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주기 5·18 민간 행사 어떻게…광주시민 단체 '고심'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 언론 간담회 개최
광주시와 행사 위수탁 관계…"올해 마지막, 갱신해야"
5·18 단체 주도 주장에는 "'이전투구' 단체 쇄신 먼저"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25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3차 언론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3.09.25. [email protected]
갈등 관계인 5·18 공법단체들이 자체 행사를 염두한 잇단 움직임에 나선 상황에 광주시와 맺은 관련 행사 상설 개최·운영 위수탁 계약이 올해 종료를 앞두고 있어서다.
광주시민 단체들은 전문성과 정통성에 따라 5·18민중항쟁기념행사위원회(행사위)가 행사를 이어가되, 행사위가 반성과 성찰에 기반한 혁신과 쇄신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광주·전남 199개 단체로 이뤄진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대책위(대책위)는 25일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3차 언론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서는 대책위가 현안으로 다루고 있는 주요 쟁점들을 발표하고 의견을 공유했다. 이 과정에서는 최근 불거진 민간 5·18행사의 내년 주도권을 둔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행사위가 지난 2017년 비영리 민간기구로 출범, 그간 광주시와 행사 개최·운영을 둔 3개년 위수탁 계약을 맺어왔다는 점과 함께 해당 계약이 올해로 종료된다는 내용이 확인됐다.
향후 광주시와의 재위탁이 무산될 경우 행사위가 주도하는 내년 행사의 개최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우려도 함께했다. 인건비 등에 필요한 보조금을 지급받고있어 행사위 주관 개최를 위해서는 재위탁 과정이 사실상 필수다.
광주시민 단체들은 5·18 8주기였던 1988년 5월 17일 남구 구동 실내체육관에서 처음 연 5·18 전야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매년 민간 주도 5·18 행사를 펼쳐오고 있다.
'5월의 상주' 5·18민주화운동유족회가 5·18 1주기부터 자체적으로 치러오던 추모제를 공론화하고 시민 공감대를 넓히기 위해서다.
행사에 앞서서는 한 해 전인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제5공화국이 몰락, 이듬해 제6공화국이 출범하면서 공개적인 5·18 추모·진상규명 촉구 움직임이 확산했다.
이후 신군부에 유린당한 광주의 아픔을 5·18 피해 당사자만 앓아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확산, 재야 민주 인사들이 동참하기 시작하면서 열기가 들끓었다.
이에 유족회를 비롯, 현 5·18부상자회·공로자회의 모태인 5·18광주민중항쟁동지회와 고(故) 홍남순 변호사가 주축이 된 5·18위령탑건립추진위원회(5추위) 등 시민 단체들이 모여 민간 주도 행사를 열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가 25일 오전 광주 동구 전일빌딩245에서 3차 언론간담회를 열고 있다. 2023.09.25. [email protected]
5·18 13주기인 1993년에는 지자체 예산이 처음으로 지원돼 거리 재현극도 펼쳐지는 등 모든 시민이 5월 항쟁을 체험하며 뜻과 정신을 되새겼다.
이후 민간 주도 5·18 행사는 부당한 국가폭력 등 시대·사회적 아픔을 표출하고 대변하는 행사로 확대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다.
40년 가까이 광주시민 단체와 5·18 단체가 어울렸던 행사위는 오늘날 단체들 사이 갈등의 장이 됐다.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 광주 초청과 국립5·18민주묘지 합동참배 등으로 불거진 5·18 단체를 향한 지역 사회 비판 여론이 행사 주도권으로 번지면서다.
특히 행사위가 특전사회를 초청한 부상자회와 공로자회를 제명, 유족회도 탈퇴를 선언하는 후속 행동들이 갈등의 불씨를 당겼다.
최근 광주시의회와 간담회를 가진 5·18 단체들은 행사위를 향해 '설치 조례와 근거가 없다'며 5·18 행사 주도 명분을 지적했다.
나아가 지난 13일 열린 ' 5·18 공론화 프로젝트 오월의 대화 2차 토론회'에서는 유족회가 5월 단체 주도 민간 행사 개최의 필요·정당성을 주장해 여전한 간극을 보여줬다.
대책위 관계자는 "일각에서 두개의 행사위가 꾸려지는 것에 대해 우려하는 것을 알고 있다"며 "행사위는 지난 30여년 동안 5월 단체 뿐만 아니라 지역 주요 시민 단체와 광주공동체가 함께 축적해온 기념행사와 정신계승 등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행사위가 사업을 정착시켜온 과정을 5·18 단체들만이 감당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5월 단체들이 이전투구 모습을 보이며 시민 신뢰를 떨어트린 상황에 행사를 주관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행사위는 현재 시스템을 이어가되 내부적인 사업 진단과 조직 평가, 바깥에서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대책위는 오는 10월 중 3차 시민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5·18민주화운동진상조사위 활동 종료가 다가온 데 따른 관련 주제를 준비하는 동시에 5·18 단체의 토론회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일을 하루 앞둔 17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에서 열린 전야제에서 참가자들이 민주평화대행진을 펼치고 있다. 2023.05.1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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