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 자동차협회 "경유차 수요억제책, CO2 증가 초래"
세계자동차협회에 무역갈등 해결 등 적극적 역할 촉구키로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ACEA 사무소에서 양측 자동차 산업 동향 점검과 환경·안전·노동 규제, 통상 현안 대응방안 논의를 위한 1차 정례회의를 가졌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과 에릭 요나어트 유럽자동차공업협회 사무총장 등 양축 관계자들은 이날 회의에서 양측 정부가 이산화탄소(CO2)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면서도 CO2 저감에 역행하는 정책을 병행 추진, 실제로는 최근 CO2 발생이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일관성 있고 실현가능한 CO2 규제정책 정립이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는 2020년 이후 차기 CO2 규제와 관련해, 2025년에는 2020년 배출량대비 15%, 2030년에는 2020년 대비 37.5% 감축목표를 제시하면서, 총 승용차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비중이 2025년 15%, 2030년 35%를 넘는 업체들에 대해서는 CO2 배출기준을 최대 5% 완화해주는 인센티브 정책을 도입하고 있다. EU는 이와 함께 경유차에 대한 수요 억제 정책도 도입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이에 대해 "친환경차보다는 가솔린차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CO2배출량이 오히려 증가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유럽내 승용차 평균 CO2 배출량은 2009년 145.8g/km에서 2016년 117.8g/km로 감소하다가 경유차 수요 억제정책 이후 경유차 수요가 가솔린차로 전환되면서 지난해 CO2 배출량이 120.5g/km로 증가했다는 것이 ACEA의 주장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유럽의회와 EU집행위가 현실보다는 정치적 고려에 의해 지속적으로 환경규제를 강화하면서 업계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면서도 온실가스 배출은 증가시키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비판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도 "최근 미세먼지 발생 억제를 위한 한국 정부의 차별적 경유차 정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주는 CO2 배출량을 오히려 증가시킬 우려가 있다"며 "기술중립적 규제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만기 자동차산업협회장은 "업계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화되고 있는 CO2 규제 정책이 향후 저렴한 인건비에 강점을 갖고 있는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및 한국시장 진출을 촉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릭 요나어트 사무총장 역시 "중국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중국 정부의 적극적 지원에 의해 확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저·무공해차 보급목표제 도입과 관련,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 제도가 CO2/연비 규제와 중복규제가 될 우려가 있어 중복규제를 회피하는 방안을 정부 측에 건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유럽의 경우 CO2 규제 틀 내에서 인센티브 제공방식으로 전체차량 중 일정비율만큼 저·무공해차 보급을 추진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한국도 벌금부과보다는 인센티브 제공 방식으로 저·무공해차 도입을 추진해갈 것을 제안했다.
양측은 수력발전이 주력인 노르웨이나 원자력이 주력인 프랑스의 경우 전기차 보급 확대는 CO2 저감 등 환경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반면 석탄발전이 주력인 중국 등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의 환경개선효과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 주목, 향후 친환경적 전기 생산에 대한 각국 정부의 노력이 확대돼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 했다.
양측은 능동안전과 자율주행 등 미래자동차 기술에 대해 각국이 글로벌기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각국 자동차협회간 협력과 세계자동차협회(OICA) 차원의 협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
통상문제와 관련, 양측은 미국의 무역확장법 232조, 미중 무역분쟁,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브렉시트 등 최근의 보호무역 기조는 특히 글로벌 밸류 체인(Value chain) 작동이 불가피한 자동차 산업에게도 적지 않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이러한 다양한 무역 갈등이 조속히 해결돼 자유무역과 국제 분업이 활성화되도록 공동 노력을 기울여 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측은 양 협회 차원을 넘어 OICA 차원의 적극적 역할과 정책투입기능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보고, 이러한 입장을 OICA측에 전달키로 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내년 3월 한국에서 개최되는'수소모빌리티⁺쇼'에 유럽 관련 업체의 참여를 요청했고 유럽자동차공업협회는 이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2차 회의는 내년 3월 한국에서 열린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