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칠곡할매 졸업생, 이철우 경북지사의 '마지막 수업' 들어

등록 2023.01.25 14:38:4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교사 출신 이 지사가 성인문해교육 할머니들 1일 교사

[안동=뉴시스] 25일 경북도청 1층의 '미래창고'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1일 교사가 돼 칠곡할매들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북도 제공) 2023.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25일 경북도청 1층의 '미래창고'에서 이철우 경북지사가 1일 교사가 돼 칠곡할매들의 마지막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경북도 제공) 2023.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류상현 기자 = 40여 년 만에 교사로 돌아와 분필을 잡은 이철우 경북도지사의 '마지막 수업'이 잔잔한 감동을 자아냈다.

학생들은 학교에 다니지 못했던 칠곡할매글꼴 할머니들이다.
 
꾹꾹 눌러쓴 손글씨가 디지털 글씨체로 만들어져 '칠곡할매글꼴'로 인기를 얻고 있는 4명의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은 25일 이철우 도지사가 마련한 한글 수업에 참석해 '명예 졸업장'을 받았다.

이 지사는 이날 경북도청 '미래창고'에서 70년대 교실을 재현하고 칠곡할매글꼴의 주인공인 추유을(89), 이원순(86), 권안자(79), 김영분(77) 할머니를 초청해 특별한 수업을 진행했다.

최고령인 이종희(91) 할머니는 건강상의 이유로 참석하지 못했다.

이 수업은 일제강점기와 가난으로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를 위로하고 200만 명이 넘는 문해력 취약 계층에 관한 관심과 평생 교육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마련됐다.

할머니들은 10대 시절 입지 못한 교복을 차려입었다.

1978년부터 1985년까지 7년간 교사를 한 적이 있는 이 지사는 이날 할머니들의 1일 교사가 됐다.

수업은 반장을 맡은 김영분 할머니의 구호에 맞춘 할머니들의 인사와 이 도지사의 큰절로 시작됐다.

이 지사는 할머니 한 분 한 분의 이름을 부르며 출석 체크를 한 후 경북 4대 정신을 설명하고 가족과 대한민국 근대화를 위해 헌신한 할머니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안동=뉴시스] 칠곡 할머니들이 이철우 지사에게 '칠곡할매글씨체'로 적힌 액자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경북도 제공) 2023.01.25 *재판매 및 DB 금지

[안동=뉴시스] 칠곡 할머니들이 이철우 지사에게 '칠곡할매글씨체'로 적힌 액자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경북도 제공) 2023.01.25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수업에 언급됐던 단어를 할머니에게 불러주며 받아쓰기 시험을 치르고 빨간 색연필로 직접 점수를 매겼다.

이 밖에 경북도가 운영하는 경북도민행복대학 이름으로 졸업장을 수여하고 받아쓰기를 잘한 할머니에게는 상장을 전달했다.

일제강점기 '한글맞춤법 통일안' 제정에 참여하는 등 우리말 연구와 보급에 앞장섰던 외솔 최현배 선생의 손자 최홍식(70) 세종대왕기념 사업회장은 화환을 보내 마지막 수업을 축하했다.

칠곡 할머니들은 이 도지사에게 "할매들은 지방시대가 무슨 말인지 잘 몰라예. 우짜든지 우리 동네에 사람 마이 살게 해주이소"라고 적힌 액자를 전했다.

이어 김재욱 칠곡군수와 '칠곡할매글꼴 사진전'을 관람하는 것으로 마지막 수업은 막을 내렸다.

김영분 할머니는 "우리 할머니들은 가난과 여자라는 이유로, 또 부모님을 일찍 여의거나 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학교에 가지 못했다"며 "오늘 수업으로 마음에 억눌려 있던 한을 조금이나마 푼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우 도지사는 "칠곡 할머니의 글씨를 처음 보는 순간 돌아가신 어머님의 모습이 떠올라 가슴이 먹먹했다"며 "배움에는 끝이 없다. 마지막 수업이 되지 않도록 건강 관리를 잘해 달라"고 부탁했다.

칠곡할매글꼴은 성인문해교육으로 일흔이 넘어 한글을 깨친 다섯 명의 칠곡 할머니가 넉 달 동안 종이 2000장에 수없이 연습한 끝에 2020년 12월에 제작된 글씨체다.

윤석열 대통령이 각계 원로와 주요 인사 등에게 보낸 신년 연하장은 물론 한컴과 MS오피스 프로그램에 사용되고 국립한글박물관 문화유산에 등재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