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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속 우편배달부 '소포', 교통체증 겪고 히치하이킹도 한다

등록 2023.11.15 11:07:20수정 2023.11.15 1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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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S, 소포 추적관찰 고해상도 간섭산란현미경 개발

세포 속 교통체증과 소포의 대응능력 함께 확인

생명현상 밝혀낼 새로운 전기, 국제학술지 게재

[대전=뉴시스] 간섭산란현미경을 이용해 획득한 세포 속 소포들의 트래픽. 세포의 라멜리포듐 영역에서 포착된 백여 개 이상 소포들의 운동을 추적해 재구성한 그림으로 영상 내 색상은 각각의 픽셀 위치에서 일정시간 동안 관찰된 소포들의 개수를 나타내며 세포 골격망 상에서의 트래픽 밀도(traffic density)를 보여준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간섭산란현미경을 이용해 획득한 세포 속 소포들의 트래픽. 세포의 라멜리포듐 영역에서 포착된 백여 개 이상 소포들의 운동을 추적해 재구성한 그림으로 영상 내 색상은 각각의 픽셀 위치에서 일정시간 동안 관찰된 소포들의 개수를 나타내며 세포 골격망 상에서의 트래픽 밀도(traffic density)를 보여준다.(사진=IBS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대전=뉴시스] 김양수 기자 = 세포 내에서 물질을 운송하는 '소포(vesicle)'를 추적 관찰할 수 현미경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이를 통해 소포도 교통 체증같은 현상을 겪고 있음을 확인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은 분자 분광학 및 동력학 연구단 조민행 단장(고려대 화학과 교수)과 홍석철 교수(고려대 물리학과) 연구팀이 살아있는 세포 속에서 활발하게 이동하는 소포의 움직임만을 선택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현미경을 개발했다고 15일 밝혔다.

얇은 지질막으로 둘러싸인 작은 주머니 모양의 소포는 호르몬, 효소, 신경 물질 등을 담고 있고 이들을 필요로 하는 세포에 적시적소 배달하는 일종의 '우편배달부' 역할을 한다. 이로  엉뚱한 곳에 물질을 배달하거나, 운송이 지연되면 다양한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형광현미경을 이용하면 형광표지된 특정 소포들의 수송과정만 관찰할 수 있고 형광신호가 유지될 수 있는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관찰할 수 있는 한계가 있어 수많은 소포의 수송 현상을 시각화하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에 IBS 연구진은 자체 개발한 간섭산란현미경을 이용해 복잡한 세포 속에서 이동하고 있는 소포들의 이동궤적을 장시간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진은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세포의 핵 주변에서부터 라멜리포듐(부채 모양의 세포 가장자리 돌출부)으로 이어지는 영역에서 100개 이상 소포들의 이동궤적을 동시에 추적했다.

추적 영상은 초당 50㎐의 영상촬영 속도(1초에 50장의 이미지 재생)로 얻었다. 이 과정에서 획득한 소포 위치정보를 이용해 세포 내부의 고속도로라고 할 수 있는 골격망의 공간적 분포를 고해상도로 재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또  소포의 새로운 수송특성도 확인했다. 수송과정에서 소포들이 국소적으로 이동정체 현상을 겪기도 하지만 여러 소포들이 함께 긴 거리를 동일한 방향으로 이동하는 집단 수송방식, 수송 중인 소포 뒤에 달라붙어 함께 이동하는 히치하이킹 수송방식 등을 이용해 세포 속 정체현상을 효과적으로 극복하려는 수송전략을 갖추고 있음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결과는 지난 14일(한국시간)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IF 16.6)’온라인 판에 게재됐다.(논문명:Long-term cargo tracking reveals intricate trafficking through active cytoskeletal networks in the crowded cellular environment)

제1저자인 박진성 연구원은 "매우 복잡하고 미시적 세계인 세포 속 환경에서 대도시 사람들이 도로 위에서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교통 체증 현상이 유사하게 나타났다"며 "세포가 트래픽 문제를 극복키 위해 채택하는 효율적 수송 전략을 찾아 생명현상과 어떻게 연관되는지 규명해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석철 교수는 "생명현상을 고감도·고속·장기간 관찰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 생명현상을 분자들의 거동 관점에서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고 조민행 단장은 "살아있는 세포를 초고분해능으로 관찰하는 데 성공해 생명현상을 미시적 관점에서 생생하게 밝혀낼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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