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취임 1년…"존재감 없었다" vs "임기말 관리형으론 제격"
【세종=뉴시스】이윤희 기자 =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우여곡절 끝에 오는 13일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왕 부총리로 일컬어진 최경환 전임자의 바통을 이어 받은 유일호 부총리는 무색무취한 리더십과 함께 구조조정에 대한 혹독한 평가 등으로 1년 내내 순탄치 않을 길을 걸었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부총리 직에서 사실상 물러났다가, 황교안 대통령 권한 대행에 의해 재신임되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경제현안에 밝은 원칙주의자이자, 무리하지 않는 스타일로 인해 오히려 '관리형 부총리'로서는 적임자라는 긍정적 평가도 많이 나오고 있다.
유 부총리가 우리경제의 키를 잡은 지난해 1월 우리 경제의 앞길에는 험로가 펼쳐져 있었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더불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커져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 내부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와 주력산업의 경쟁력 약화로 대대적인 수술이 불가피했다.
악재가 이어졌다. 세간의 예상을 깨고 브렉시트가 현실화된 가운데 미국 대선에서는 도날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했다. 미국은 실제로 지난해 말 금리를 인상하면서 향후 인상 속도를 높일 것을 암시했다. 내부적으로는 산업 구조조정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무엇보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해 국정운영에 짙은 암운이 드리웠다.
험로를 걸어온 유 부총리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반대로 이런 모습이 정권 말기 상황과 맞아떨어져 우리 경제에 득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보다는 물 흐르는 듯한 자세로 우리 경제를 관리했다는 평가다.
◇무색무취 리더십…"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
유 부총리는 전임자였던 최경환 전 부총리와 차이가 극명했다. 성패를 떠나 최 전 부총리가 저돌적으로 일을 추진했다면 유 부총리는 구조개혁 등 정부가 기존에 내세운 정책 방향을 따라가는데 중점을 뒀다.
신중함의 발현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경제 수장으로서 갖춰야할 큰 그림이나 카리스마가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단력있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무게감은 물론 책임감도 없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경제지표 상으로도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수출이 2년 연속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인 가운데 정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내리막을 걸었다. 정부는 2015년 12월 지난해 경제성장률을 3.1%로 전망했으나, 1년 만에 0.5%포인트 낮춘 2.6%로 하향조정했다. 사실상 목표 달성에 실패한 셈이다.
유 부총리 역시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서 성과의 우선순위는 경제지표다. 지난해 연말 (1년을)돌이켜보니 경제지표가 참 뚜렷이 좋은게 없어 무엇을 잘했다 말하기 그렇다"며 "목표성장률을 하회한 것이 아쉽다. 솔직히 기왕이면 3.3% 정도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다"고 아쉬워했다.
유 부총리가 역점을 두고 추진했던 구조개혁이나 구조조정도 신통치 않았다.
구조조정 과정에서는 끊임없는 잡음에 시달려야했다. 한진해운이 구조조정에 실패해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 방침은 다음 정권으로의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을 받았다. 아울러 구조조정 작업의 주도권을 쥐지 못하는 인상을 남겨 컨트롤타워 논란을 부르기도 했다.
김상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존재감이 없고 아무것도 한 것이 없다"며 "사안에 대해 책임지고 결정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흐르는 물처럼…"정권 말 관리에 적합"
'무색무취'의 운영 스타일이 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도 있다.
박근혜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되고,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새로운 것을 좇기보다는 관리에 방점을 찍었다는 관점이다. 흐르는 물처럼 우리 경제를 무리없이 끌고갔다는 분석이다.
대내외 악조건이 이어지는 가운데 유 부총리는 나름대로 대응책을 마련해 경기 부양에 나섰다. 지난해에만 두 차례 추경과 한 차례 재정보강을 실시하기도 했다.
유 부총리 스스로도 "경기 하방리스크를 최대한 막아보려고 노력을 많이하고, 경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려했다"고 돌아봤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무리하지 않고 일을 벌이지 않는 것이 유 부총리의 트레이드 마크다. 단점이지만 장점이 될 수도 있는데 정권 말기라 좋게 작용했다"고 평했다.
◇탄핵안 가결후 빨라진 발걸음
대통령 탄핵 정국이 열리면서 유 부총리의 행보에 변화가 감지됐다.
유 부총리는 지난해 말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후임자로 내정되면서 활동폭을 좁혔으나,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후 적극성이 늘었다. 지난해 말 직접 기자실을 찾아 "제가 컨트롤타워가 되고 경제팀이 혼연일체가 돼 경제 민생 살리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공언했을 정도다.
유 부총리는 대통령 직무정지로 사실상 우리나라 경제 최고 책임자가 됐다. 보폭을 늘리면서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 9일에는 미국을 방문해 해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우리 경제 알리기에 나섰다. 10일에는 로이드 블랭크파인 골드만삭스 회장과 스티븐 슈워츠만 블랙스톤 회장을 연이어 만나고, 11일에는 뉴욕에서 한국경제설명회를 개최했다.
유 부총리는 해외투자자들과 글로벌 금융회사 인사들에게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에도 불구, 한국 경제는 이를 헤쳐나갈 능력이 있다. 앞으로도 적극적 거시정책, 구조조정, 가계부채 관리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의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제 수장으로서 흔들리지 않고 경제를 끌고가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문제는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수출 부진을 뒷받침했던 내수가 둔화세로 접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대외 불확실성은 높아지고 있다. 당장 오는 20일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통상환경에 큰 변화가 예상되고 중국, 일본과의 경제외교에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 부총리는 이달 초 열린 기재부 시무식 신년사에 결연한 의지를 담았다. 그는 "(기재부)여러분 한명 한명이 최후 방어선이다. 여러분이 무너지면 우리 경제도 무너진다는 책임감과 긴장감으로 올 한해를 헤쳐나가자"며 경제팀의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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