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아홉번째 파도'·'오늘의 냄새' 外
◇'아홉번째 파도'
소설가 최은미씨의 첫 장편소설이다.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계간 문학동네에 연재된 작품으로(연재 당시 제목은 '척주'), 연재를 마친 뒤 200매가량의 원고를 덧붙이며 전면적인 개고를 거쳤다. 핵발전소 건립 문제로 촉발된 시장 주민소환 사건을 큰 줄기 삼아 두 건의 살인사건에 얽힌 비밀이 서서히 드러난다. 조금의 이득이라도 얻기 위해 상대를 향해 날을 세우는 게 일상이 된 욕망의 도시 척주에서, 고통스러운 병들 사이에서 이야기의 다른 한 축을 이루며 빛을 발하는 것은 사랑이다. 저자는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일에 대해 쓰고 싶었다"며 "이 소설을 처음 시작할 때의 그 마음을 소설을 끝낸 지금도 여러 번 생각한다. 진심을 다해 인물들을 사랑할 수 있었고 그들의 고통을 끝까지 함께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인물들에게서 잊지 못할 선물을 받았다"고 전했다. 372쪽, 문학동네, 1만3800원.
HBO 인기 드라마 '실리콘밸리(Silicon Valley)' 시리즈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댄 라이언스가 썼다. 평생을 저널리스트로 살아온 그의 냉철하고도 풍자적인 시선과 글로 스타트업 내부의 모순과 이면을 정확하게 지적하고 있다. 그는 "스타트업을 설립하는 사람들, 투자자들이 도모하는 사실상의 음모가 판을 치고 형편없는 아이디어를 엄청난 투자금액으로 포장하는 세계, 대학을 갓 졸업한 직원들에게 겉보기만 호화로운 특전을 부여하느라 돈을 날리는 회사들이 인기를 끌고 모두가 IPO를 성사시킬 때까지만 버티다가 돈을 챙겨 튀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세계, 바로 이런 것이 '스타트업 버블'"이라고 말한다. 책에는 사악한 엔젤투자자과 유행만을 좇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 기업가와 날라리 기업가들, 블로거와 브로그래머들, 출세주의자와 소시오패스들이 등장한다. 안진환 옮김, 504쪽, 한국경제신문사, 1만9000원.
황두진건축사사무소 대표 황두진씨가 쓴 책이다. 이 책은 무지개떡 건축 중에서도 주로 상가아파트의 전체적 구성, 그리고 건물과 도시가 만나는 방식에 주로 관심을 둔다. 책에 등장하는 도심 속 상가아파트들을 저자는 단지형과 대비되는 의미에서 고립되지 않고 도시의 일원으로 작동하는 '거리형 아파트'라고 이름 붙인다. 우리 건축사에서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상가아파트의 의미와 가치를 적극 드러내는 것이다. 이를테면 건물의 후면 골목으로 이어지는 출입구를 두거나 각각 철도와 도로에 접한 건물 측면을 다르게 설계한 '서소문아파트', 언덕 지형을 그대로 받아들인 '성요셉아파트', 1층 상가에 인접한 인왕시장으로 들어가는 통로를 둔 '원일아파트'를 통해 건물이 가로의 연속성과 주변을 헤아리는 태도를 강조한다. 520쪽, 반비, 2만2000원.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그 당시의 역사와 문화, 역사 속 인물의 살아가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때 벌어진 일이 정말로 어떤 일이었는지, 그 진실을 궁금해 한다. 이것이 다름 아닌 역사 공부다. 저자 박준영 크로스컬처 대표는 영화를 관람하는 것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상과 역사적 진실, 다양한 해석을 들려주고자 한다. 역사적 진실을 바로 알고 있는 것과 아닌 것에는 앞으로의 우리 행보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기에 그 내막을 꺼내어 보여주고, 영화감독이 영화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이었는지도 전해준다. 280쪽, 하빌리스, 1만4000원.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이병철씨 첫 시집이다. 이병철 시인은 2014년 '시인수첩' 신인상에 시가, '작가세계' 신인상에 문학평론이 당선돼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금수저와 흙수저 논란, 청년들의 체감실업률이 최고 수준에 이른 이 시대를 관통하며 삶을 지탱해 온 시인의 시 세계는 감각적이지만 현실 깊이 발을 딛고 있다. 그래서 낯설지 않으며 시인이 그려 낸 찰나의 어떤 냄새와 소리에 그저 공감하게 된다. 그렇게 뇌리에 박힌 이미지들이 변주하고 다른 이미지로 전환하면서 우리는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140쪽, 문학수첩, 8000원.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