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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신카이 마코토 "내 영화는 여전히 불완전해"

등록 2023.04.28 0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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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 '스즈메의 문단속' 누적 500만명↑

신카이 마코토 감독 두 달만에 재내한

"봉준호 영화에 비하면 내 영화 부족해"

"한국 관객 참 다정해…좋게 봐줘 감격"

전 세계 누적 3000만명 매출 2260억원

"일본 애니메이션 과거보다 더 성장해"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4.27. bluesoda@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진아 기자 =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27일 서울 용산구 노보텔 스위트 앰배서더 서울 용산에서 열린 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04.2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올해가 아직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2023년 영화계를 이야기할 때 빠질 수 없는 키워드 중 하나는 일본 애니메이션의 약진일 것이다. 코로나 사태가 절정이던 2021년 1월 공개된 '극장판 귀멸의 칼날:무한열차편'이 218만명을 끌어모으며 심상치 않은 잠재력을 보여준 일본 애니메이션은 2023년 그간 응축한 힘을 폭발시켰다. 지난 1월 개봉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450만 관객을 넘긴 데 이어 지난달 초에 나온 '스즈메의 문단속'(497만명)이 500만 관객 돌파를 사실상 확정했다. 올해 공개된 한국영화 중 100만명 이상 본 작품이 한 편 뿐인 극장가 상황을 봤을 때, 1000만 영화가 나온 것 이상 의미가 있는 사건이었다.

올해 일본 애니메이션의 진격을 이끈 사람 중 한 명이 바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新海誠·50)이다. 신카이 감독의 '스즈메의 문단속'은 먼저 공개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의 기록을 어렵지 않게 넘어서며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화를 통틀어 역대 국내 개봉 일본 영화가 흥행 1위 기록을 세웠다. 이전 기록 역시 그가 2016년에 내놓은 '너의 이름은.'(382만명)이 갖고 있었다. 지난 3월8일 '스즈메의 문단속'이 국내 개봉했을 때 홍보 차 한국에 왔던 신카이 감독은 '만약 이 영화가 300만명을 넘기면 다시 한국에 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이 약속을 지키기 위해 27일 다시 내한했다.
[인터뷰]신카이 마코토 "내 영화는 여전히 불완전해"


신카이 감독은 '너의 이름은.'(2016) '날씨의 아이'(2019) '스즈메의 문단속'(2022)으로 이어지는 '재난 3부작'을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성공시키며 거장 반열에 올라섰다. 일본 내에서 뿐만 아니라 한국 등 해외에서도 미야자키 하야오 다음은 신카이 마코토라는 평이 나올 정도다. 이날 서울 용산구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한 신카이 감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영화는 아직 불완전하다"며 자신을 낮췄다. 이어 그는 "'스즈메의 문단속'을 이렇게 좋아해준다는 게 참 감격적이고 신기하기하다"고 덧붙였다. "한국 관객은 참 다정한 것 같습니다. 봉준호 감독 영화와 비교하면 제 영화는 매우 불완전해요. 이렇게 불완전한 영화를 보고도 자신이 얻을 수 있는 메시지를 발견하고 마음으로 받아 들여준 걸 보면 한국 관객은 참 다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신카이 감독은 '스즈메의 문단속'이 500만 관객을 넘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도 앞서 공개된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흥행하면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을 거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이 영화가 이처럼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한 가지만 있는 건 아닐 것"이라며 "재해를 당하고 상처를 입은 한 소녀가 마음을 회복해 간다는 이야기가 한국의 젊은 관객의 마음을 움직인 것 같기는 하다"고 짚었다.

신카이 감독의 '재난 3부작'이 높은 평가를 받은 건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깊은 상처와 씻을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 이들의 마음을 애니메이션 영화의 대중성을 놓치지 않으면서 위로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중 '스즈메의 문단속'은 동일본 대지진을 가장 직접적으로 그려내며 일본인들의 고통을 치유하려는 시도를 보여줬다. 신카이 감독은 동일본 대지진을 애니메이션으로 직접 다루기 위해서는 10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하면서 그 대재난이 남긴 상흔을 여전히 지우지 못한 이들의 마음에 다시 상처 주지 않기 위해 고민을 거듭하며 이번 영화를 연출했다고 했다.

"직접적인 묘사는 하지 않았습니다. 쓰나미가 덮치는 순간이라든지 지진이 일어나는 모습 같은 것 말이죠. 살아 있는 사람과 세상을 떠난 사람이 재회하는 이야기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론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는 흔히 만들어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현실 속에서 불가능한 일을 그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일본 극장에선 상영 전 주의 사항을 내보내기도 했습니다. 이 영화엔 지진 경보가 나오고 지진이 발생하는 얘기가 담겼다고요. 우연히 아무 정보 없이 이 영화를 봤다가 충격을 받는 분이 없기를 바랐습니다." 신카이 감독의 세심한 배려는 관객의 호응으로 이어졌다. '스즈메의 문단속'은 일본 포함 전 세계 42개 나라에서 누적 관객수 3000만명을 넘어섰다. 누적 매출액은 225억4000만엔(약 2260억원)에 달한다.
[인터뷰]신카이 마코토 "내 영화는 여전히 불완전해"


이날 간담회에선 일본 애니메이션 전반에 관한 질문도 나왔다. 신카이 감독이 일본을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연출가이다보니 현재 일본 애니메이션이 나아가고 있는 방향에 관한 얘기가 언급된 것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한국 극장가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렸지만, 과거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지브리 스튜디오가 전성기를 누리던 1990년대~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줄었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자기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는 한없이 자신을 낮추던 신카이 감독이었지만,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감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그는 만화를 기반으로 한 IP(Intellectual Property·지식 재산)가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등으로 확장되는 현 상황을 볼 때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은 예전보다 오히려 더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제 작품이 많은 관객을 동원한 건 맞지만 전체 일본 애니메이션 시장을 생각하면 아주 미미한 부분일 뿐입니다. 최근엔 일본의 만화 원작 애니메이션이 전 세계에 퍼지고 있어요. 이를 위해 일본 만화 업계는 10~15년 전부터 제작과 배급 양쪽에서 노력을 해왔고, 그 결실을 지금 맺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 일본 애니메이션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카이 감독은 간담회를 마친 뒤 곧바로 극장에 가서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러 온 한국 관객을 만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 관객과 재회해 이 영화를 왜 좋아하는지, 이렇게 많이 봐주는 건지 직접 얘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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