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골,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유해발굴 나선 지 12년 만에 여주 첫 사례
유가족 "하마터면 영원히 잊혀질 뻔...감사"
아들 문병하씨에게 유골을 인계하는 이충우 시장(사진 왼쪽)
[여주=뉴시스] 이준구 기자 = 경기 여주시는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무연고 유해 중 일부 유골의 가족관계가 처음으로 확인돼 유가족에게 인계했다고 10일 밝혔다.
시가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에 나선 지 12년 만에 나온 첫 유가족 확인이다.
여주시는 유가족인 문병하(76) 씨와 가족,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여주시유족회 정병두 회장 등 12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유골을 인계했다.
72년 만에 부친의 유해를 찾게 된 문병하(76)씨는 “영원히 잊혀질뻔했다. 유해를 꼭 찾으라는 돌아가신 어머님의 소원을 이루어 드리고, 죽기 전에 자식의 도리를 다할 수 있게 돼 더 없이 기쁘다”며 여주시와 여주경찰서 등 관계 기관에 고마움을 전했다.
문씨의 부친(고 문홍래)은 한국전쟁 중인 1951년 1월 실종됐다. 아들인 문병하씨의 나이 4살 때다. 휴전 이후 문씨는 어머니와 동네 어르신들로부터 부친이 사망한 장소로 추정되는 곳을 들어 알고는 있었으나 시대적 상황도 좋지 않고 생활고에 쫓겨 아버지의 유해를 찾을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러다 지난 2021년 여주로 귀향한 문씨는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여주시유족회란 단체를 알게 됐고, 10여 년 전 민간인 희생자 유해 발굴이 있었다는 사실도 전해 들어 부친의 유골 확인작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이미 10여 년 전 경찰에서 사건이 종결 처리됐고 당시 실시했던 유해 DNA 정보 존재 여부조차 확인할 길이 없었으나 지난 3월 문씨의 탄원서를 접수한 여주시는 경찰서 등에 남아 있는 기록을 하나하나 추적해가며 문씨에게서 채취한 유전자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보관 중인 유골의 유전자 정보가 일치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됐다.
문씨 부친의 유해는 지난 2011년 5월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의해 여주시 세종대왕면 왕대2리 부근에서 발굴된 것으로 ‘6·25 전사자 유해 판정 심의위원회’에서 민간인으로 판명돼 2018년부터 여주박물관 수장고에 보관 중이었다.
문씨는 부친의 유해를 여주에 있는 어머니의 무덤 곁에 안장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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