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어선 방화 혐의 50대 범행시인 "기억 안나지만 나 맞아"

성산항 정박 어선 방화…3척 전소, 피해 금액만 26억

검, 결심공판서 "피해 워낙 크고 합의 안 돼" 징역 7년

50대 "기억 안 나지만 CCTV 보니 나 맞아…벌 받겠다"

피해 어선 선주 "일면식도 없는데 왜 불 질렀나" 눈물

[서귀포=뉴시스] 오영재 기자 = 지난 4일 오전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에서 어선에 불을 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50대가 범행 전 자신의 차량 주유구에 물체를 넣었다 뺐다 하고 있다. (사진=서귀포해양경찰서 제공 영상 캡쳐) 2022.07.0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12시간이 넘는 진화 작업이 이뤄진 제주 성산항 어선 화재 당시 배에 불을 지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가 법정에서 결국 범행을 시인했다.

그는 폐쇄회로(CC)TV에 찍힌 사람이 본인이 맞고 처벌도 달게 받겠다면서도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진재경)는 현주선박방화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 된 A(55)씨에 대한 결심공판을 진행했다.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4일 오전 4시6분께 술을 마신 뒤 차를 몰고 서귀포시 성산항에 간 뒤 인근에 정박해 있던 29t급 연승 어선 B호에 올라 불을 지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당시 어선에 오르기 전 면장갑을 차량 주유구에 넣었다 빼는 방식으로 기름을 흡수시켰고 이를 범행에 이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경찰 조사부터 이날 법정에서까지 줄곧 "술을 마셔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다만 범행 당시 상황이 찍힌 증거에 대해선 "CCTV 영상을 보니 내가 맞는 것 같다. (범행을) 다 인정한다. 어떤 벌이든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제주지검은 이날 A씨에 대해 "선박 피해 규모가 매우 크고 피해자들과 합의될 가능성이 없는 것 같다"며 징역 7년을 구형했다.

[서귀포=뉴시스] 오영재 기자 = 4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성산항에서 발생한 화재가 11시간 가까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소방 인력이 화재 진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제주소방안전본부) 2022.07.0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이날 재판 중 방청석에 있던 화재 피해 어선 관계자 C씨가 A씨에게 소리치기도 했다. 재판부로부터 발언권을 얻은 C씨는 "A씨를 본 적도 없고 알지도 못 한다. 근데 왜 내 배에 올라가서 불을 붙였는지, 무슨 이유로 방화를 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어선 관계자 D씨는 눈물을 흘리며 "(A씨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피해가 너무 커서 모든 걸 다 잃었다"고 했다.

A씨에 대한 선고 공판은 10월6일 오전에 열릴 예정이다.

한편, B호에서 발생한 화재는 인근에 있던 39t, 47t 어선으로 옮겨붙었다. 이 불은 출동한 119와 해경에 의해 약 12시간 만에 진화됐다.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방차 1대와 어선 3척이 전소돼 소방 추산 26억원 상당의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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