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아앙" 자동차·오토바이 굉음…하남의 잠 못 드는 밤

수 년 째 자동차·오토바이 굉음에 고통 호소하는 시민 민원 꾸준해

사진 동영상 첨부하면서 조치 요구하지만 현장 단속도 어려운 상황

【서울=뉴시스】

[하남=뉴시스]김정은 기자 = #경기 하남시 미사강변도시 인근에 거주하는 A씨(28)는 오토바이 굉음에 잠을 깨자마자 하남 거주민들이 모인 오픈채팅방에 “시끄럽네요”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새벽시간대임에도 채팅방에는 ‘저도 들었어요’ ‘자다가 깜놀’ ‘내일 출근 못하면 저XX 탓’이라는 답장이 속속 올라왔다.

#경기 하남시의 한 아파트에 사는 아기 엄마 B씨(32)는 한밤중에 들려오는 오토바이 소리에 아기가 또 깨자 한숨부터 내쉬었다. 맘카페에 남긴 하소연 글에는 ‘진짜 괴롭네요’ ‘저도 밤마다 조마조마해요ㅠㅠ’라며 인근에 사는 비슷한 처지의 아기엄마들의 댓글이 금세 달렸다.

경기 하남시에서 배기음을 키우기 위해 머플러(소음기)를 불법 개조한 차량과 오토바이들이 몇 년 째 심야에 도심을 활보하고 있어 시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9일 하남시와 하남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해 하남시에 접수된 자동차, 오토바이 관련 소음공해 민원 건수는 총 28건으로, 올해도 벌써 18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민원인들은 단순히 피해사실을 호소하는데 그치지 않고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자동차나 오토바이의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하며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불법주차 등 교통법규 위반과 달리 소음공해 피해는 사진으로는 입증이 어렵고, 동영상으로도 실제 민원인에게 들리는 소리의 크기를 측정하기 어려워 현장 단속 외에는 처벌로 이어지기 어렵다.

게다가 법적 소음기준과 민원인들이 느끼는 소음피해의 간극이 커 단속을 해도 소음 기준치 이하로 나오는 경우가 대다수다.

실제로 하남시와 하남경찰서, 한국교통안전공단 등이 지난해 8월부터 11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합동단속을 진행했지만 소음 기준치를 초과한 차량은 단 한건도 적발되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굉음을 내고 있다고 판단되는 오토바이의 소음까지 직접 측정해 봤지만, 모든 오토바이는 배기소음 허용기준인 105㏈를 넘지는 않았다. 

이 때문에 경찰과 지자체도 소음 기준치 초과에 대한 단속보다는 배기음을 키우기 위해 불법 개조한 오토바이를 적발해 조치하는 방식으로 운행을 규제할 수밖에 없다.

하남시 관계자는 “굉음을 내는 자동차, 오토바이 중 상당수는 전문 튜닝가게에서 소음 허용기준 이하로 교묘하게 맞춰서 개조하기 때문에 단속에 잘 적발되지 않는다”며 “지난 3월 소음기준이 한층 강화된 만큼 조만간 합동단속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남경찰서 관계자는 “오토바이 관련 민원이 들어오는 지역을 기준으로 캠코더를 배치하고 있다”며 “캠코더로 소음 기준치 초과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오토바이 운전자들의 법규 준수를 유도해 과속으로 인한 소음 발생 감소 효과는 어느 정도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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