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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충남 장기 미제 사건…과학 수사 발전으로 실마리 찾을까

등록 2023.01.06 06:30:00수정 2023.01.06 09: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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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미제 사건 대전과 충남에 각각 5건·8건 남아

지난해 21년 만에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해결

매해 용의자 축소, 기록 재분석 등 다각도로 수사

"범인 검거에 최선…끝날 때까지 끝난 것 아니다"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대전경찰청 백기동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3시 청내 한밭홀에서 21년 동안 미제 사건이었던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2.08.30. photo@newsis.com

[대전=뉴시스] 김도현 기자 = 대전경찰청 백기동 형사과장이 30일 오후 3시 청내 한밭홀에서 21년 동안 미제 사건이었던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2022.08.30. [email protected]


[대전=뉴시스]김도현 기자 = 지난해 8월 장기 미제 사건이었던 ‘국민은행 강도 살인 사건’이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으로 21년 만에 해결되면서 대전과 충남에 남아있는 미제사건이 주목받고 있다.

대전경찰청은 지난해 8월 25일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용의자로 이정학(52)과 이승만(53)을 체포했다.

이들은 지난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에 위치한 국민은행 충청지역본부 지하 1층 주차장에서 관계자 3명이 현금 가방을 내려 옮기는 순간 권총으로 협박, 현금 3억원이 들어있는 가방 2개 중 1개를 챙겨 달아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이정학은 현금이 들어있는 가방을 챙겨 범행에 사용한 그랜저XG에 실었고 이승만은 은행 출납 과장 A씨에게 38구경을 쐈으며 그 결과 A씨가 숨졌다.

이후 사건은 21년 동안 미제로 남았으나 지난 2017년 10월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 남아있던 손수건과 마스크 등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가 충북의 한 게임장 유류물에서 발견된 DNA와 동일하다는 드러나면서 수사가 급물살을 탔다.

해당 게임장을 출입했을 가능성이 있는 1만 5000여명을 조사한 경찰은 지난해 3월 유력한 용의자로 이정학을 특정했다.

 경찰로부터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이정학과 이승만을 처벌할 수 있다고 판단해 기소했고 현재 대전지법에서 강도살인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경찰은 사건 수사 과정에서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이 피의자 특정에 결정적인 실마리를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과학 수사 기법 등이 발전하면서 대전과 충남에 장기 미제로 남아있는 사건이 해결될지 눈길이 쏠리고 있다.

대전경찰청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경찰청 전경.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에는 대표적으로 1998년 갈마동 여중생 살인 사건, 2005년 갈마동 빌라 살인 사건, 2006년 송촌동 택시 기사 살인 사건 등 5건의 장기 미제 사건이 남아있다.

갈마동 여중생 살인 사건은 대전에서 가장 오래된 장기 미제 사건으로 지난 1998년 8월 21일에 발생했다.

당시 14세였던 여중생은 사건 발생 전날인 20일 새벽 남자친구를 만나러 가겠다며 대덕구 오정동에 있던 지인의 집을 나서 택시를 탔고 갈마동으로 이동한 뒤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마동 인근 월평산 아래에서 숨진 채 발견된 피해 여중생 목에는 결박흔이 남아있었고 이를 발견한 경찰은 목을 졸려 숨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시신에는 성폭행 흔적과 신원을 알 수 없는 DNA도 함께 발견됐다. 이를 토대로 당시 경찰은 수사를 벌였으나 별다른 사건의 단서를 찾지 못했다.

2005년 11월 2일 발생한 갈마동 빌라 살인 사건 역시 장기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다.

당시 피해자는 26세 여성으로 11월 2일 대전 서구 갈마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피해자에게 연락이 닿지 않자 이를 걱정해 피해자 집을 방문한 남자친구에 의해 시신이 발견됐고 현장에는 부침가루가 흩뿌려져 있었다.

부침가루 봉지는 주방에서 발견됐고 집에 보일러가 틀어져 있어 시신이 상당히 부패해 있던 것으로 파악됐다.

시신에 남아있는 폭행 흔적을 토대로 타살을 의심한 경찰은 범인이 부침가루를 흩뿌린 것으로 판단했고 범행 현장에서 신원 미상의 DNA를 찾아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부검을 통해 피해자가 사망한 시점은 발견된 시점인 11월 2일보다 4일 전인 10월 29일 것으로 추정했다.

피해자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10월 29일 새벽 갈마동에서 ‘거친 숨을 내쉬며 피가 묻어있는 지폐를 두고 내린 20대 남성을 태웠다’는 택시 기사의 진술을 확보한 경찰은 20대 남성이 내린 지역을 중심으로 탐문 수사를 벌였으나 큰 소득이 없었고 사건은 18년째 풀리지 않고 있다.

이듬해인 2006년 4월 11일 대덕구 송촌동에서 발생한 택시 기사 살인 사건 역시 해결되지 않고 있다.

피해자인 50대 택시 기사는 자신의 택시 뒷좌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고 택시 내부에는 다량의 혈흔이 묻어있었다. 당시 피해자 얼굴과 몸에는 28곳의 찔린 상처가 남아있었으며 손과 팔 등에는 방어흔이 나타났다.

경찰은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던 피해자가 택시 승객을 가장해 자신을 위협하는 범인을 제압하기 위해 뒷좌석으로 갔으며 이 과정에서 방어흔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택시에는 현금 약 20만원이 발견됐으며 범행 현장에서 발견된 혈흔에서 피해자의 DNA와 또 다른 남성의 DNA가 섞여 있던 것이 확인됐다.

택시 뒷좌석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250~260㎜ 크기의 족적이 발견됐는데 경찰은 이를 토대로 수사를 벌였으나 동일한 제품이 많아 범인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

수사를 벌이던 중 범행 현장에서 약 5㎞ 떨어진 한 세탁소에 피 묻은 옷을 입은 20대가 세탁을 맡기러 왔지만 거절했다는 세탁소 사장의 제보를 받은 경찰은 발견된 DNA 등으로 수사를 벌였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으며 지금까지 미제 사건으로 남게 됐다.
충남경찰청 전경.(사진=충남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남경찰청 전경.(사진=충남경찰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충남에서 해결되지 않는 장기 미제 사건은 2004년 서천군 카센터 살인 사건과 2006년 천안 토막살인 사건 등 총 8건이다.

2004년 5월 2일 충남 서천군의 한 카센터에서 불이 나 8살 된 카센터 여주인의 쌍둥이 남매와 이웃 주민 40대 여성 1명 등 총 3명이 숨졌다.

이웃 주민이었던 40대 여성은 화재로 사망한 줄 알았으나 국과수 부검 결과 화재 발생 전 살해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과수는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들에서 대피 흔적이 없던 점과 쌍둥이의 옷에서 등유 성분이 확인되자 누군가 고의로 불을 질렀다고 판단했다.

사건 당일 오후 카센터에서 약 10㎞ 떨어진 마산면의 한 저수지 주변에서 카센터 여사장 것으로 추정되는 옷이 발견됐는데 일부가 찢겨지고 피가 묻은 상태였다.

사건 발생 8일 뒤인 5월 10일 오전 불이 난 카센터에서 약 4㎞ 떨어진 시초면의 한 교각 공사 현장 대형 수로관에서 카센터 여주인이 숨진 채 발견됐는데 목 부위에는 흉기로 찔린 듯한 상처가 있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전 3~4명의 남성이 카센터를 찾아왔다는 진술을 중심으로 몽타주를 이용해 수사를 벌였으나 용의자를 찾아내지 못했다.

카센터 여사장의 시신이 발견되고 몇 시간 후 서천경찰서와 지역의 한 언론사 앞으로 날아온 편지가 발견됐다.

편지에는 자신이 불을 내지 않았으며 시신을 날라준 죄 밖에 없고 카센터 여사장의 시신이 개천에 있다는 등의 내용이었다. 이 편지에서 집배원 1명을 비롯한 총 3명의 지문이 나왔는데 나머지 2개의 지문은 신원을 알 수 없었다.

경찰은 국과수에 해당 지문 2개에 대한 조회를 의뢰했지만 아직까지 일치하는 지문은 나오지 않았으며 사건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2006년 1월 10일 충남 천안에서 발생한 토막살인 사건은 아직 피해자 신원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당시 파지를 주워 팔던 한 40대는 헌 옷으로 싸여진 채 버려진 50ℓ 쓰레기봉투를 찾았는데 그 봉투 안에는 목, 다리 등 관절 부분이 잘려 7부분으로 토막 난 시체가 들어있었다.

다만 발견된 시체에는 팔과 몸통이 없었으며 경찰이 사라진 부위와 증거 등을 찾기 위해 쓰레기 적치장을 수색했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지 못했다.

경찰은 절단 부위가 예리한 흉기로 깔끔하게 잘려 나갔다는 점을 토대로 범인 직업을 정형사나 도축 경험이 있는 직업이라고 판단, 인근 정육점과 쓰레기봉투 판매상 등을 상대로 탐문 수사를 실시했지만 큰 수확은 없었다.

부검 결과 국과수는 피해자는 50대 중후반으로 경부압박질식 때문에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신 앞니에는 어렸을 때 해바라기씨를 자주 까먹어서 생기는 특징인 V자형 홈이 있었으며 시신을 감싸고 있던 헌 옷 등이 중국제품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피해자는 중국인이나 조선족일 가능성이 높았다.

경찰은 이를 토대로 피해자 몽타주 전단지를 만들어 배포했지만 피해자의 신원을 알아내지 못했다.

사건 발생 7개월 후 서울 성동구 중량하수처리장에서 팔과 몸통 부분만 있는 시신이 발견됐지만 DNA 분석 결과 피해자와 일치하지 않았으며 사건은 미궁 속에 빠지게 됐다.

대전·충남경찰청 미제사건전담팀은 장기 미제 사건의 단서를 찾기 위해 해가 바뀌어도 계속해서 수사를 이어오고 있다.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과 같이 과학 수사 기법이 발전하면서 DNA 등 일부 단서가 남아있는 사건의 경우 충분히 해결될 가능성이 남아 있고 매해 장기 미제 사건의 용의자들을 배제해 나가면서 용의자를 축소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과학 수사 기법의 발전이 사건 해결에 충분히 기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유족의 마음 고려해 범인 검거에 최선을 다할 것이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라며 “DNA 등 단서가 부족한 사건의 경우 과거 기록을 재분석하는 등 다각도로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태완이법’으로 공소시효가 없어진 만큼 포기하지 않고 수사해 범인을 찾아내겠다”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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