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포천 '전두환 공덕비' 철거하라"(종합)
포천시 "상황 지켜 보는 중…결정된 것 없어"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인 18일 '5·18 민주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가 경기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천 전두환공덕비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2020.05.18. [email protected]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5·18 민주화운동 40주년인 18일 시민단체가 경기 포천 '전두환 공덕비' 철거를 요구하고 나섰다.
'5·18 민주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는 이날 오전 경기도청 앞에서 '제40주년 5·18 민중항쟁 정신 계승 및 포천 전두환 공덕비-호국로 친필비석 철거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이같이 밝혔다.
'전두환 공덕비'는 포천시 국도 43호선 축석고개 입구에 있다. 1987년 12월10일 43번 국도를 맡았던 당시 서울지방국토관리청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이 비석에는 '호국로(護國路)라는 문구가 커다랗게 적혀 있으며, 그 옆에는 '대통령 전두환(大統領 全斗煥)'이 적혀 있다.
이 비석 아래는 동판에는 "개국 이래 수많은 외침으로부터 굳건히 나라를 지켜온 선열의 거룩한 얼이 깃들인 이 길은 전두환 각하의 분부로 건설부와 국방부가 시행한 공사로서 호국로라고 명명하시고 글씨를 써주셨으므로 이 뜻을 후세에 길이 전한다"라고 써 있었다. 시민단체가 공덕비 철거를 요구하며 뜯어내 현재 이 동판은 남아있지 않다.
5·18 민주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는 "경기지역에는 포천시 축석고개 삼거리 부근에 독재자 전두환의 흔적이 남아있다. '전두환 공덕비'는 지난 1987년 12월 세워졌다. 시민단체가 철거를 요구하며 뜯어내 지금은 사라진 비석 동판엔 찬양문구가 적혔다"고 소개했다.
이어 "해마다 철거 요구가 있었지만, 포천시는 5·18 민중항쟁 40주년이 되는 올해도 뚜렷한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이에 5·18 민중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는 전두환 공덕비를 철거할 것을 마지막으로 강력히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만약 포천시가 상반기 철거에 대한 입장을 밝히지 않으면, 경기기념행사위원회는 5·18 부상자회 및 유족회와 함께 전두환 공덕비를 직접 철거해 독재자 전두환의 흔적을 지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국민들은 4·15 총선에서 현 정부가 더 이상 다른 변명을 할 수 없는 압도적 과반을 부여해 향후 오월정신·촛불정신 계승의 책임소재를 분명히 했다. 스스로 오월과 촛불의 계승자임을 자처하는 현 정부와 집권여당은 이제 말이 아닌 실천으로 증명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민진영 5·18 민주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 집행위원장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 누구도 잊지 못할 일"이라며 "공권력에 의해 목숨 잃었던 5·18은 아직 진상규명조차 되지 않고, 책임자 처벌도 되지 않고 역사 앞에 떵떵거리며 살아간다"라고 말했다.
그는 "쿠데타로 권력을 찬탈하고 국민들의 목숨을 앗아간 전두환의 공덕비가 있다는 것은 충격이다. 전두환 공덕비가 철거돼 41주년 민주항쟁 기념일에는 진상규명과 책임자처벌 1주년이 되길 바란다"라고도 했다.
5·18 민주항쟁 경기기념행사위원회는 이날 오후 2시 경기 포천시 전두환 공덕비 앞에서도 기자회견을 열었다.
포천시 관계자는 "시의회 등 철거를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보니 시에서는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들긴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직 구체적으로 시민 의견을 듣는 절차가 마련된 것은 없다. 여론 수렴하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한편, 충청북도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대통령 재직 시절 만든 별장인 '청남대'에 있는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동상을 철거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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