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담보 급전대출의 덫' 고리대출·불법 추심 일당 덜미
1명 구속·2명 입건…'가족·지인' 연락처 빌미로 협박성 독촉
주부 등 여성만 노려 고리사채 놓아 6000만 원 부당 수익
무담보 대출에 속아 최대이율 4만%'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급전 바로 빌려드립니다. 담보 없이 대출 가능.'
지난해 7월 30대 주부 A씨는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한 대부업체가 올린 홍보 게시글을 봤다.
간단한 확인 절차만 거치면 급전을 빌릴 수 있다는 생각에 솔깃한 A씨는 게시글 속 업체 연락처에 전화를 걸어 대출을 신청했다.
업체 측은 "담보없이 진행되는 신용 대출이다. 원리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가족관계증명서, 친구 3명의 연락처 등을 달라. 확인만 되면 원하는 만큼의 금액을 곧바로 빌려주겠다"고 제안했다.
금전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데다, '금방 갚으면 된다'고 업체 측 제안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 A씨는 제안에 응했다.
A씨는 업체 측이 안내한 절차를 거쳐 30만 원을 빌렸다. 대출 계약서는 쓰지 않았고 업체 측은 장부에 A씨의 대출 사실을 기록했다.
이후 업체 측은 이자 명목으로 매주 10만 원을 요구했다.
업체 측의 집요한 이자 독촉에 A씨는 몇 달간에 걸쳐매주 10만 원씩의 이자를 송금했다.
원금을 이미 갚고도 남을 돈을 보냈지만, 업체 측 관계자들은 '남편이 대신 갚도록 하면 되겠느냐', '가족들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전화·문자메시지를 보내며 A씨를 위협했다.
이렇게 A씨가 대부업체 측에 건넨 돈은 500만 원에 달했다. 이자율은 최소 1000%에 이르렀다.법정 이자율 최고한도는 24%의 50배에 육박하는 폭리였다.
다른 대부업체에 또다시 돈을 빌려 이자를 내왔던 A씨는 '더는 못 내겠다'고 버티자, 업체 측은 A씨의 가족에게 대출 사실을 알리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A씨가 돈을 빌린 업체는 금융당국에 신고되지 않은 무등록 대부업체였다. 사무실도 사실상 실체가 없었다.
선후배 사이인 B(31)씨 등 3명은 광주북구·광산구 원룸을 단기 임대해 사무실을 수시로 옮겨다니며 불법 대부 영업을 펼쳤다.
이들은 각자 자금관리·협박·원리금 회수 등 역할을 분담했으며, 대출·원리금 상환 시에는 차명 계좌(대포통장) 만을 썼다.대출금 상환을 독촉할 때에도 차명 휴대전화 8대 만을 이용했다.
또 A씨를 비롯한 피해자들에게 돈을 빌려줄 때 확보한 가족·지인 연락처를 빌미로 불법 채권추심을 수시로 일삼았다.
범죄 첩보를 입수, 수사에 나선 경찰은 이들이 A씨 등 47명을 대상으로 고리사채업을 한 것으로 확인했다. B씨 일당이 부당하게 챙긴 금융 수익은 6000만 원대 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환산했을 때 이자율이 최대 4만800%에 달하는 피해 사례도 확인됐다.
피해자 대부분은 1·2 금융권 대출 조건을 갖추지 못한 주부, 무직자 등 여성이었다.
광주 서부경찰서는 25일 소액 대출을 해준 뒤 법정 이율을 초과한 불법 고리사채업을 한 혐의(대부업법·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주범 B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공범 2명도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은 "계약서 없이 신용대출 명목으로 가족·지인의 연락처 공유를 대출 조건으로 내걸 경우에는 불법 대부업체일 확률이 매우 높다. 각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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