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이주명 "내 연기 오글거려 했는데, 가족도 인정 뿌듯"
이주명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탤런트 이주명(29)은 tvN 종방극 '스물다섯 스물하나'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처음 극본을 받았을 때 '꼭 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오디션도 욕심이 났다. "너무 잘 보고 싶어서 덜덜덜 떨었다"고 할 정도다. 데뷔 후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부담감은 잠시 뿐이었다. 태양고 반장 '지승완'으로 분해 존재감을 드러냈고,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가족들도 인정한 작품이라며 "이전에는 내 연기를 보고 오글거려 했는데 유일하게 같이 울고 웃어줘 뿌듯하다"고 했다.
"처음 기획안과 극본을 봤을 때 유서로 캐릭터를 설명해 신선했다. 정지현 PD님과 권도은 작가님이 오디션에서 '잘 할 수 있겠어요?'라고 물었을 때 1초도 고민 없이 '네. 잘 할 수 있어요'라고 얘기했다. 작가님이 엄청 쿨한데 끝나고 '잘했다, 지승완'이라고 하더라. 말투가 딱 이렇다. 작가님이 얼마나 승완이를 아꼈는지 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캐릭터라고 해 부담감을 안고 잘 그려내고 싶었다. (격려해줬을 때) 뒤에서 눈물이 찔끔 났다."
이 드라마는 1998년 시대에 꿈을 빼앗긴 청춘들의 방황과 성장을 그렸다. 전교 1등인 승완은 똑 부러지고, 불의를 보면 참지 못했다. 후반부에서 폭력 교사를 고발하고 자퇴해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주명은 "캐스팅됐을 때 PD님과 작가님이 얘기해줘 대충 짐작했다. 후련했고 대만족한 장면"이라며 "실제로는 승완이와 40% 정도 비슷하다. 전교 1등도, 반장도 해본 적이 없지만 승완이처럼 하고 싶은 게 있으면 끝까지 밀어붙이는 편이다. 승완이는 자신이 하는 말, 행동에 확신이 있다. 연기하면서 통쾌했고 많이 배웠다"고 돌아봤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엄마(소희정)에게 자퇴 얘기를 꺼내는 신을 꼽았다. "그 신 고민을 엄청 많이 했다. 항상 단단하고 어른스러워 보이던 승완이가 처음으로 어린 아이, 학생처럼 보였다. 한 번도 드러내지 않은 마음을 꺼냈을 때 주체할 수 없는 감정을 누구나 느껴봤을 것"이라며 "서러움, 미안함 등 북받치는 감정을 찾으려고 애썼다. 촬영장에서 소희정 선배 눈을 마주쳤을 때 '극본 그만 보고 방금 느낀 눈빛, 감정을 따라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선배가 리드를 잘 해줘 더 뭉클하게 나왔다"고 설명했다.
러브라인이 없어서 아쉽지는 않았을까. 절친인 '문지웅'(최현욱) 혹은 태양고 방송부 선배 '백이진'(남주혁)과 로맨스를 기대한 시청자도 많았다. "러브라인이 있는 연기를 해보고 싶었지만, 승완이는 없는 게 더 매력적인 것 같다. 승완이 매력을 돋보이게 하는 장치 아닐까 싶다"며 "캐릭터로 봤을 때 이상형은 지웅이가 가깝다. 티격태격하면서 코드가 맞는 사람이 좋다. 센스 있고 재미있는 사람을 좋아한다"고 귀띔했다.
태양고 5인방의 호흡은 최고였다. 김태리(32)부터 남주혁(30), 그룹 '우주소녀' 보나(27·김지연), 최현욱(20)까지 "거의 또래라서 재미있게 촬영했다"며 "방송에서도 친근함이 그대로 보여서 사랑받을 수 있었다"고 짚었다. 분위기 메이커는 김태리라며 "언니가 현장에서 리드를 많이 했다. 지금은 '태리 언니'라고 편하게 얘기하지만, 첫 촬영 때 너무 떨렸다. 언젠가 꼭 같이 연기하고 싶었던 선배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혹시 언니도 이랬어?'라고 하니 '어떤 배우든 치열하게 준비하고 고민하면 떨리는 게 당연하다. 잘하고 있는 거다'라고 얘기해줘 편하게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나희도'(김태리)를 연기했으면 어땠을까?'라는 상상도 한 적이 있다. '내가 희도, 유림 중 누구와 닮았을까?' 생각했다며 "유림이랑 더 비슷한 것 같다. 유림이는 많이 표현하지 않고, 혼자 짊어지려고 하는 모습이 강했다. 나도 연기를 하면서 조금 바뀌었지만, 유림과 비슷한 성향을 지녀 공감했다"고 털어놨다.
이주명에게 스물다섯 스물하나는 '제2의 청춘'이다. "이 드라마를 하지 않았으면 한 번밖에 겪어보지 못할 학창 시절을 다시 한번 경험했다. 난 나이가 조금 있어서 더 감사하고 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며 "태양고 4인방과 이진 선배 역시 나의 추억이 됐다. 때때로 나의 청춘, 옛날 향수가 그리울 때 다시 꺼내 보고 싶다. 나의 청춘은 이제 시작 아닐까. 바로 지금이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이주명은 대학에서 항공운항과를 전공해 승무원을 꿈꿨다. 모델 일을 하다가 2016년 영국 4인조 밴드 '프렙'의 '후즈 갓 유 싱잉 어게인' 뮤직비디오에 출연했다. 2019년 드라마 '국민 여러분'을 시작으로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즌1(2020) '미씽: 그들이 있었다'(2020) '카이로스'(2020) 등에서 연기력을 쌓았다.
스물다섯 스물하나가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10배 늘어 80만명을 넘었다. SNS와 커뮤니티에는 이주명의 일상 사진과 슬의생에서 '김준황'(정경호) 전 여자친구로 나온 '짤'(인터넷상에서 사진이나 그림 따위를 이르는 말) 등이 돌아다니고 있다. "'정경호 전 여친이야? 같은 사람 맞아?'라고 해 놀랐다. 이번 드라마를 통해 신기한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어떤 신이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연기자가 된 걸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다. 이 드라마를 찍기 전 연기는 정답이 없는데 '내가 잘하고 있나?' '옳게 가고 있나?'라는 고민을 많이 했다. 승완이를 통해 배운 게 '확신을 갖자'다. 이번에 많은 사랑을 받아서 조금 더 용기를 갖게 됐다. '조금 더 열심히, 즐겁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앞으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차갑고 시크해 보인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소탈하고 망가진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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