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화 "나는 배우입니다...매일 고기 먹고 있어요"
산울림서 연극 '자화상' 공연
1인3역…한달간 무대올라
[서울=뉴시스] 윤석화 아카이브 I '자화상'. 2021.10.20. (사진 = 극단 산울림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 19일 홍대 앞 소극장 산울림에서 펼쳐진 연극 '자화상' 프레스콜. 배우 윤석화(65)는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자처했다.
윤석화라는 나무가 연극의 땅에서 먼저 뿌리를 내린 곳은 임영웅 예술감독이 이끄는 극단 산울림. 지난 2019년 창단 50주년을 맞은 산울림은 한국 연극계의 중요한 산맥이다. 윤석화 같은 재목들로 울창한 숲을 이뤄 연극계의 메아리가 돼 왔다.
윤석화는 이날 간담회에서 "제 나이가 적지 않고, 외로움과 쓸쓸함도 찾아오죠. 하지만 낮아진다는 것이 저를 오히려 자유롭게 했어요. 고향 같은 산울림 무대를 다시 꿈 꿀 수 있었던 이유"라고 말했다.
'자화상'은 윤석화가 그간 소극장 산울림에서 출연한 연극 중 대표작의 명장면을 엮어 재구성했다. 자신의 첫 산울림 무대였던 '하나를 위한 이중주', 임영웅 연출과 첫 작업이었던 '목소리', 그리고 장기 공연한 '딸에게 보내는 편지'다.
윤석화는 이번 작품의 연출·구성·배우 등 1인3역을 도맡았다. 20일부터 11월21일까지 약 한달 간 무대에 올라 체력적인 부담도 만만치 않다.
[서울=뉴시스] 윤석화 아카이브 I '자화상'. 2021.10.20. (사진 = 극단 산울림 제공) [email protected]
코로나19로 연극계가 침체된 시기에 윤석화가 선뜻 나선 이유다. 윤석화와 산울림을 응원하는 배우들의 지원사격도 이어진다. 송일국, 유준상, 박정자, 손숙, 최정원, 박건형, 박상원, 유인촌, 김성녀, 배해선, 남경주, 양준모 등이 '일일 하우스 매니저'로 참여한다. 공연 시작 전 직접 프로그램북을 나눠주고 공연 시작을 알리는 안내멘트를 전한다.
윤석화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웬만한 배우들은 모두 산울림을 거쳐갔다"면서 "많은 배우들이 산울림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죠. 이번에 더 유대관계가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면 좋겠어요. 아울러 임영웅 연출님이 건강하실 때 배우들과 관객들이 모여 '궁극적으로 축제'를 열었으면 합니다"라고 바랐다.
1975년 연극 '꿀맛'으로 데뷔한 윤석화는 국내 공연계를 대표하는 배우다. '하나를 위한 이중주' '목소리' '딸에게 보내는 편지' '신의 아그네스' '명성황후' '덕혜옹주' '마스터 클래스' '나, 김수임' '위트' 등에 출연하며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토요일 밤의 열기' 등을 제작하며 공연계의 대모로도 발돋움했다. 대학로 실험 공연의 산실이던 정미소를 17년 간 운영하기도 했다. 연극배우로는 이례적으로 인기를 누린 시절 커피CF에 출연, "저도 알고 보면 부드러운 여자예요"라는 유행어를 낳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윤석화 아카이브 I '자화상'. 2021.10.20. (사진 = 극단 산울림 제공) [email protected]
작년 영국 런던에서 아널드 웨스커(1932~2016)의 '딸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연할 예정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올해 4월로 순연했으나, 이 때 공연 역시 여의치 않았다. 국내 무대 역시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야말로 "외롭고 그림자가 긴 시간"이었다고 윤석화는 돌아봤다.
윤석화는 "제가 다시 꿈을 꿀 수 있었던 이유는 긍정과 사랑이에요. 부족하면 부족한 그대로 그걸 인정할 수 있는 힘을 줬다"면서 "무엇보다 갖은 어려움에도 저를 지지해 준 관객분들의 사랑을 기억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생은 아무 것도 없는 척박한 곳에서 무엇인가를 피워내는 일이죠. 연극 예술계에서 걸어온 길이 그냥 저예요. 힘들더라도 그걸 관객에게 솔직하게 내어놓을 때 삶에 이유가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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