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과 학생인권 대립 대상 아냐…현재 학교 문화는 바뀌어야"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취임 100일 인터뷰
"교사 출신으로서 현 상황 마음 아파…학생·학부모·교사 협력해야"
"교원 대상 교육활동 보호 사업 추진, 학생자치활동도 강화해야"
남은 임기 '학교문화 바꾸기', '민주시민 역량 갖춘 미래인재 양성' 주력
[울산=뉴시스] 배병수 기자 = 28일 울산시교육청 접견실에서 뉴시스와 취임 100일 기념 인터뷰하는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구미현 기자 = '중단없이 한발 더.'
지난 4월 취임 후 천창수 울산시교육감은 그 누구보다 바빴다. 조용한 외조자였던 그는 아내(故고 노옥희 교육감)가 못다 이룬 '한 명의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교육개혁을 '중단 없이' 잇기 위해 울산교육계 수장이 됐다.
교육감 당선 후 시민들과 꾸준한 소통은 물론 '사립유치원 무상교육', '학교폭력근절추진단 구성' 등 공약이행을 위해 전력을 다해왔다.
학생민주시민조례가 폐지되는 쓴 아픔을 겪었지만 학교현장에서는 흔들림 없이 민주시민교육을 진행하겠다는 우직함도 내보였다.
그는 최근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에 대해 누구보다 가슴 아프다고 했다. 평교사로 19년간 근무하면서 있었던 일화도 털어놨다. 현 사태의 논란의 중심이 된 '교권'과 '학생인권'은 대립구도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기후위기 시대, 탄소중립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자택에 에어컨 없이 생활하는 천 교육감. 뉴시스는 취임 100일을 기념해 지난 28일 시교육청 접견실에서 천 교육감을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듣고, 울산교육 미래의 청사진도 엿봤다.
다음은 천 교육감과의 일문일답.
-취임 100일을 맞은 소회는.
"시간이 정말 빠르다는 것을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많은 시민들이 전임 교육감의 교육정책을 중단없이 이어가야 한다며 저를 지지해 주고 동의해 주셔서 교육감 보궐선거에 출마하게 됐다. 당선 다음날부터 바로 업무를 시작하면서 부담감이 있었다. 교육청 직원들이 많이 도와줘 전문성을 갖춰가고 있다. 시민분들도 격려와 지지를 많이 해주서셔 큰 힘을 얻고 있다."
-취임 후 가장 큰 성과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사립유치원 무상교육과 더불어 공립유치원 교육비 지원을 늘린 것이다. 유아교육의 공공성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기 위해 추경에 51억 원을 편성했다. 오는 9월부터 만 5세 유아들은 교육비 혜택을 받게 된다. 또 1호 결재인 교육감 직속 학교폭력근절추진단도 이달 출범하게 된다. 분산됐던 학교폭력 관련 사업을 신속처리하기 위해 만든 기구다. 학교폭력 없는 평화로운 학교 조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 판단했다."
-3년 만에 학교민주시민교육조례안이 폐지됐다. 재의 요구를 안했는데.
"울산시의회 조례 폐지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에서 재의 요구를 안했다. 하지만 기존에 추진하던 민주시민교육을 중단없이 진행할 것이다. 현재로선 민주시민교육이 내실 있게 운영될 수 있도록 학교 교육과정과 연계해 현장 지원 활동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시점이다. 다만, 사업을 추진하려면 예산이 필요하다. 예산이 삭감되지 않도록 시의회와 적극 소통할 예정이다."
[울산=뉴시스]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올해는 무상교육 완성 원년으로 삼는다고 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2018년부터 시작된 무상교육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완성하는게 목표다. 앞서 말한 공사립유치원 교육비 지원과 식품비 단가를 단계적으로 전국 상위권 수준으로 확대해 질 높은 급식을 제공하기 위해 추경예산에 약 27억 원을 편성했다. 2학기부터 학교와 유치원에 ‘건강식재료비’를 지원할 것이다."
-최근 서이초 사건 계기로 교권 추락이 교육계 화두다. 교권 보호·회복 방안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교사들이 소신껏 수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학생들 학습권도 보장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가 된다. 울산시교육청은 교원이 안심하고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육활동 보호 사업 추진하겠다. 장기적 대응방안으로 학생자치활동을 강화하고, 학급 단위 학부모회를 활성화해 협력적 동반자 관계 구축할 것이다. 단기적 대응방안으로 악성민원 피해 교사 실태조사를 추진하고, 자동녹음이 가능한 전화기 설치를 지원하겠다. 또 학교 관리자(교장·교감)이 직접 나서 피해 교사를 신속하게 보호조치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교사 출신이라 이번 사건에 더 공감하겠다.
"예전에 수업 중에 학생이 욕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나도 사람인지라 화가 날 수밖에 없다. 그때 역시 체벌은 허용되는 시기가 아니었다. 일단 학생을 불러 이야기를 들었다. 욕을 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듣는다. 그러다 보면 흥분은 가라앉게 된다. 결론은 학생인권과 교권을 대립구도로 봐선 안된다는 것이다. 학생들의 인권과 교사들의 교권이 조화를 이루고 상호 존중하는 평화로운 학교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교사, 학생, 학부모가 참여하는 원탁토론회를 열어 다양한 방안을 함께 모색하려고 한다."
-남은 임기 최우선 과제는.
"학생, 학부모, 교사가 협력해 학교를 미래사회 핵심 역량을 키우는 곳으로 만들고 싶다. 학교문화를 바꾸는 사업에 남은 임기 동안 역점을 둘 예정이다. 현재 교사 중심인 학교 문화는 학부모 민원도 많고 학생 반발도 많다. 학급 단위 학부모회 활성화 등 학부모의 학교 참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학부모와 적극적인 소통으로 교육정책에 대한 이해도와 교육 만족도를 높이고 학부모의 다양한 의견을 교육정책 수립에 반영할 예정이다."
[울산=뉴시스] 뉴시스와 인터뷰하는 천창수 울산시교육감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미래형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정책도 내놨는데.
"그렇다. 우선 맞춤형 공교육을 더 강화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기초학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체감하고 있다. 기초학력 사업을 확대 운영해 모든 학생의 기초학력을 보장하겠다. 또 전국 최초로 울산교육과정연구센터를 설립해 학교급별 적용할 수 있는 울산형 학교자율과정 자료를 개발할 것이다. 2025년 고교학점제 전면적용을 대비해 실시간 쌍방향 수업으로 운영하는 공립 온라인학교도 설립해 미래형 인재 키우기에 한치도 소홀함이 없도록 할 것이다."
-기후위기 시대다. 탄소중립 정책을 몸소 실현하고 있다고.
"집에 에어컨이 없다. 동구라 시내보다는 시원하다. 선풍기로도 충분하다. 불편함 없이 지낸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실생활 적응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가게에서 옷을 자주 사는데 교육감 취임 이후에는 자주 못 갔다. 한달 전엔 여름 셔츠를 한벌 샀다. 지금 메고 다니는 백팩도 10년전 아름다운가게에서 5000원에 구입한 것이다. 교육청에서 제작한 기념품 담을 봉투도 여분이 남으면 항상 아름다운가게에 기부를 한다. 근검절약이 몸에 베어있는 편이다."
-여름 휴가 계획은?
"집에 9년 된 빨간색 경차가 있다. 이 차를 직접 운전해 남해안으로 2박 3일을 다녀올 계획이다. 그쪽에 사는 친구도 만나서 밥 먹고 못다 한 얘기도 하고 싶다. 남은 휴가는 교육 행정 공부를 해볼 생각이다."
-교육가족에게 한마디
"울산교육 발전을 위해 그동안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성원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울산교육이 대한민국 교육의 중심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앞으로도 '모든 아이를 위한 학교, 모든 아이를 위한 교육'을 펼치겠다. 지켜봐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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