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생각]사스부터 코로나19까지…감염병과 정보
[서울=뉴시스]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
우리 사회는 그간 여러 차례 대유행 감염병을 겪었으나 이번에는 사회경제적으로 전례 없는 변화에 직면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데이터에 근거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싶었다. 그래서 국회미래연구원 박성원 박사와 함께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부터 코로나19까지 주요 감염병을 시기적으로 구분하고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슈와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들을 문헌을 통해 분석해 보았다.
경제적 위축, 감염병 전파에 따른 사회적 위기와 우려 확산, 이에 대응하는 체계적인 위기관리 정책 요구 등은 모든 시기를 막론하고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이슈였다.
새롭게 등장하는 이슈들도 있었다. 우선 신종플루 이후 사회적 극복과 협력에 관한 이슈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를 겪은 뒤에는 정부-시민 간 소통, 정보의 유통이 새로운 이슈로 나타났다.
특히 정보를 매개로 정부-시민 간의 소통이 함께 등장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메르스가 유행하던 당시 정부가 감염 정보를 신속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이것이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어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상황을 되돌아보면 정부는 각종 매체를 통해 감염자 수, 사망자 수 등이 대중에 공개되는 것을 제한하였으며 이는 결국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시민 사회의 자발적 참여를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코로나 19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런 가운데 정보와 정보기술(IT)이 맞물려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은 주목해야 할 점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공공정책에 대한 시민 사회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한 소통의 이슈를 넘어 감염병 대응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수단으로 등장하는 모습이다.
즉 의료계 내 정보 공유를 통한 백신과 치료제 개발 협력, 신속한 위기대응을 위한 의사결정 근거 제공, 사회적 격리에 따른 원격교육, 원격근무 등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구현과 확산 등이 관련 이슈로 나타나고 있다.
한편 정보와 정보기술이 강력한 사회 이슈로 나타나는 것과 더불어 그 이면에 있는 부정적 이슈가 함께 등장하고 있는 것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예컨대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급격한 확대로 인한 관련 서버, 네트워크, 스토리지 등의 과부하는 정보 인프라 투입 비용을 대폭 증가시켰으며 휴대폰, 폐쇄회로(CC)TV의 활용을 통한 감염 경로 파악은 개인정보보호, 개인 사생활 침해 등 개인 인권 문제와 다툼의 여지를 만들었다.
또한 양질의 정보가 국민과 방역 당국의 의사결정을 위한 중요한 근거를 제공함과 동시에 잘못된 정보(infodemic)는 심각한 사회 혼란을 초래하기도 했다. 디지털 양극화와 정보 인프라 혜택의 불균형은 감염병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을 더욱 확대하기도 했고, 원격 플랫폼의 확산은 그에 따른 보안 취약성을 함께 드러내고 있기도 하다.
감염병으로 인한 전례 없는 변화에 맞서 정보와 정보기술 분야에서도 새로운 패러다임에 대한 적응과 변화가 필요하다.
우선 정보기술의 적용과 사회적 가치의 충돌에 있어 진일보된 합의를 끌어내야 할 시점이다. 감염병에 대한 신속한 전파 경로 파악을 위한 공공의 안전과 개인 권리 간의 조화를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원격근무, 원격교육 등 본격적인 비대면(untact) 시대를 대비하여 어떠한 제도적, 정책적 정비가 필요할지 논의가 필요하다.
일례로 관련 조사에 따르면 사회적 격리 기간 중 원격근무를 실시한 곳은 대기업이 60.9%, 중소기업이 36.8%로 기업군에 따른 양극화가 뚜렷이 나타났다. 비대면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높아지고 있지만, 이를 실제 적용할 수 있는 사회적 여건은 여전히 미흡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양질의 정보 유통을 위한 기술적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최근 연구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가짜 뉴스 판별 기술은 매우 중요한 사회적 기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비대면 소통을 보장하기 위한 인프라 및 보안 분야의 기술 수준 향상도 필요하다.
관련하여 정부는 최근 디지털 인프라 구축, 비대면 산업 육성, 사회간접자본(SOC) 디지털화를 3대 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양질의 디지털 콘텐츠가 더욱 활발히 개발되어야 한다.
특히 가상현실(VR) 등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활용한 몰입형 교육 콘텐츠와 비접촉 여가 문화 확산으로 인한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 개발 등 코로나19 이후 맞이할 정보 시장의 지각 변동에 대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대량의 정보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감염병의 징후를 조기 파악하여 관련 공공안전 정책에 반영할 수 있도록 감염병 감시 체계를 고도화시켜야 한다. 메르스 사태 이후 정부는 국가연구개발사업을 통해 '빅데이터 기반 감염병 조기 발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코로나19의 대응 과정에서 국민은 물론 의료진에게조차도 이 시스템의 존재는 생소했다. 감염병의 징후가 되는 요소와 질병의 활동에 대한 정보를 수집, 통합, 해석하고 이를 정책 결정 과정과 연계시킬 수 있는 '생물 감시'(bio-surveillance) 체계를 본격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번 대유행 감염병에 대한 시기별 분석 과정에서 감염병의 창궐 주기가 점차 짧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사스에서 신종플루까지 7년, 신종플루에서 메르스까지 6년, 그리고 메르스에서 코로나19까지는 4년이 걸렸다.
이와 더불어 기후와 환경문제가 이제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글로벌 이슈가 된 지 오래다. 그에 따라 인수공통 감염을 통한 새로운 감염병의 발생 가능성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연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BMGF)에서 감염병의 방역과 백신 개발을 위해 국내 기업에 수십억 원을 투자한다는 뉴스가 들려오고 있다.
반복적인 감염병의 창궐과 극복이라는 자연과 인간의 이 팽팽한 싸움에서 패배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와 정보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대응 전략의 구사가 필요하다. 이제 대유행 감염병에 대한 감시와 대응은 우리의 새로운 일상이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김유빈 국회미래연구원 연구위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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