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새' 김보라 감독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영화 '벌새'
'벌새'는 전 세계 영화제에서 25관왕에 오른 작품으로, 개봉 전부터 큰 관심을 받았다. 개봉 후에는 실 관객의 호평에 힘입어 장기 상영을 이어 왔다.
연출을 맡은 김보라 감독은 10만 관객 돌파 기념으로 자필 편지를 공개했다. 김 감독은 자필편지에서 "한국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을 때가 많았다. 하지만 내가 예민한 게 아닐까 체념하고 어떻게든 다시 적응하려 노력했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하지만 영화를 세상에 나누고 알았다. 모두가 자기 안에 '이상하고 예민한 은희들'을 갖고 있음을. 그 '은희들'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을 때, 저는 놀라고 감사했다. 영화가 개봉되고 당신들에게 받게 된 답장은 나를 깊게 위로해 줬다. 위로라는 말로는 부족한 어떤 만남이었다"라고 적었다.
김 감독은 "수많은 은희들이 나눠 주셨던 이야기에 때로 혼자라고 느꼈던 많은 밤들이, 꽁꽁 얼어붙었던 몸과 마음이 녹는 것 같다. 이 온기는 앞으로 제 삶에서 생생하게 살아있을 것이다. 마치, 영지가 남긴 온기로 앞으로 잘 살아갈 은희처럼"이라고 편지를 마쳤다.
영화 '벌새'는 1994년 알 수 없는 거대한 세계와 마주한 14살 은희의 아주 보편적이고 가장 찬란한 기억의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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