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vs배우]뮤지컬 '영웅' 안중근…안재욱·이지훈
【서울=뉴시스】안재욱, 뮤지컬 '영웅' 안중근 역. 2017.02.21.(사진=에이콤 인터내셔날 제공) [email protected]
2009년 초연 이후 벌써 8번째 시즌이다. 공연때마다 안중근을 누가 맡느냐에 관심이 쏠린다. 올해 새로운 안중근은 '원조 한류스타' 안재욱(46)과 '꽃미남 가수' 이지훈(38)이 변신했다. 이미 이 역으로 스타덤에 오른 정성화(41), 양준모(37)와는 다른 매력으로 주목 받고 있다.
단지 동맹에서 결연함,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한 뒤 뤼순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언도받을 때의 당당함 등 안중근 의사의 참된 면모가 배우의 몸짓과 말투로 입체적으로 살아나고 있다.
남자 중창의 멋스러움과 비장함을 겸비한 뮤지컬 '영웅'을 통해 드러나는 안재욱과 이지훈의 매력과 차이점을 톺아본다.
◇안재욱, 차분하고 호소력 짙은 중후함
'영웅'에서 그의 호소력 짙은 노래의 결은 한층 세밀해졌다는 평이다.
안중근 역을 맡은 배우들이 주로 성악 발성을 사용한 '영웅'의 넘버는 어렵기로 소문이 났다. 안재욱은 배우답게 이를 따라 하기보다 정확한 발성, 차분한 호흡으로 자신만이 해석이 담긴 넘버를 들려준다.
'영웅'의 하이라이트인 '누가 죄인인가'에서 특히 빛을 발한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영웅'
안중근 의사와 같은 순흥 안씨라는 안재욱은 "안중근 의사 역에 대한 기대감, 책임감, 남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고백하며 자부심을 보였다.
안재욱은 믿고 보는 배우다. 연기력은 이미 검증이 됐다. 드라마 '별은 내 가슴에'(1997)를 통해 한류스타 거듭나기 전부터 드라마 '눈먼새의 노래' 등을 통해 연기자로서 인정받았다.
1990년대부터 '아가씨와 건달들' 등 뮤지컬에 출연한 안재욱은 2009년 '살인마 잭'(잭더리퍼)을 통해 본격적으로 뮤지컬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이미 몇장의 솔로 앨범을 발매하는 등 가수로도 인기를 누렸던 그다. 이후 '락 오브 에이지' '태양왕' '황태자 루돌프' 등의 뮤지컬에 출연한 그는 하지만 노래보다 연기력에 방점이 찍혔다.
안재욱이 노래도 잘하는 뮤지컬배우라는 도장을 확실히 찍은 건 창작뮤지컬 '아리랑'을 통해서다.
조정래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지난 2015년 초연한 이 뮤지컬에서 나라의 독립을 위해 애쓰는 의식 있는 양반 '송수익'을 맡아 연기력 못지않은 호소력 짙은 노래를 선보였다. 나라를 향한 애절한 마음이 그의 노래로 치환될 때 절실함이 더해졌고, '안재욱의 재발견'이라는 평을 받았다. '황태자 루돌프'를 통해 연인 사이로 발전한 뮤지컬배우 최현주와 지난 2015년 결혼했는데, 같은 해 뮤지컬배우로서 전성기의 새장을 열고 중후한 모습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다.
【서울=뉴시스】이지훈, 뮤지컬 '영웅' 안중근 역. 2017.02.21.(사진=에이콤 인터내셔날 제공) [email protected]
'영웅'은 이지훈을 업그레이드 하고 있다. 지금까지 그가 감당해온 역 중 가장 무게감이 있는 캐릭터다. 이전과 다른 발성법부터 그가 도전해야할 부분이 한두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부담과 책임을 갖고 이 역할에 임했다는 전언이 계속 들려왔다.
그 노력이 통했다. 이지훈이 가장 빛나는 무대는 1막 마지막 '그날을 기약하며'다.
독립운동을 함께 하는 동료들과 대형을 이뤄 비장미 넘치게 부르는데, 이때 가장 돋보인다.
무대 중앙 앞에서 이 대열을 이끄는 이지훈은 훤칠한 외모로 안중근의 청년 시절을 끌어낸다. 이 모습은 특히 젊은 나이에 조국을 위해 목숨을 아낌없이 내던진 안중근의 마음과, 독립운동을 하던 선조들의 마음을 와락 와닿게 한다.
이지훈은 1996년 '왜 하늘은'으로 데뷔하자마자 수려한 외모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2006년 '알타보이즈'로 뮤지컬에 데뷔한 이후에는 '가수의 틀'을 벗기위한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뮤지컬 무대는 꽃미남 가수였던 그를 성장시켰다. '에비타'의 혁명가 '체 게바라', 뮤지컬 '엘리자벳'의 무정부주의자 '루케니', 뮤지컬 '라카지'에서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이겨내는 '앨빈', 뮤지컬 '프리실라'의 드래그퀸 '틱', 뮤지컬 '위키드'에서 바람둥이 '피에로', 뮤지컬 '벽을 뚫는 남자'에서 평범한 우체국 직원 듀티율…. 겹치는 캐릭터 없이 종횡무진 무대를 누볐고, 관객들이 이지훈을 배우로 보기 시작했다.
【서울=뉴시스】뮤지컬 '영웅'
천방지축·자유분방한 캐릭터이나 점차 음악가를 넘어서 자신이 원하는 걸 열망하는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는 캐릭터다.
"젊은 시절 모차르트처럼 객기도 부렸다"던 이지훈은 "상품으로 포장되면서 도망가고 싶은 적도 있었지만 뮤지컬을 만나면서 자신의 일을 찾게 됐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같은 해 라이선스 뮤지컬 '킹키부츠'의 찰리 역은 '이지훈의 재발견'이라는 수식을 달게 해준 작품이다. '모차르트!'를 통해 남자 원 톱으로의 가능성을 입증한 이지훈은 꿈이 없던 철없는 구두공장 사장 아들에서, 의젓한 리더로 성장하는 찰리의 옷을 완벽하게 입으면서 이 역을 '인생 캐릭터'로 만들었다.
이후 만난 '영웅'의 안중근을 통해 날마다 도전중이다. "죽음의 두려움 앞에 선 인간의 연약한 모습을 보여주다가, 사형대 올라서면서 장부가를 부를 때는 결연한 의지, 조국을 위해 몸 바친, 안중근 의사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끊임없이 발성연습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덕분에 대형 창작 뮤지컬 '영웅'은 흥행 열기는 꺾일 줄 모른다. KOPIS(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개막일인 18일부터 관객 5만5782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를 지키고 있다.
일제강점기 안중근 의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웅'은 탄핵정국을 맞은 현실속에서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국가'와 '영웅'의 의미가 무엇인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오는 26일까지 서울 공연을 마치고 지방으로 투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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