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쿠팡, 5억달러 규모 프리IPO 추진···기존 투자금 14억달러 '바닥났나'
김범석 쿠팡 대표
프리IPO 앞두고 비용 지출 줄이고 내부단속 나서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조건으로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 형태의 자금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해외투자업계를 통해 확인됐다.
13일 미국 실리콘밸리와 뉴욕 투자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골드만삭스를 주간사로 선정해 5억달러(약 5730억원) 규모의 프리IPO를 진행할 계획이다. 전환가격(Conversion price)은 향후 주식 상장(IPO)시 가격이며, 만기는 5년, 100% 이자현물지급(PIK) 형태다. 표면이율(coupon)은 년간 5~6%로 5년까지 1~2% 추가 상승 조건이다.
프리IPO는 투자자들을 상대로 향후 몇 년 내에 상장하겠다는 약속을 하고 일정지분을 매각하는 자금유치 방식이다. 투자자들은 상장 때 지분을 다시 매각하게 되며, 상장이 되지 않을 경우에는 매각자가 지분을 되사들여야 할 권리(Put-option)를 주는 등 옵션이 주어진다. 쿠팡이 추진하는 이번 프리IPO의 경우 이자가 매년 더해지고 5년 안에 상장 못하면 원금까지 토해내야 하는 대출성 조건이다.
이에 대해 쿠팡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팡의 프리IPO 추진과 관련,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다른 투자는 밸류에이션을 조정해야 하는 등의 골치 아픈 장애물이 많은 반면, 프리IPO는 따로 이런 절차 없이 상장시 주가로 투자금을 전환시켜주는 조건이라 기존 쿠팡의 '5조원' 밸류에이션이 높네 낮네 따질 필요가 없다"면서 "투자자들 입장에서도 자금이 오래 묶이지 않고 연간 이자를 다 받을 수 있고, IPO가 안되더라도 투자금 전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프리IPO는 여러모로 일반 투자보다 유치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문제는 쿠팡이 과연 지금도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인지, 국내의 골치 아픈 사안들이 명확하게 투자 후보군들에게 알려져 있는지가 중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번 쿠팡의 프리IPO는 심각한 내부 자금사정 악화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쿠팡 내부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쿠팡 측은 아직 자금 여유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사실상 대출에 가까운 프리IPO를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본잠식 전 사실상 '마지막 수'"라며 "앞서 핵심자산인 물류센터까지 담보로 맡기고 3000억원의 대출을 받은 것에 이어 투자금이 바닥나고 회사 운영자금마저 부족한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 스타트업 전문 데이터베이스 기업 크런치베이스(crunchbase)에 따르면, 쿠팡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14억2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 수준이다. 지난 2014년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10억달러(약 1조1000억원)와 세콰이어캐피탈의 1억달러(1100억원), 블랙록의 3억달러(3400억원) 등을 합한 금액이다. 쿠팡의 누적 손실 규모를 고려하면, 지금까지 유치한 투자금의 대부분이 소진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쿠팡은 프리IPO를 앞두고 비용 지출을 줄이고 내부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23일까지 주 2, 3, 4일 근무 선택 조건의 '파트타임' 쿠팡맨을 채용하면서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한편, 지난 12일 사내 메일을 통해 '7월 첫주 역대 주간 총거래액(GMV·Gross merchandise volume)이 최대치를 달성했다'고 자축하며 피자파티를 벌이고, 쿠팡맨들과 물류센터에는 특식을 제공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전자상거래 시장은 2015년 19%, 지난해 20% 등 구조적 성장세에 있기 떄문에 거의 모든 이커머스 업체들의 GMV는 사상 최대치를 늘 경신하고 있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니다"면서 "프리IPO를 앞두고 내부 단속부터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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