나 경기도와 인천으로 전입한 인구가 30만 명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국내인구이동'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에서 경기와 인천으로 전입한 인구는 총 32만5317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서울에서 경기도로 전입한 인구는 27만9375명, 인천은 4만5942명으로 나타났다.
전체 인구이동 사유를 보면 주택(34%)이 가장 많았고, 뒤이어 가족(24.1%)과 직업(22.8%), 교육(5.7%), 주거환경(5.1%)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러 꺾이지 않으면서 자금 부담이 커진 수요자들이 서울과 인접한 경기, 인천 지역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실제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가 감소했지만,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 거래량은 증가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의 전세 거래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월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건수는 총 1만1699건으로, 지난해 12월(1만3239건) 대비 11.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경기도와 인천의 전세 거래량은 1만7467건, 3135건으로 전월보다 각각 2.4%, 6.7% 증가했다.
지난해 5월 이후 누적 상승률로 따지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4.20% 올랐다. 같은 기간 매매가격이 1.52% 오른 것과 비교하면 전셋값 상승세가 더욱 가파르다. 성동구(8.58%)가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올랐고, 송파구(7.17%), 양천구(5.73%), 동대문구(5.15%), 마포구(4.86%) 순으로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전세 사기와 부동산 경기 침체 등의 여파로 서울 아파트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보다 저렴한 전세를 찾으려는 임차인들이 서울 외곽 이동이 계속될 것이란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서울 아파트의 지속적인 전셋값 상승으로 인구 이동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 아파트 값과 전셋값이 치솟으면서 주거 불안이 커진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주거비용이 낮은 경기도 지역의 중저가 아파트를 매매하거나 전셋집을 찾고 있다"며 "서울에서 시작된 주거 불안이 수도권을 거쳐 외곽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만성적인 수급불균형 문제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주거 불안이 수도권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는 것"이라며 "꾸준한 주택 공급을 통한 수급 불균형 해소가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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