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운임제 폐지 9개월…추석에도 일이 생기면 해야죠"
'수입난 허리 휜다' 광주 컨테이너 화물노동자
하루 70만원 수입 불구 부대비용 지출 대다수
"노동자 처우 개선 불투명…제도 개선도 공전"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운수노동자 조성규씨가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화물차 공영차고지에서 자신의 컨테이너 화물차에 올라타 기기를 조작하고 있다. 2023.09.27. [email protected]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지난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화물차 공영차고지.
이른 아침부터 부산항을 향해 타이어가 가득 실린 컨테이너를 몰고 가는 조성규(57)씨는 출발 전 막바지 작업에 분주했다.
일주일 연속으로 이어진 광주와 부산을 오가는 장거리 운송 탓에 요소수가 바닥나면서 이를 채우는 것부터가 급선무다.
10ℓ들이 요소수 한 통을 모두 쓰는데 걸리는 시간은 불과 하루에서 이틀 뿐.
최근 요소수 가격이 ℓ당 가격이 1600원대에 이르는 경유만큼 비싸진 탓에 조씨의 표정은 아침부터 어둡기만 하다.
25년째 운수업에 종사하고 있는 그는 매년이 어렵지만 올해만큼 힘든 적은 없었다고 토로한다.
광주 금호타이어 공장에서 생산한 타이어를 광양과 부산 등지의 항구로 운송하는 일을 하는 그는 줄어든 일감과 치솟은 부대비용에 매일 머리를 싸맨다.
광주와 부산을 오갈 경우 하루 12시간 넘게 운행하며 받는 일당은 70만 원 선.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일주일에 6번씩 광양 혹은 부산을 오가고 있지만 매달 300만 원 넘게 지출되는 화물차 할부와 1억여 원이나 남은 집값 대출금 등은 여전히 그를 곤란하게 한다.
여기에 보험료, 차량 수리비, 대학 4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딸의 취업 준비 뒷바라지가 더해지면서 가장의 무게는 추석에도 내려놓을 수 없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화물차 공영 차고지에서 운수노동자 조성규씨가 자신의 컨테이너 화물차에 10리터 들이 요소수를 넣고 있다. 2023.09.27. [email protected]
이러한 와중에 올해 초 일몰제로 폐지된 '안전운임제'는 그에게 사무친 아픔으로 남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안전운임제를 통해 컨테이너 화물차 등에 한해서 최소한의 운임료를 보장해왔다. 이를 지키지 않는 화주와 운송사는 처벌 대상에 들었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과로와 과속, 과적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차원에서 도입됐지만 일몰제 성격으로 3년 시행에 그쳤다.
화물노동자들은 지난해 11월 일몰제 연장과 적용 대상 확대를 촉구하며 총파업에 나섰지만 별무소득으로 끝나고 말았다.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대체하는 '표준운임제' 추진을 지난 2월 발표했으나 화물노동자들은 안전운임제와 비교해 화주의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제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같은 정부안이 담긴 법안도 지난 6월 말 국회 국토교통위에 상정된 뒤 지금까지 논의 한번 없어 애만 탄다.
폐지 전 후를 모두 겪은 그는 종전 대비 수입이 20% 줄었다고 설명했다. 일종의 최저임금제와 같던 제도가 사라진 상황에 업계가 고무줄처럼 운임료를 책정하는 탓이다.
여기에 부대비용 지출은 줄어들 낌새가 보이지 않아 가계를 위협하는 지경에 다다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씨는 올해 추석 연휴 6일을 모두 쉴 수 있음에도 마음 편히 지낼 수 없다며 걱정이 한가득이다.
조씨는 "총파업 당시 정부가 업무개시명령까지 내릴 정도로 화물노동자들의 경제적 기여도가 인정되는 상황에 노동자 개개인에게 부과되는 노동 강도와 처우는 개선될 여지가 불투명하다"며 "안전운임제 재도입이 불가능하다면 차라리 국가가 나서 경제 근간이 되는 항목들을 운송하는 화물노동자들을 직고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봄직하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당장 해결이 요원한 상황에서 버티고자 오늘도 부산으로 향한다"며 "추석에 일감이 내려온다면 나가야지 별 수 없다. 쉴 수 있어도 마음이 불편한 탓에 한가위가 한가위 같지 않다"고 토로했다.
28일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에 따르면 안전운임제 시행 후 화물노동자의 순수입은 늘었고 월평균 업무시간은 감소했다. 컨테이너 화물노동자의 경우 시행 전인 2019년 월 300만원에서 2021년 월 373만원으로 순수입이 늘었고 시멘트 화물노동자는 수입이 110.9% 늘었다. 월평균 업무시간은 컨테이너·시멘트 노동자가 각각 5.3%, 11.3% 줄었다.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27일 오전 광주 광산구 진곡산단 화물차 공영차고지에서 운수노동자 조성규씨가 모는 컨테이너 화물차가 부산항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3.09.27.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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