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호 화순탄광 폐광, 118년 만에 역사 속으로
지역 경제계 큰 버팀목 사라져
정부·지자체 폐광 후속조치 필요
화순탄광 활황기. 뉴시스DB
[광주=뉴시스] 구길용 기자 = 대한민국 1호 탄광으로 지역경제계의 큰 버팀목이었던 화순탄광이 오는 30일 폐광한다. 광업권이 처음 등록된 이후 118년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대체산업 개발 등 폐광에 따른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화순탄광의 빈자리를 메우는 데 한계가 느껴진다.
118년 서민들의 삶과 애환이 닮긴 만큼 기념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
화순탄광 폐광
화순군 동면에 위치한 화순탄광은 국내 1호이자, 국토 서남권의 유일한 탄광이었다.
1905년 4월 첫 광업권 등록에 이어 1934년 6월 일제 하에서 본격 채광에 나서 그동안 전남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이 돼왔다.
하지만 정부가 만성 적자 상태에 시달리는 한국석탄공사를 단계적으로 정리하는 내용의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을 결정하면서 폐광의 파고를 넘지 못하고 문을 닫게 됐다.
화순탄광의 폐광은 연탄 수요 감소에 따라 국가재정 절감을 위한 불가피한 조치다. 산업자원부 집계 결과 지난 2020년 기준 국내 석탄산업 재정 지원에 2835억원이 투입됐다. 이번 조기 폐광조치로 국가재정 1조원 가량을 절약할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추산했다.
산업자원부는 화순탄광에 이어 2024년 태백 장성탄광, 2025년 삼척 도계탄광을 폐광한다. 공영탄광이 모두 문을 닫으면 국내에는 민간이 운영하는 삼척 경동폐광 한 곳만 남게 된다.
화순탄광은 어떤 곳
한 때 화순탄광의 종사자가 1700여명에 달하고 70~80년대 연간 채광량이 70만5000t에 달할 정도로 활황을 이뤘다.
광부의 월급이 공직자들보다 많았으며 면 소재지 마을에는 극장이 들어설 만큼 북적였다.
총면적 30.7㎢, 갱도 길이 80㎞ 규모의 화순탄광에서 생산된 무연탄은 높은 상품성을 자랑했다. 강원 삼척·영월·태백 탄광 등과 함께 국내 4대 탄광으로 꼽힐 정도로 채광량도 많았다.
번성을 이룬 만큼 어두운 그림자 또한 적지 않아 매년 압사나 갱도 붕괴 등으로 숨지는 광부가 속출했다. 화순광업소가 매년 9월9일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합동제사를 지고 석탄산업 종사자 추모공원이 조성된 것도 그 배경이다.
지역경제 발전을 견인했던 화순탄광도 연탄수요 감소에 따른 채산성 악화를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지원 방안은
현재 화순탄광 근로자는 263명으로, 광부를 평생 직업으로 삼아온 이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연쇄적으로 지역경제의 침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탄광 근로자들은 대부분 관련 기술과 면허를 갖고 있어 재취업을 희망하고 있지만 하루하루 미래가 불안하다.
산업부는 탄광 폐광에 따른 피해를 막기 위해 다각적인 방안을 마련 중이다.
산업부는 당장 화순광업소 폐광 보상을 위해 올해 예산에 167억원을 반영했다. 보상금액은 기준급여(기본급의 100% 또는 월평균 임금의 45% 중 선택)에 남은 정년을 고려해 산정한다.
화순광업소 근로자 1명당 특별위로금과 전업준비금을 포함해 평균 2억6000만원 정도의 지원이 예상된다.
산업부는 지역경제 침체를 막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 중심으로 부지 활용 방향을 담은 '폐광지역 경제진흥사업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부는 광산 채굴로 인해 지표가 무너지거나 갱에서 흘러나온 물로 주변 하천이 오염되는 것을 막지 위해 광해 실태조사도 실시할 계획이다.
그러나 화순광업소 폐광은 6월인 반면 본격적인 광해방지사업은 내년에나 돌입할 것으로 보여 공백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지자체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화순군은 올해 말까지 폐광지역 관광산업 활성화 타당성조사 용역을 실시한다.
화순 세대연대 복합센터 건립, 기능성 HMR실증·실용화 지원센터 구축, 폐광지역 주거환경 정비사업, 진폐재해자 행복더하기 사업 등도 추진된다.
화순군은 특별위로금의 정부예산 추가 반영과 화순광업소 부지(246만㎡) 매입비 국비 100% 지원, 순직 석탄산업 종사자 추모공원 조성비 국비 10억원 지원, 남부권 내국인 카지노업이 가능하도록 법령 개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또 화순탄광 폐광 이후 근로자 고용 승계 문제나 대체산업 개발에 따른 기반조성, 주변 마을주민 지원대책 등 정부차원의 전반적인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구복규 화순군수는 "평생 고된 채탄작업을 통해 국가와 화순경제에 기여한 광업노동자들이 충분한 지원과 예우를 받을 수 있어야 한다"며 "폐광지역의 대체 산업 육성 등 대안 마련을 위해 중앙과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념사업은
광부들은 물론이고 지역민들의 삶과 애환이 담긴 곳이기 때문이다.
우선 화순군은 화순탄광의 변천 과정을 기록화하기 위해 ‘화순탄광 아카이빙 구축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본격적인 용역 작업에 돌입했다.
‘화순탄광 아카이빙 구축사업’은 화순탄광의 역사를 기록화해 탄광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공유의 장으로 활용하고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추진한다.
화순군은 2023년 말까지 화순탄광의 역사적 사실을 정리한 메모리북, 탄광노동자와 주민을 밀착 취재한 다큐멘터리 영상, 사진집, 홍보물 제작·전시 등을 추진할 계획이다.
또 지역민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탄광노동자들이 실제 사용했던 물품과 그에 얽힌 이야기도 수집하고 향후 석탄박물관 전시 등 문화관광 사업과 연계할 예정이다.
화순탄광 관계자는 “폐광하는 화순광업소의 역사적 기록을 보존하고 후대에 전달해야 한다"며 "화순탄광은 한 가정의 생계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의 큰 버팀목으로서 의미가 컸다"고 말했다.
[화순=뉴시스] 류형근 기자 = 정부의 일방적인 폐광방침에 반발해 화순탄광 노동조합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대한석탄공사 화순광업소 주차장에 채광도구들이 놓여 있다. 2016.06.14.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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