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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전 차바 악몽 재현…오마이스에 잠긴 태화시장 상인 또 '절망'

등록 2021.08.24 11: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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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태풍 차바에 이어 또 태화동 저지대 침수

상가 대부분 물에 잠겨…상인 "구청은 안내도 없어" 질타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수해가 발생한 울산 중구 태화시장에서 한 상인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태화시장은 2016년 태풍 차바로 큰 피해가 발생한 곳 중 한 곳이다. 2021.08.24. gorgeousko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4일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수해가 발생한 울산 중구 태화시장에서 한 상인이 울분을 토하고 있다. 태화시장은 2016년 태풍 차바로 큰 피해가 발생한 곳 중 한 곳이다. 2021.08.24.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5년 전 태풍 차바 때 빚이 1억이 넘습니다. 아직 못 갚았어요. 이건 인잽니다 인재"

24일 울산 중구 태화시장에서 40년째 닭강정 가게를 운영하는 이순덕씨는 기자를 향해 울분을 터트렸다.

이씨는 “태풍 차바때 물난리를 겪은 뒤에는 비가 오면 잠을 한숨도 못 잔다”며 “오늘도 밤새 뜬눈으로 있다가 새벽 1시에 가게에 나왔더니 물이 들어차 안에 있는 물건을 싹 쓸고 지나가 엉망진창이 돼 있더라”고 토로했다.

이날 울산에는 전날부터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128mm의 비가 내렸다. 이로 인해 태화시장을 비롯해 태화동 저지대가 침수되는 피해가 났다.
 
이날 오전 태화동 일대는 그야말로 쑥대밭이었다.

태화초등학교에서 태화시장까지 이어지는 화진길 일대는 흙탕물 범벅이었고, 지하에서 물을 빼내느라 쉴새없이 돌아가는 펌프소리로 요란했다. 상가마다 물이 무릎 높이 또는 허리까지 차오른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상가마다 물에 젖은 과일, 채소 등 판매용품을 꺼내 말리고 있었지만 이내 다시 내리는 비에 좌절하는 모습이었다. 상당수 주민은 희망을 잃은 듯 고개만 저었다.

한 분식집은 물에 젖은 식료품을 다 버렸고, 옷가게는 옷이 다 젖어 정상적으로 팔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페트병에 담긴 콩물은 진흙탕에 나뒹굴고 있었다.

일부 상인들은 빗자루를 흙탕물을 쓸어내고 물을 빼내느라 분주한 상황에서도 기자를 보자마자 너나할 것 없이 나서서 울분을 토해냈다. 

태화시장 입구에서 35년째 살고 있는 박모(71)씨는 “지하 주차장에는 천장까지 물이 들어찼다”며 “혹시 몰라 주차장 입구에 걸쳐 주차해놓은 차도 물에 잠겨 정비소에 맡겼는데 가망이 없을 것 같다”고 하소연했다.

그는 “차바때 대책으로 배수장 설치한다고 하지만 지금 또 침수가 되지 않느냐”며 “배수장만으로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곳은 지난 2016년 태풍 차바로 큰 피해를 입은 곳이다. 당시 시간당 최대 139mm의 비가 내려 300여개 점포와 노점이 물에 잠겼고 사망자 1명이 나오기도 했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4일 울산 중구 태화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이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파손돼 있다. 2021.08.24. gorgeousko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4일 울산 중구 태화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이 태풍 오마이스의 영향으로 파손돼 있다. 2021.08.24. [email protected]




피해는 주택가에서도 이어졌다.

태화동 한 주택에서는 일가족 5명이 집 주변에 불어난 물로 고립됐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119구조대에 의해 구조되기도 했다. 또 태화동행정복지센터 일원 도로에도 한때 주차된 차량 바퀴가 잠길 정도로 물이 차올랐다.

이날 일부 상인들은 구청 직원들과 싸우기도 했다. 

한 주민은 "비가 300mm 넘게 오면 말도 안한다"며 "100mm 좀 넘는 비로 이 난리를 겪는거면 문제 있는 것 아니냐"며 "구청의 대처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큰소리 쳤다. 

한 주민은 "상인회에서 방송이 나왔을뿐 구청에서는 그 어떤 연락이 오지도 않았다"며 "새벽 무릎까지 물이 차오르는데도 행정기관에서 대피하란 말도 없었다고 지적했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4일 새벽 울산 중구 태화시장 일대가 침수돼 구청 직원들이 일대를 수습하고 있다. 2021.08.24. (사진=울산 중구청 제공) photo@newsis.com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24일 새벽 울산 중구 태화시장 일대가 침수돼 구청 직원들이 일대를 수습하고 있다. 2021.08.24. (사진=울산 중구청 제공) [email protected]



울산소방본부는 이날 오전 7시 현재까지 신호기 고장 등 모두 271건의 태풍 관련신고를 접수해 이가운데 59건을 처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태화강 주변 강북지하차도와 태화동행정복지센터 앞 도로 등 34곳의 도로 통행을 한때 통제했다가 순차적으로 이를 해제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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