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억원 지원 고사하고 영덕에 둥지 튼 신소재 생산공장
철근 대체재인 유리섬유철근 개발·생산 ㈜KGR, 영덕농공단지에 설립
생산단가 저렴, 자체 기술 보유, 재료의 국산화 등으로 주목
'지방 소멸 위험에 처한 고향 영덕과 성장하고 싶다'며 영덕에 둥지
[영덕=뉴시스] 이바름 기자 = 경북 영덕군에 소재한 유리섬유철근 제조공장 ㈜KGR 최훈 대표. 유리섬유철근은 최근 철근의 대체재로 각광받고 있는 신소재다. 2022.04.10. [email protected]
지난 6일 오후 경북 영덕군 영덕농공단지 내에 있는 ㈜KGR에서 만난 최훈(27) 대표가 자신 있게 자사 제품을 내보이며 설명을 이어갔다.
사무실 책상에 놓인 지름 5~6㎝의 가느다란 봉 형태의 제품들과 책장에 가지런히 전시돼 있는 특허증, 품질인증, 시험성적서 등을 가리키며 그는 어깨를 활짝 폈다.
최 대표는 "국내에도 유리섬유철근을 생산하는 회사들이 조금 있지만, KGR은 기계부터 기술, 재료 모두 중국이나 러시아가 아닌 국산"이라며 "우리 회사에서 만들어낸 제품은 남들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유리섬유철근이라는 신소재를 생산하는 KGR은 지난 2019년 9월24일 영덕농공단지에 주소를 두고서 설립됐다.
유리섬유철근은 가느다란 유리섬유를 한 움큼 모아 꼰 뒤 열을 가해 만들어낸 철근 형태의 생산품이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에서는 10여년 전부터 이용되고 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아직 생소한 소재다.
유리섬유철근은 물에 취약해 녹이나 부식이 생기는 철근과 달리 물에 영향을 받지 않아 해상교량이나 방파제 공사 등에서 철근 대체재로 활용되곤 한다.
절연체라 감전의 위험도 없을 뿐더러 무게도 가벼워 작업의 편의성이나 안정성은 물론, 결과적으로 공기 단축이라는 최대의 장점도 갖고 있어 철근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최근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탄소세 도입 등으로 전망이 어두운 철강업계의 분위기와 달리 유리섬유철근은 환경 문제에서도 비교적 자유롭다.
하지만 철근대비 생산단가가 높다는 큰 단점이 발목을 잡아 그동안 상용화되지 못했다.
[영덕=뉴시스] 이바름 기자 = 경북 영덕군에 소재한 유리섬유철근 제조공장 ㈜KGR 최훈 대표가 자사 제품인 유리섬유철근을 들고 서 있다. 2022.04.10. [email protected]
연구가 성공하면서 KGR은 철근 가격보다 20~30% 저렴한 수준의 유리섬유철근을 개발·생산할 수 있게 됐다.
더욱이 국내에서 유일하게 유리섬유철근을 구부려 생산할 수 있는 '절곡'이라는 자체 기술도 보유하게 되면서 KGR은 사실상 국내 유리섬유철근업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올라서 있다.
유리섬유철근 생산 자재인 유리섬유를 경북 김천에 소재한 한국오웬스코닝과 계약을 맺고 있어 재료의 질 면에서도 최고 수준을 자부하고 있다.
이러한 입소문이 퍼지면서 아직 본격적인 생산이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해외기업과의 수출 계약이 성사되는 등 주목 받고 있다.
그런 기업이 다른 곳도 아닌 인구 4만명에 불과한 영덕에 둥지를 튼 까닭은 다름아닌 최 대표와 창업자인 최 대표 부친의 고향이기 때문.
이들 부자는 "지방 소멸 위험에 처한 고향 영덕에 내려와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애향심 하나만으로 전북 군산시의 40억원 투자 약속도 고사하고 영덕을 찾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최 대표 역시 아버지의 설득으로 수도권 소재 회사를 그만두고 영덕으로 내려와 경영에 뛰어든 1인이다.
최 대표는 "대한민국에서 유리섬유시장은 이제서야 조금씩 알려지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내년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는데, KGR에서 만든 제품이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에 널리 펴져 기업과 지자체가 함께 성장하는 꿈을 꾸고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