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연, 보안성 높인 광(光) 암호화 기술 단서 확보

KAIST와 공동연구로 비선형 산란 매질 파동 전파 특성 규명

빛의 속도로 연산하는 소자 구현…국제학술지에 발표

[대전=뉴시스]비선형 광 논리회로. 비선형 산란매질을 이용한 광 논리회로를 구현(그림 a)하고 교차항에 대한 전기장 신호의 위상공액(c)을 이용, 두 입력채널이 동시에 켜졌을 때만 빛을 집속시킬 수 있는 AND게이트(b)를 만들었다. 비선형 입출력 응답을 모두 기록하고 있으므로 (d)와 같이 멀티채널 AND게이트 구현이 가능하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최원식 부연구단장(고려대 물리학과 교수) 연구팀이 KAIST와 공동 연구를 통해 비선형 산란 매질 내부 빛의 전파 특성을 규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광학 컴퓨터 소자 구현에 성공했다고 1일 밝혔다.

불투명한 유리나 피부 같은 산란 매질은 빛의 경로가 시공간적으로 무작위로 변형되기 때문에 내부를 보기 어렵다. 현재 '선형 중첩 원리'를 기반으로 입력정보와 출력정보의 관계를 선형행렬로 표현·연산해 산란 매질 내 빛의 숨은 경로를 파악하고 있다.

하지만 선형행렬로 빛의 전파 특성을 나타낼 수 없어 산란 매질이 입사하는 빛에 대해 비선형 응답이 발생하면 선형 중첩 원리가 더 이상 적용되지 않고, 산란 매질 내부의 숨은 경로를 파악할 수 없다.

 또 입·출력 정보 간의 관계를 실험적으로 측정하는 것도 어려워 비선형 산란 매질에서 빛의 전파 특성은 아직 명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다.

IBS 연구팀은 비선형 이차조화파(입사된 파동보다 진동수가 두 배 큰 파동)를 생성시키는 나노입자들로 구성된 비선형 산란 매질에서 빛의 전파 특성을 '3차 텐서'를 통해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규명하고 이를 실험으로 측정하는 데 성공했다.

텐서는 물리학에서 다양한 현상과 물리량을 설명하는데 사용되는 수학적 도구로, 0차원 텐서는 스칼라, 1차원 텐서는 벡터, 2차원 텐서는 행렬, 3차원 이상의 텐서는 n차 텐서라고 한다. 스칼라와 벡터만으로 나타낼 수 없는 물리학적 현상을 수학적으로 정확하게 모델링하기 위한 유용한 도구로 활용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문정호 연구원은 "비선형 산란 매질에서 이차조화파의 전파 특성을 세계 최초로 측정한 것"이라며 "비선형 산란 매질을 통한 정보는 제어할 수 없다는 기존 통념을 깨고 광학 연산자로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서 연구팀은 비선형 산란 매질을 광학 암호화 소자로 사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비선형 산란 매질에 특정 이미지 정보를 입력하면 출력되는 이차조화파 신호는 무작위적인 패턴을 보인다. 반대로 이차조화파를 표현한 3차 텐서를 역으로 연산하면 원래의 입력 정보를 찾아내는 복호화 과정이 가능하다.

선형 산란 매질을 이용한 기존 광학 암호화 방식보다 더 높은 보안성을 가진다는 장점이 있다.

이어 연구팀은 비선형 산란 매질을 이용해 두 개의 입력 채널이 동시에 켜질 때만 작동하는 논리회로인 ‘앤드(AND) 게이트’도 광학적으로 구현했다. 구현된 광학 암호화 기술과 광학 논리 회로를 활용하면 복수의 병렬 입력 채널에서 빛의 속도로 연산을 수행하는 초고속 소자를 구현할 수 있다.

이번 연구 결과는 1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 IF 19.684)' 온라인판에 실렸다.(논문명:Measuring the scattering tensor of a disordered nonlinear medium)

최원식 부연구단장은 "비선형 산란 매질을 효과적인 광학 암호화와 광학 컴퓨팅 구성 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라며 "후속 연구에서는 기계학습 분야 등에 비선형 산란 매질 연구를 접목해 성능을 대폭 높인 차세대 컴퓨팅 기술 개발 단서를 찾아볼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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