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광주서 잇단 고독사…"관계망 구축·맞춤지원 절실"
올 연말연시 '나홀로 임종' 4명…사망 열흘여 뒤 발견도
공동체 해체 비극…"공감 높이고 복지지원 뒷받침돼야"
[서울=뉴시스] 재판매 및 DB 금지.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올 연말연시 한달 사이 광주에서 홀로 임종을 맞는 이른바 '고독사'가 잇따르고 있다. 저마다 안타까운 사연엔 가족 단절과 공동체 해체 등 세태가 고스란히 드러난다.
다양한 사회관계망 구축으로 고립감을 해소하고, 위험 가구별 촘촘한 맞춤 지원까지 뒷받침돼야 '외로운 죽음'을 줄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0일 광주 각 자치구와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4시께 광주 서구 쌍촌동 모 아파트 12층 세대 내 베란다에서 A(5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가족 신고를 받고 출동해 숨진 A씨를 발견했다. 홀로 살던 A씨는 평소 심혈관 질환을 앓았으며 지난 2013년부터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로 지정됐다. A씨는 주거·생계·의료비 명목으로 지자체가 매달 지원하는 60여만 원으로 생계를 꾸렸다.
앞서 지난 3일 오후 6시께에는 동구 서남동 한 원룸에서 홀로 살던 B(64)씨가 숨진 지 열흘여 만에 발견됐다. B씨는 지난해 12월 23일 이후 소식이 끊겼고, 직접 방문한 집주인에 의해 뒤늦게 발견됐다.
1차 부검 결과 B씨의 사인은 심부전증에 의한 것으로 추정됐다. B씨는 투병 중이었으며 타지에 사는 자녀들과 떨어져 홀로 살았다. 지자체는 B씨에게 기초생활급여를 지급해왔지만, '가족과 자주 연락한다'며 1인 가구 관리 대상에서는 제외했다.
[서울=뉴시스] 14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년간 고독사 사망자 수가 3000명 이상, 그 중 과반은 50~60대 중장년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전진우 기자) [email protected]
고독사는 경제 형편이 어려운 이들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1일 오후 5시 50분께 광주 북구 유동 한 연립주택에서는 숨진 집주인 C(70)씨가 뒤늦게 발견됐다.
'인기척이 없다'는 2층 세입자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은 C씨가 이미 숨진 지 열흘이 지난 것으로 추정했다.
베트남전에 참전했던 C씨는 아내와 사별하고 자녀들이 수도권에 자리를 잡으면서 홀로 살았다. 고엽제 후유증 등 지병 탓에 주로 집에서만 생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C씨는 매달 기초연금·참전수당 명목으로 100여만 원씩 받았고 주택도 보유하고 있어 복지 지원 대상이 아니었다. 지자체가 '홀몸노인 가구 관리 대상' 신청을 권고했지만 C씨는 "신세지며 살고 싶지 않다"며 거절했다.
같은해 12월 19일 오후 4시 50분께 광주 서구 쌍촌동 한 원룸에서도 숨진 베트남전 참전 용사 D(74)씨가 발견됐다. 경찰은 행정복지센터 공무원 진술 등으로 미뤄, D씨가 사흘 전 이미 숨진 것으로 봤다.
자녀와 따로 살았던 D씨는 기초연금, 주거급여와 참전수당 등을 받았다. 소득 인정액이 생계급여 지급 기준은 넘겨 곤궁한 형편은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이기일 보건복지부 제1차관이 1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고독사 예방 기본계획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2023.05.18. [email protected]
보건복지부가 2022년 처음 공식 발표한 전국 단위 실태 조사 결과에서도 광주 지역 내 고독사는 두드러진다.
광주 지역 내 고독사 수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5년간 총 551명이다. 광주 인구 10만 명(2021년 기준)당 고독사는 7.7명에 이른다. 전국 평균인 6.6명보다 높다.
광주는 고독사 위험 가구 여부를 판단하는 지표 중 하나인 65세 이상 고령자의 독거 비율도 8.2%로 전국 7대 특·광역시 중 부산, 대구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
이에 광주시도 지난해 초 고독사 예방 및 사회적 고립가구 지원조례를 제정, '광주다움 통합돌봄'의 큰 틀 안에서 고독사 예방 대책 추진에 나섰다. 구체적으로 지역사회 내 여러 주체가 참여하는 다층적인 관계망 형성, 최첨단 IT·AI기술 활용 위험 징후 사전 감지 등이다.
일각에선 홀로 사는 이웃을 자연스럽게 만나 안부를 직접 살필 수 있는 임대·임차인, 집배원, 택배기사 등이 고독사 예방 관계망의 한 축으로서 역할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민간 복지기관 종사자는 "고독사 위험 당사자가 지자체 상담·지원은 '생활 개입'으로 여겨 거부하기 일쑤다. 일상에서 흔히 만나는 이웃이 위험 징후를 확인하기 쉽고 고립감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며 "결국 지역공동체 안에서 서로에 대한 관심과 공감을 키워야 한다"고 했다.
지자체가 나서서 취약 가구별 맞춤형 복지 지원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자치구 한 복지 공무원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취약·소외 이웃을 관심 갖고 살핀다는 취지는 좋지만 현실적이지 않다. 결국엔 지자체가 연령·소득별로 특성이 제각각인 고독사 취약 가구의 현황부터 조사한 뒤 그에 따른 맞춤형 접근법과 복지서비스를 고민해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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