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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의 출발선, 이건범 ‘언어는 인권이다’

등록 2017.09.27 12:4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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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권리의 출발선, 이건범 ‘언어는 인권이다’

【서울=뉴시스】 신동립 기자 = “차별을 은폐하려는 용어 사용은 오히려 차별을 더 강화한다. ‘다문화주의’가 중요하다면서 여기저기서 다문화, 다문화를 떠들다 보니까 어느새 ‘다문화’는 외국 이주민 가족의 우스꽝스러운 별명이 되어 버렸다. 차라리 분명하게 정체를 알려 주는 ‘이주민 가족’이라 부르는 게 이들에게 필요한 사랑과 도움을 끌어내는 데에 더 유리하다. 사람은 빵만으로 살 수는 없다. 존엄한 인간으로 살아가도록 보장하려면 언어에서도 차별하지 않고 대등한 공동체 성원으로 대접해야 한다.”

한글문화연대 이건범(52) 대표가 ‘언어는 인권이다’를 냈다. 우리말과 한글은 우리 민족의 것이기에 소중하다는 기존의 민족주의 국어사랑 논리를 넘어선다. 민주공화국에서 국민의 알 권리를 보호하고 민주적 정치 참여를 보장하기 위해 국어를 사랑한다는 논리로 새로운 국어운동의 이념을 제시한다.

“‘싱크 홀’이나 ‘AED/자동제세동기’, ‘포괄수가제’처럼 국민의 생명과 재산과 권리, 국민주권을 다루는 말이 외국어와 낯선 한자어일 때 국민은 알 권리를 위협당하고 표현의 자유를 누리지 못한다. 이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평등권과 보건권, 근로의 권리, 소비자의 권리 또한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그리고 정치와 각종 공무 행정에서 사용하는 정책 용어가 어려울 경우에는 국민이 공론 형성에 참여할 기회를 막음으로써 결정적으로 민주주의 발전에도 장벽이 된다. 공무원과 사회 지도층은 자기 어머니도 알아들을 수 있는 쉬운 말을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국어사랑이 옅어진 데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고 분석한다. 하나는 민족 자주성을 외치며 한글전용과 국어순화를 시행한 박정희 시대의 국어정책이 긍정적 효과에도 불구하고 정치적 억압과 함께 다가감으로써 국민들이 이를 권위주의적 문화로 받아들였다는 점이다. 민주화 이후 이에 대한 반발로 ‘내 맘대로 말하면 어떠냐’는 태도가 퍼지게 됐다고 본다. 또 세계화와 함께 경쟁이 심해지면서 강자의 언어를 추종하는 경향이 강해져 ‘영어’라는 세계 최강 언어를 앞다퉈 사용하고 중시하며 권력관계에 따른 갑질 언어, 거친 말 사용이 늘었다고도 짚는다.

일상어로 들어오는 외국어 전문용어를 국가가 나서서 쉬운 우리말로 고쳐야 한다고 촉구한다. ‘전문용어 총괄위원회’를 설치, 대처하자고 제안한다.

“요즘 말로는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기본권을 누릴 연장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 이전에 남이 적어놓은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있어야만 그것이 법령이든 무엇이든 그에 비추어 자기 뜻을 밝히고 하소연이라도 할 것이다. 이는 ‘알 권리’의 출발선이다. 그러니 누구나 쉽게 배울 수 있는 글자를 만든 게 어디 보통 일인가? 훈민정음 서문이나 최만리 상소문, 세종실록 등의 글을 통해 우리는 세종께서 온 백성을 소통의 대등한 상대로 바라보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래서 세종의 민본정신을 요즘 말로 풀어 보라면 나는 머뭇거리지 않고 ‘인권 의식’이라고 답하고 싶다. 한글은 인권이다.“ 312쪽, 1만6000원, 피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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