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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두 주관사 모럴해저드 논란, 다른 기술 상장은 어땠나

등록 2023.11.21 14:51:17수정 2023.11.22 08:5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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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5개 기술특례상장 주관

실적 추정 대부분 틀려…수수료는 다 받아

파두 주관사 모럴해저드 논란, 다른 기술 상장은 어땠나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 파두의 실적 쇼크로 부실 상장 의혹이 제기된 가운데 주관사에 대한 책임론이 집중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대표 주관사인 NH투자증권은 최근 2년간 5개의 기술상장을 주관했다. 이 중 대부분이 실적 추정치와 실제 실적 간의 괴리감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모가가 높아질 경우 주관사가 받아가는 수수료가 늘어나 '모럴 해저드'가 발생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1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거래소는 기술특례상장의 주관사 책임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을 예고했다.

최근 3년 이내 상장을 주선한 기술특례상장 기업이 상장 후 2년 이내에 관리종목 또는 투기환기 종목이 지정되거나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할 경우, 주관사가 추후 기술특례상장을 주선할 때, 환매청구권(풋백옵션)을 부과한다. 또 의무인수주식 보호예수를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한다.

제도 개선 예고는 지난 7월 기술특례상장 제도 개선방안 발표에 따른 후속 조치이나 최근 논란이 된 파두의 영향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조 단위 대어로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파두는 지난 2~3분기 실적이 크게 급감했다.

회사 측 보고서에 따르면 파두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3억2081만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97.6% 급감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44억원 손실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42억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이 715% 확대됐다.

특히 2분기 매출액이 5900만원을 기록했고, 영업손실은 152억7500만원에 달했다. 하지만 파두의 청약이 이뤄진 7월, 2분기 실적이 증권신고서와 투자설명서에 반영되지 않았다.

주관사의 기업실사가 6월29일까지 이뤄졌으나 2분기 실적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는 점에서 매출 부진을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만 NH투자증권은 3월초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2분기 실적을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2년간 기술상장 주관 5사…실적 추정과 현실 괴리감 있어

NH투자증권은 지난해부터 올해 현재까지 상장된 기술특례 상장사 가운데 5개사의 대표주관업무를 수행했다. 지난해에는 루닛, 에이프릴바이오, SAMG엔터 등의 상장을 주관했고, 올해에는 파두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대표주관사였다.

루닛의 기업공개 추진 당시 NH투자증권은 루닛이 2022년 회계연도에 영업수익 207억원을 기록하고 475억원의 영업손실이 나타날 것으로 추정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영업수익 139억원에 그쳤고, 영업손실은 486억원으로 추정치를 소폭 상회했다.

에이프릴바이오의 경우, 2022년 회계연도의 매출액이 184억원, 영업손실 27억원을 추정했으나 실제 매출액은 2억원에 불과했고, 영업이익은 115억원 손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장한 SAMG엔터의 2022 회계연도 실적 추정은 매출액 832억원, 영업이익 83억원이었으나 실제로는 매출액 683억원, 영업손실 3억6300만원으로 집계됐다. 당기순이익도 추정치였던 115억원 손실 대비 적자폭이 확대된 230억원 영업손실로 나타났다.

올해 3월말 상장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은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이 공동대표주관사로 참여했다. 지난해 4월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해 지난해말 예비심사 승인이 났고, 1월말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비교적 지난해 실적 추정이 실제치와 근접했다.

당시 주관사들은 지아이이노베이션이 지난해 35억원의 영업수익을 기록하고, 68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 영업수익은 35억원으로 동일했고, 영업손실은 680억원으로 추정치 대비 양호했다.

또 올해 매출액 추정치는 109억원이었다. 다만 지난 3분기까지 지아이이노베이션의 누적 매출액은 5억8700만원으로 큰 괴리감을 보이고 있다.

실적쇼크로 논란이 된 파두의 경우, 주관사의 올해 실적 추정치는 매출액 1203억원, 영업이익 1억1100만원이다. 하지만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180억원, 영업손실은 344억원으로 집계됐다.

주관사 수수료 극대화 전략…공모가 부풀리기 지적도

NH투자증권은 이번 파두 논란에 대해 회사 측도 예측하지 못했던 실적을 주관사가 알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또 올해 실적보다 내년과 오는 2025년 실적을 집중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가는 내년과 2025년 추정 당기순이익을 적용한 주가수익비율(PER)을 통해 산출했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은 당장의 매출이익이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 아닌 기술력을 갖춘 기업을 상장 시키기 위한 취지로 도입된 제도"라며 "올해 매출 실적에만 포인트 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전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상반기 법률적 검토를 제대로 하지 않아 명예를 구긴 바 있다.

지난 5월15일과 같은달 17일, 엔에이치기업인수목적23호와 엔에치기업인수목적25는 합병결정을 철회한다고 공시했다. 두 스팩은 비상장 벤처캐피탈인 HB인베스트먼트와 캡스톤파트너스와 합병할 예정이었다.

두 스팩의 발기인으로 제3의 창업투자회사가 참여하고 있어 합병 철회로 이어졌다. 벤처투자법에 따르면 창업투자회사가 다른 창업투자회사의 지분을 보유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의 한 관계자는 "공모가를 높이게 되면 기업은 더 많은 금액을 모집할 수 있고, 주관사는 이에 상응하는 수수료를 받아가게 된다"며 "이런 이유로 기업과 주관사는 모두 공모가를 높이려는 니즈가 생기게 되는데 이런 '모럴 해저드' 의혹이 있는 주관사에 한해 풋백옵션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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