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환의 스크리닝]SNS, 공포가 되다…영화 '언프렌드'
【서울=뉴시스】영화 '언프렌드'의 한 장면.
기괴한 분위기도 모자라 SNS까지 섬뜩한 사진과 글들뿐이어서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마리나는 평소 동경하던 로라를 이 세상에서 단 한 명뿐인 '친구'로 맞은 뒤 그에게 무서울 정도로 집착한다.
처음에는 친구로 받아들였지만, 서서히 마리나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된 로라는 자신의 생일 파티에 오겠다는 그에게 "남자친구와 단둘이 보내려고 한다"며 거절한다.
그러나 그건 거짓말이었다. 로라는 남자친구 '타일러'(윌리엄 모즐리)와 절친한 친구들과 파티를 연다.
SNS 시대에 비밀이 있을 리 만무한 일. 파티에 참석한 로라 친구의 SNS를 통해 행복한 생일 파티 모습은 공개돼 버리고, 이를 보게 된 마리나는 로라에게 분노한다.
급기야 로라가 마리나를 언프렌드(친구 삭제)하자 마리나는 끔찍한 자살 동영상을 남긴 뒤 사라진다.
이 동영상은 어떤 방법을 통해서인지 로라의 SNS에 자동으로 업로드된 뒤, SNS를 타고 로라의 SNS 친구들에까지 전파된다."
독일 호러 영화 '언프렌드'(감독 시몬 베호번)의 줄거리다.
지난 2월9일 국내에서 개봉해 약한 배급력 탓인지 약 3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긴 했지만, 이 영화는 SNS가 필연적으로 잉태한 문제점을 여실히 깨닫게 하기에는 충분했다.
누구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스토리 등 SNS를 통해 지금 이 순간 자신이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거리낌 없이 공개한다.
평소 주변 사람과 별다른 대화도 하지 않고, 인간관계도 그리 깊게 맺지 않는 사람인데도 SNS에서는 180도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일면식도 없는 SNS 친구와 스스럼없이 대화하고 근황을 궁금해하며 관심사를 나눈다.
전혀 모르는 사람과는 얼마든지 친구를 맺으면서 매일 함께 생활하는 직장 상사나 선배가 SNS 친구를 맺으려 하면 부담스러워 하거나 심지어 거부하기까지 하는 사람도 적잖다.
SNS는 인간관계 확대 등 장점도 많지만, 갖가지 단점도 노출한다.
친구가 늘어나지 않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 새로운 게시물에 '좋아요'가 붙지 않을 때의 실망감, 어떤 사진이나 무슨 글을 올려야 하는지에 관한 고민 등은 약과다.
나보다 월등히 행복하게 사는 듯한 동년배 동성을 부러워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기·질투하며 괜한 상처를 받는다. 그러다 자신의 SNS가 초라하게 느껴져 남의 SNS에 올라온 글, 사진 등을 훔쳐다 자신의 것처럼 꾸미면서 허세를 부리는 사람도 있다,
마음에 드는 이성의 SNS를 집요하게 살펴보고 이를 이용해 스토킹하는 사람도 존재한다. 특정인의 SNS만 제대로 분석하면 그 사람이 어디에 자주 가고, 무엇을 좋아하며, 어떤 것을 잘 먹는지를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는 탓이다. 북한 노동당 위원장 김정은의 이복형 김정남이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북한 킬러들에게 암살을 당했던 것도 김정남이 '김철'이라는 가명으로 해온 SNS 활동을 통해 그들이 그의 동선을 파악한 탓이라는 분석까지 나올 정도다.
세상 모든 것이 그렇지만, SNS 역시 잘 사용하면 만병통치약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잘 못 하면 김정남의 목숨을 앗아간 VX를 능가하는 치명적인 '독'이 된다. 이번에도 약이 될지, 독이 될지는 쓰는 사람의 선택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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