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野 텃밭' 광주·전남서 운명적 격돌
安, '强철수 자강론' 들고, '어게인 안풍' 기대
토크쇼 맞불, 2012년 후 대선 리턴 매치 시동
'국민의당 조직력 vs 민주당 여론 지지' 관건
【광주=뉴시스】송창헌 기자 = 여야 대선후보 지지율 1위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제3지대 빅텐트'의 키맨이자 호남 맹주 국민의당의 안철수 전 상임공동대표가 설 연휴를 코 앞에 두고 호남 민심 쟁탈전에 나섰다.
여수 화재 현장 방문을 제외한 공식 대권 행보로만 따지면 문 전 대표는 새해 첫 날 무등산 해맞이 이후 3주 만이고, 안 전 대표는 지난해 8월 무등산에 오르며 대권 도전을 선언한 이후 처음이다.
설 연휴 민심을 겨냥한 이번 대결에서 문 전 대표는 '대세론'을 주장하며 호남의 지지를 호소하고, 안 전 대표는 '자강론'을 강조하며 '어게인 안풍(安風)'으로 텃밭 민심을 자극할 태세다.
문 전 대표는 뿌리깊은 반문(反文) 정서를 어떻게 극복하며 호남을 정권 교체의 디딤돌로 삼을 지, 안 전 대표는 지난해 총선 이후 곤두박질 친 호남 지지율을 어떻게 끌어 올릴지가 관전 포인트다.
◇文 1박2일 安 2박3일 승부수, 맞불 토크쇼까지
문 전 대표는 설 연휴를 닷새 앞둔 22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광주·전남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첫 날 22일에는 오후 3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지지모임 '포럼 광주' 출범식을 통해 광주·전남의 대선조직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이날 행사는 방송인 김제동의 사회로 진행되며, 문 전 대표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정치이벤트를 통해 국정농단과 대통령 탄핵, 촛불 정국과 조기 대선, 당내 경선, 개헌, 국가 비전과 호남인에 대한 약속 등을 차분히 풀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튿날인 23일에는 신문·방송·통신사 등 광주·전남 13개 언론사의 전·현직 편집·보도국장 출신 언론인 30여명으로 구성된 광주·전남언론포럼이 주관한 초청토론회에 참석한 뒤 나주혁신도시 내 한국전력 본사를 방문해 호남 대표공약을 발표할 예정이다.
차기 정부 주도로 혁신도시 정주 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광주·전남은 에너지신산업의 거점, 전북은 농·생명 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게 골자. 혁신도시는 참여정부가 주춧돌은 놓았다. 공약발표 후에는 혁신도시 이전기관 직원, 주민들과의 간담회도 있을 예정이다.
안 전 대표는 시(時) 단위로 촘촘한 일정을 소화하며 '텃밭 공 들이기'에 올인했다. 첫 일정으로 22일 오전 37년 만에 5·18 헬기사격의 진실이 드러난 '광주 1번지' 전일빌딩을 찾는다. 노후한 고층 건물에서 5·18 사적지로 자리매김한 역사적 장소를 찾아 5·18과 광주정신을 동시에 껴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23일에는 하룻만에 목포, 무안, 신안, 화순, 나주 등 전남 중서부권 곳곳을 훑으며 강행군을 이어가고, 24일에는 국민의당 지방의원 조찬 간담회, 벤처기업 방문, 문화계 블랙리스트 대상자 간담회 등을 차례로 소화할 예정이다.
◇설 민심잡기 분수령, '조직 vs 여론' 시험대
두 야권 주자의 이번 행보는 시기적으로 호남 민심잡기의 중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문 전 대표는 당지지율 40% 돌파, 개인 지지율 40% 안팎으로 독주 체제를 굳힌 점을 내세워 대세론을 집중 부각시킬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당과 비교하면 당지지율는 4배, 개인 지지율은 3배 높다.
또 불과 1년 전, 문 전 대표 호남 지지율이 10% 후반으로 40%에 육박한 안 전 대표에 상당히 밀린데다 박원순 서울시장에게도 뒤지며 2, 3위권을 형성했던 점을 들어 호남의 지지율 수직 상승을 대세론의 주춧돌로 삼겠다는 전략도 엿보인다.
반면 문 전 대표의 호남지지율이 당지지율보다 6%포인트 낮는 등 뿌리깊은 반문정서를 어떻게 제어하고 극복할 지, 특히 1월 당지지율(갤럽)이 12월에 비해 국민의당은 상승한 반면 민주당은 하락하고 있는 점은 또 다른 고민거리다.
민주당 관계자는 "현재 지지율이 높다 하더라도 호남은 국민의당 의석수가 절대적이어서 조기 대선 정국에서 국민의당의 조직력과 민주당의 여론지지가 맞부딪힐 수 밖에 없다. 결과는 장담할 수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
안 전 대표는 친노 패권주의에 맞서고 자강론을 통해 몸집과 체력을 키운 뒤 국민의당 중심 정권교체를 이루겠다는 카드를 내세우며 '녹색 돌풍'의 진원지인 호남에서 다시 한 번 안풍을 일으켜 줄 것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또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에 대한 지지율 정체와 하락이 국민의당 입장에선 호재로 보고 대권 레이스 자신감을 피력하고, 제3지대 빅텐트, 야권 빅뱅 등을 통해 '문재인 대 안철수' 즉 1대 1 구도를 만든 뒤 결선투표, 개헌 카드 등으로 대권을 쥐겠다는 포부도 내비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민의당이 광주 8대 0, 호남 23대 3으로 민주당에 완승하고도 불과 1년도 안돼 급락한 지지율을 단기간에 어떻게 끌어올릴 것인지, 문재인 대세론을 깰 비책을 어떤 식으로 제시할 지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다.
지역정가 한 관계자는 "민주당과 국민의당의 처지가 거짓말처럼 1년 만에 바뀌었다"며 "현재로선 민주당의 굳히기냐, 국민의당의 뒤집기냐가 설을 앞둔 호남 정가의 최대 관심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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