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전방위 압박에 어떤 카드 추가로 내놓을까
경찰·국토교통부·관세청·공정위, 등 갑질, 탈세, 밀수, 일감몰아주기 등 조사中
조양호 외장 사퇴 목소리도 커져…정의당 이정미 대표 "가족경영 포기해야"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퇴진에 앞장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돼
【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밀수 및 관세포탈 등의 혐의를 받고 있는 한진그룹 총수일가에 대한 관세청의 압수수색이 시작된 23일 오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전산센터에서 관세청 직원들이 압수품을 들고 나오고 있다. 2018.04.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갑질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조양호 회장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현아 현민 두 자녀의 일탈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며 이들을 퇴진시키는 사과문을 뒤늦게 발표했지만, 여론은 오히려 더 나빠지면서 조회장 자신을 포함한 오너 일가 전체가 그룹경영에서 손을 떼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을 비롯한 국토교통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한항공을 비롯해 한진그룹 전반에 대한 불법, 탈법을 조사해 압박 강도를 더해가고 있다.
조 회장으로선 이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추가로 수습 카드를 내놓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일각에선 경영 일선 퇴진을 거론하고 있지만 성급한 추측이란 반론도 여전히 만만치 않다.
2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이 발생한 이후 폭로된 각종 의혹에 대해 주요 국가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고 있다.
가장 먼저 나선 것은 경찰이다. 경찰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으며 이후 조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폭행, 폭언 논란을 조사 중이다.
이후 국토교통부는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대한민국 국민만 가능한 항공사 등기임원 지위를 2010년부터 2016년까지 6년동안 지낸 부분에 대한 조사를 실시했다.
관세청이 조사에 나서면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 모양새다.
한진그룹 총수 일가에 대한 갑질 사례가 끊임없이 폭로되던 중 이들이 조직적으로 탈세를 해왔다는 사실이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되자 관세청이 조사에 나선 것이다. 기업에 대한 조사로 범위가 확대된 셈이다.
관세청은 현재 총수 일가가 연루된 대한항공의 조직적이고 상습적인 탈세와 밀수 혐의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밀수와 관세포탈 혐의의 경우 유죄로 인정될 경우 관세법에 따라 관련된 이들은 징역형을 받을 수도 있다.
갑질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던 조양호 회장과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한진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의혹에 대한 조사를 나선 것도 심상치 않다. 공정위는 기내에서 판매되는 면세품 수익이 부당하게 한진그룹 일가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자 조양호 회장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는 중이다.
조 회장은 앞서 대국민 사과문을 통해 갑질 논란을 일으킨 두 딸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조치하는 한편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싸늘하다.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하더라도 결국 자녀 대신 자신의 측근을 부회장직에 앉혀 그룹을 좌지우지하겠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는 의견이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메일 사과나 두 딸의 경영일선 후퇴로는 무마될 수 없는 일이며 반드시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조 회장은 이번 일을 계기로 전문경영인을 도입하겠다고 했지만 꼼수는 안 통한다"며 "조 회장이 이들(직원, 투자자, 주주)에게 해야 할 진정어린 사과는 가족경영의 포기이고, 수사에 착실히 임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항공과 한진칼의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조 회장 퇴진을 위해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국민연금은 한진칼 지분 11.81%, 대한항공 11.67%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3대 주주인 한국투자신탁운용과 합칠 경우 지분율이 20%에 육박한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으로 움직여 조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 해임을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듯 국민연금도 한진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 청원게시판을 통해 한 청원인은 "대한항공 2대 주주 국민연금이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지는 데 왜 아무 말을 하지 않느냐"며 "국민연금이 제가 낸 돈으로 갑질하는 사람을 보호함에 따라 국민연금과 대한항공을 감사해야 한다"라고 촉구했다.
다른 청원인은 "일반 개인이 특정 상장사의 2대 주주만 돼도 주주총회의 안건에 대한 찬반만이 아닌 각종 경영 현안이나 문제점이 발생했을 때 이를 지적, 감시, 항의하는 것이 당연한데 국민연금은 사실상 그러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계속되는 자녀들의 일탈과 아내의 갑질 행태까지 연이어 터지면서 조회장으로서는 절체절명의 위기"라며 "국민들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 퇴진을 포함한 수습책까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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