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인터뷰]김수영 양천구청장 "50대男 고독·빈곤 주목…전수조사 통해 대안 마련"
【서울=뉴시스】대담/이상택 사회정책부장 정리/손대선 이재우 기자 사진/장세영 기자 = 김수영 양천구청장은 '복지통'이다. 사회복지행정으로 박사학위까지 받아 대학 강단에서 사회복지를 가르쳤다. '복지행정전문가라'는 타이틀을 앞세워 구청장 자리에 오른 그가 정유년 새해 50대 남성을 주목하고 있다.
지난 4일 양천구청장실에서 만난 김 구청장은 50대 남성의 소외와 빈곤을 눈여겨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해부터 밀착형 복지 실현을 위해 추진중인 '찾아가는 동주민센터'를 통해 복지사각지대 발굴에 주력했다. 통상 복지사각지대라 함은 독거노인이나 미혼모 등 소외계층를 일컫는다.
김 구청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 복지사각지대라 하면 홀몸어르신 등을 말하는데 우리 구는 50대 남성을 주목한다"며 "이혼해서 혼자사는, 가족한테 버려진 50대가 가장 위험하다고 본다"고 전제했다.
그러면서 "홀로 알콜중독에 빠지거나 병에 걸려 자포자기한 채 지내다 병사하거나 자살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양천구의 경우, 신월동 등에 반지하방 등에서 거주하는 50대 독거중년남성이 적지않다고 한다. 김 구청장은 올해 안으로 이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해 빈곤, 건강, 가족관계 등을 두루 살펴보고 문제해결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구청장은 "어르신들의 경우, 무료급식소도 가고 하고 살길을 찾는데 혼자사는 50대 남성들은 그게 안된다. 사회성이 부족해진다. 자존심도 있고 해서 혼자 굶어죽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전수조사와 대안모색을 통해 새로운 복지개념을 정립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다음은 김 구청장과의 일문일답.
-지난 한해 다사다난했다. 지난 한해의 소회를 들려달라.
"최근 대통령 탄핵소추로 우리 사회는 참담하고 아픈 시간을 겪고 있다. 광장에 모인 작은 촛불들은 우리 스스로가 소중한 존재이며 주권자로서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경험이었다. 무엇보다 우리 사회에서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하는 시간이었다. 지난해 양천구가 보인 노력과 성과는 바로 이런 주민들과의 소통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2016년은 주민들과 소통하며 뿌린 씨앗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온 시간이었다. 특히 오래 묵었던 사고와 행정의 틀을 바꾸려는 노력과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속에 마을 곳곳이 새롭게 탈바꿈했다. 대외평가에서도 1년전보다 더 빛났던 한해였다. 44개 분야에 걸쳐 12억원이 넘는 시상금을 받았다. 이 모든 것이 주민과의 소통을 통해 이뤄낸 성과이기에 더욱 소중하고 값진 열매다."
-지난해 아쉬웠던 정책이나 만족스러웠던 순간은.
"요즘 현장에서 주민들과 만나다보면 '양천구가 달라지고 있다. 정말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해주신다. 지난 연말 건설사의 파산으로 사용검사를 득하지 못해 준공 승인을 받지 못한 '금하뜨라네 아파트'를 찾았다. 한시적으로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하자보수 보증금을 감면받고 담당부서의 노력으로 감리비도 상당부분 감액을 받아 10년만에 준공되어 검사필증을 전달하러간 자리였는데 검사필증을 받으신 주민대표가 '진짜, 진짜 감사하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 지난 연말에는 정말 지역 곳곳에서 참 많은 칭찬을 받은 한해였다. 참 감사하고 뿌듯한 일이다."
"아찔했다기 보단 걱정스럽고 참담했던 순간들은 아무래도 대통령 직무정지에 관한 일련의 사건들일 것이다. 저도 촛불광장에서 나가 촛불을 들며 함께했지만 직무정지가 결정되자마자 민생안정을 위한 대책단을 꾸리고, 비상근무체계에 돌입할 만큼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서울시장과 자치구청장간 회의도 이어졌고, 구청 간부들과의 회의를 통해 지방자치단체는 혼란 없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긴 하지만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생각한다."
"민선 6기 취임이후 교육, 복지, 일자리, 안전, 주민건강 등 5대 분야에서 핵심과제를 선정,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년 반 시간동안 이러한 사업들의 방향 설정을 위해 주민들과 소통하며 씨앗을 뿌리고 성장시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우선 교육분야는 지난해 혁신교육지구로 선정돼 다양한 혁신교육사업들을 추진했다. 또 지난 사업들의 성과가 결실을 맺어 혁신교육지구로 재지정되어 2018년까지 혁신교육사업들을 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구청, 지역사회 그리고 학교가 함께 힘을 합쳐 아이들이 행복한 교육문화조성에 힘쓰면서 처음에 부정적으로 인식되었던 부분들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그동안 지역사회의 자원을 활용한 역략강화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올해부터 더 많은 아이들이 경험하고 행복해질 수 있게 혁신교육사업을 확산시키는데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복지는 주민 중심의 촘촘한 그물망을 형성하기 위한 기반을 다졌다고 생각하다. 조직개편,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구성 등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를 실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사회복지사와 방문간호사가 전진배치된 일명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가 지역사회 곳곳에서 정착되어 가고 있는 단계다. 안전한 도시조성의 경우 민선6기 시작과 함께 재난안전관련 팀을 신설하면서 체계적으로 준비했다. 결과적으로 재난안전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곳이 있었기에 전 국가적인 메르스 위기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또한 지역주민들과의 소통 그리고 협조 덕에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로부터 양천구의 메르스 대처 능력은 'Best of Best'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후 팀체제 였던 재난안전관련 조직을 부서로 확대하여 2015년 7월부로 안전재난과가 지역사회의 안전재난관련 모든 것을 총괄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역사회의 건강을 챙겨줄 다양한 시스템들이 구축되어가고 있다."
"권역별 공공보건의료서비스를 위해 시작했던 보건지소 사업이 올해 상반기 신월보건지소 개소로 마무리될 것이다. 양천 아이원센터가 개소돼 태내기부터 아동기까지의 아이들의 건강관리 사업들을 총괄하여 운영, 관리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러한 사업 성과들이 귀결되어 주민들과의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지난 시간의 가장 큰 성과일 것이다. 격의 없이 소통하고 서로 공감하며 참여를 통해 생활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것을 구정운영의 제1원칙으로 삼아 앞으로도 현장에서 뛰고 주민과 소통하며 지역발전을 위해 온 힘을 쏟을 것이다."
-올해 사회복지사협회로부터 복지구청장상을 받으셨다. 지자체의 복지예산 비중은 계속 늘고 있다. 올해 복지정책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부문은.
"그동안 우리나라의 복지체계는 신청주의에 입각한 시혜적 복지체계였다. 즉 도움을 받고 싶은 사람이 직접 찾아와 신청하면 법과 제도적 테두리안에서 가능한 예산을 지원하는 체계였다. 하지만 복지수요가 날로 다변화되고 막대해지는 만큼 한정된 예산으로 이를 모두 포용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천차만별인 모든 상황들을 법에 명시해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복지의 경우 국가 전체적으로 동일한 기준을 적용해야하는 부분을 제외하고는 주민들의 삶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일정부분은 자율권을 줘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복지가 나가야할 방향은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의 포인트는 두가지이다. 첫째 그동안 신청주의에 입각해 있었던 복지체계를 직접 찾아가서 발굴하는 시스템으로 바꾸겠다는 것과 둘째 한정된 예산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민과 관이 함께 만드는 촘촘한 복지그물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는 것이 바로 우리 사회의 복지가 나갈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에 관심이 많으신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양천구 사회적경제 조례는 구의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빵을 팔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미국 사회적기업의 루비콘제과 관계자의 말 속에 사회적경제의 의미와 필요성이 모두 담겨 있다. 기업의 이윤뿐만 아니라 새로운 일자리창출과 사회적가치 실현을 우선하는 것이 사회적경제다. 19대 국회에 이어 20대에서도 '사회적경제기본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이 법안은 사회적기업과 협동조합, 마을기업과 같이 서민들의 자체 고용활동을 중앙과 지방정부가 지원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친서민적 경제법안에 대해 일부에서는 시장경제에 반한다고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이 법안이 최초로 발의되고 난후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에서는 '자유시장경제라는 헌법적 가치에 어긋나며 각종 경제적 폐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사회적경제 또한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활동을 통해 능력에 따라 물질적인 만족과 혜택을 누리는 시장경제의 틀 속에서 활동하고 있다. 따라서 흑백의 이분법적 논리와 관점으로 사회적경제를 논할 것이 아니라 시장경제의 지나친 경쟁과 기업의 과도한 이윤추구로 발생된 일부의 문제를 보완하고 경제를 활성화시키려는 다양한 경제활동의 한 부분으로 보았으면 한다. 양천구만 하더라도 2011년 현재 14개였던 사회적경제기업이 2016년 12월 현재 90개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이는 어려운 경제상황과 불확실한 고용구조 속에서 사회적경제의 중요성과 실효성을 입증하는 결과라 하겠다. 특히, 양천구는 인구밀도가 높고(1㎢ 거주 인구수 1위), 유동인구가 적어(25개 자치구 중 23위 – 2014년 기준), '지역'을 기반으로 한 경제활동이 요구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지역특성을 감안하여 여러 계층과 경제주체들의 교류와 협력 속에 다양한 일자리창출과 상생의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양천구 역시 사회적경제를 우선할 수 밖에 없다. 지난해 11월 양천구의 사회적경제 활성화를 위한 지원을 위해 마련된 조례안이 의회에서 부결되었으나, 앞서 말한 시대적 상황과 지역적 여건을 고려하여 빠른 시일 내에 조례안을 의회에 다시 제출할 계획이다."
"지난해 그리고 지금도 우리 국민들은 엄동설한에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누군가는 가족을 위해, 누군가는 사회를 위해 또한 이 나라에 살고 있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촛불을 들고 함께한 것이다. 아프고 참담했지만 (물론 아직 현재진행형이고) 주권자로서의 국민이 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민이 나라를 바꿔나가듯 양천에서도 지역사회를 변화시키고 있는 것은 구민들과의 소통이자 참여다. 지역 곳곳에 개관한 작은도서관은 주민들이 만나고 이야기하는 소통의 장소가 되어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 지역 곳곳에서 열렸던 마을 축제는 주민들이 직접 만들고 주민들이 함께하며 만들어 낸 참여의 현장이었다. 만민공동회, 100인의 원탁토론, 건강 토론 등 주민토론회를 통해 나온 의견들은 지역사회를 변화시키는 기반이 되고 있다. 동별로 만들어 진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서는 이웃이 이웃을 챙기고 돕기 위한 협약들이 이어져 올 겨울도 양천을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이렇듯 하나 하나로 보면 작은 참여의 변화들이 지역사회를 바꾸는 원동력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광장의 촛불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소류성해는 '작은 흐름 혹은 물결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우리에게 있었던 일들을 잊지 말고 국민의 촛불이 만들어준 새 희망의 2017년을 구민 여러분과 더불어 함께 흔들림 없이 나아가고자 하는 의미를 담아 소류성해를 올해의 사자성어로 정했다."
-올해 중점 추진할 정책은 무엇인가.
"임기 초부터 '교육, 복지, 안전, 일자리, 건강' 총 5개 분야에서 중점과제를 선정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다. 그 결과 올해 혁신교육지구로 재선정됐으며 양천형 찾아가는 복지는 지역사회에서 점차 정착되어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서부트럭터미널이 도시첨단물류단지 시범단지로 선정, 유통, R&D, 주민복합편의시설 등 다양한 개발 가능성을 지니게 됐다. 올해에는 온수도시자연공원, 양천대표도서관, 신월 어르신복지관 등 양천구민의 삶과 직결되는 다양한 시설들이 본격화되는 해이기도 하다. 양천을 따뜻하고, 안전하고, 건강하고, 번듯한 도시로 만들겠다는 말은 지금까지 해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각 분야별로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사업들을 추진하는 한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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