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에 웃고, 김현미에 울고’...서울집값 어디로
【서울=뉴시스】박진희 기자 = 박원순 시장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4일 오전 청와대 세종실에서 열린 2018년도 제32회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차담을 나누고 있다. [email protected]
권대중 대한부동산학회 이사장은 5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김 장관의 구두개입이 박원순 발 서울 집값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올 가을 여의도를 중심으로 영등포, 마포, 동작, 사당 집값이 오를 것”이라며 “특히 여의도는 국토부와 관계없이 서울시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기 때문에 주변 지역 집값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원순 시장이 지난달 해외 순방중 통합개발 의지를 피력한 뒤 용산 집값은 7월 넷째주 큰 폭( 0.26%)으로 상승했다. 이어 지난주에는 강북의 은평구가 25개 자치구 가운데 가장 높은 집값 오름폭(0.43%)을 보이는 등 집값은 다시 불안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김현미 장관은 집값이 들썩거리자 8·2대책 1주년을 맞아 지난 2일 투기과열지구 추가지정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지만 권대중 이사장은 김현미 장관의 투기과열지구 추가지정 발언도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강남도 투기 과열지구로 지정돼 있지만 집값이 오르고 있는데 이 발언이 큰 영향을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 뒤 “토지거래허가구역, 주택거래신고지역 지정을 비롯한 더 강력한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이러한 투기수요를 잡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현수 단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시 고개를 드는 집값 불안을 정부 반시장 정책의 '업보'로 규정했다. 그는 “박 시장의 발언이 집값 상승 시그널을 준 면도 있지만, 정부 규제가 서울 집값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8.2대책이) 전반적인 투기 심리는 잡았지만 다주택자 규제 때문에 다주택자들이 지방에 있는 집을 팔고 서울에 집 한 채만 남겨둔다”며 “결국 8.2대책으로 수도권·서울 집값이 오른 셈”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의 발언은 정부의 반 시장 정책이 시장 불안을 키운 근본 요인이며, 박시장 발언은 이러한 불안에 불씨를 하나 던진 격에 불과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서울 아파트값은 재정개혁특위, 정부의 보유세(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잇달아 등장한 6월말 이후 상승폭을 다시 키우고 있다. 집값 불안의 온상 역할을 해온 서울 재건축도 지난달 말 상승반전한 이후 상승폭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양지영 R&C연구소 소장은 ‘박원순 효과’에도 불구하고 집값 상승이 탄력을 받기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양 소장은 “기대감 때문에 호가 위주로 많이 오르겠지만 매수자의 기대감은 매도자와 다르다”며 “개발이 언제 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하반기 리스크가 많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호가가 시세에 반영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집주인들이야 들썩이는 시장 분위기를 틈타 호가를 높일 수 있겠지만, 매수자들이 이러한 호가를 선뜻 받아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뜻이다.
양 소장은 지난 6월말 이후 서울 집값 상승폭이 커지고, 최근 인천·경기지역 집값까지 소폭 오른 것에 대해 “막연한 기대감 때문”이라고 추세적 상승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는 “이미 끝물인데 끝물에 수요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시장이 대세 하락기에도 불구하고 합리적 판단능력을 상실한 채 이른바 '비이성적 과열'에 휩싸여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강태옥 하나은행 부동산팀장은 “규제 정책, 금리 인상, 경기 침체 등을 봤을 때 주택 경기가 좋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4월 즈음 이미 주택 팔 사람은 팔고 증여할 사람은 증여하고 주택 임대할 사람은 사업자 등록해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4월 이후 거래량 자체가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에 소폭 오르는 매매가가 유의미하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강태옥 부동산 팀장은 이어 “10억 이상 올랐던 큰 장세는 지나갔고 그간 투자 못한 사람들이 호가만 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박 시장 발언으로 기대감 갖고 투자에 뛰어드는 건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거래 가뭄속에 한두건의 계약이 체결돼 매매가를 끌어올리는 '착시현상'에 휩쓸려 뒤늦게 매매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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