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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인생 60주년 안숙선 "진실하고 깊은 소리 위해 더 수련해야죠"

등록 2017.06.09 19: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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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안숙선, 명창. 2017.06.09.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숙선, 명창. 2017.06.09.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국악인생 60주년 심정은 다양해요. 근데 무엇보다 더 진실하고 깊은 소리를 내고, 수련을 하기 위해 시간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커요."

 '국악계의 프리마 돈나'로 통하는 안숙선(69) 명창이 올해 국악인생 60주년을 맞았다. 누구나 인정하는 국악계 거장이다.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에서 만난 안숙선 명창은 그러나 "크게 발전해서 '이만큼 돼 있다'라는 마음은 하나도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 산조 및 병창 예능 보유자인 그는 아홉살 때 주광덕 명인에게 소리의 기초를 배운 걸 기점으로 소리 인생을 시작했다.

 "건강해서 다양하게, 다이내믹하게 소리를 냈으면 하는 마음이죠. 그래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건강이에요. 예전에 겉핥기한 듯 소리낸 것이 듣기 싫어 제가 가진 테이프를 폐기처분하고 싶기도 하죠. 절(에서)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해요."

 197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 이후 타고난 성음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역을 도맡으며 일약 창극 명인으로 자리잡았다. 1986년 판소리 5바탕을 완창했으며 1997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23호 가야금산조 및 병창 예능보유자'로 지정됐다.

  1997∼2000년 국립창극단 단장 겸 예술감독을 역임했다. 2000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및 한국종합예술학교 전통예술원 성악과 교수로 후학 양성에 힘을 쏟았다.

  2013~2015년 국립국악원 민속악단 예술감독으로 재직했다. 현재 남원 춘향제 조직위원장을 역임하며 국내외 국제행사 및 활발한 공연활동 중이다.
 
 지난달 27일 클래식전용공연장인 롯데콘서트홀에서 이 공연장 첫 국악 공연이자 소리인생 60년을 기념한 공연을 선보였으나 기념 프로젝트를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연찮게도 올해 큰 프로젝트 두 개가 안숙선 명창에게 찾아왔다.
 
 우선 국립국악원(원장 김해숙)이 오는 22일 일본 도쿄 한국문화원, 24일 오사카의 나렛지 시어터에서 각각 올리는 작은 창극 '토끼타령'에 공연 전체를 이끄는 '명창' 역을 맡는다.  

 "판소리의 명인이 되기 위해서는 60년이 아니라 70년, 80년 소리를 연마해야 해요. 명창으로 만들어지기까지는 그렇게 시간이 걸리죠."

 안숙선 명창은 명창으로서 이름이 알려지기 전부터 주목받았다. 창극 배우 시절이다. 그는 실력은 물론 단아한 외모로 춘향, 심청 등 주연을 도맡았다.

 "판소리보다 창극은 대중성이 있어요. 판소리는 고수(鼓手)가 있지만 (사실상)혼자 하는 고도의 예술이라면 창극은 장면을 만들어 보여주는 것이어서 관객에게 쉽게 접근할 수 있죠. 제가 창극에서 심청이를 하면 손수건을 몇 장 챙겨가야 한다는 말도 있었죠. 호호. 창극의 모습이 변하는 점도 있지만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음악극이 있다면 창극입니다. 대중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을 하면서도 여기는 뿌리는 지켜야하죠."
 
【서울=뉴시스】 안숙선, 명창. 2017.06.09.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안숙선, 명창. 2017.06.09. (사진 = 롯데문화재단 제공) [email protected]

안숙선 명창은 이와 함께 현대차 정몽구 재단이 주최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주관하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에 3년째 참여한다.

 다음달 16일부터 18일까지 지리산 기슭 전북 남원시 비전마을, 전촌마을 등에서 '동편제마을 국악 거리축제'를, 8월18일부터 20일까지 강원 평창군 계촌마을에서 '클래식 거리축제'를 각각 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안숙선 명창은 특히 오는 7월에는 '명창 안숙선과 함께하는 판소리 마스터 클래스' 꿈나무 캠프를 개최한다. "일반적으로 국악을 접하기 힘들죠. 국악도 그렇고 클래식도 그렇고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장르일수록 계속 들으면 금방 동화가 됩니다. 올해가 3년째인데 관람객 수가 늘어나는 걸 보면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해요."

 칠순이 다 돼 가는 나이에도 다양한 프로젝트를 통해 국악 분야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소리인생 50주년을 맞았던 10년 전 자신의 소리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던 안숙선 명창은 "지금은 더 만족하지 못 한다"며 겸손해했다.
 
 "옛날과 에너지가 달라요.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이죠. 소리 공부를 너댓시간씩 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더 깊고 넓은 예술로서 승화할 수가 없거든요. 제가 노래를 하지 않고서는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가 없죠. 더 잘 먹으려고 노력하고, 체력을 튼튼히 하는데 최선을 다하려는 이유입니다."
 
 거장도 10대 때까지는 전혀 모르고 노래를 불렀다고 털어놓았다. 국립창극단에 들어가서야 '판소리 속에는 이런 정신이 담겨 있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이후 이름이 알려졌지만 당차게 한길만 파고들었다고 회상했다.

 "이름이 알려졌으니 안숙선 식당을 해보라는 말도 있었어요. 다른 것에 대한 유혹도 있었지만 그런 것에 시간과 정신을 빼앗기면 소리를 못할 거 같았죠. 제가 당찬 면이 있습니다. 호호."

 많은 것을 해왔음에도 여전히 젊음을 유지하는 안숙선 명창에게는 또 다른 꿈이 있다. "윤석화 씨가 홍대 앞 산울림 소극장에서 모노드라마를 한 적이 있어요. 너무 멋있더라고요. 제 나이에 가능할지 모르지만 모노드라마로 판소리가 다시 태어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른 장르로 관객이 판소리를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적극적으로 나서고 싶다는 마음이다. "춤도 추고, 정가도 부르고 다른 민요도 부르고요. 굉장히 슬프기도 하고, 음악도 다양하게 펼칠 수 있고···. 그런 것을 해보고 싶어요."
 예술세상 마을 프로젝트 예술감독인 이동연 한예종 교수는 "내년 4회째에는 안숙선 선생님 무대 인생 환갑을 기념하는 헌정공연을 기획해보려고 구상 중"이라고 귀띔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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