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대란' 대형버스업계도 연말 못 넘긴다(종합)
A고속, 연말께 요소수 재고바닥 위기 직면
화물차 기사들 "생계난 우려…차라리 운행 쉬기도"
고유가 겹쳐 '이중고'…건설현장도 '올스톱' 위기감
요소수 주입하는 차주 (사진=뉴시스DB) *재판매 및 DB 금지
[광주=뉴시스] 이창우 변재훈 기자 = 중국발(發) 요소수 품귀 사태로 전국 최대 규모의 운송버스 사업체와 화물차·건설 중장비업체 등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업체들은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 할 경우 조만간 산업·건설현장이 멈추는 최악의 상황이 우려된다며 정부의 발 빠른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특히 전국에 걸쳐 승객을 실어 나르는 A고속의 경우 요소수 재고물량이 연말께면 모두 바닥날 상황에 처해 긴급 수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버스 1000여대가 동시에 멈춰 설 위기에 직면해 있다.
9일 광주·전남지역 산업계 등에 따르면 경유 차량용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에 필요한 요소수 생산 가능 물량은 현재 11월분까지다.
전국적인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지난달만 하더라도 10ℓ 1통이 5000원 안팎이던 가격은 최근 치솟아 5만~6만 원대를 호가하고 있다. 이마저도 판매처를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화물차주들은 전국 화물차량 40만 대 중 60%가량 해당하는 24만여 대가 요소수를 주기적으로 보충해야 하는 경유차 배출가스 기준 EURO5·6에 해당한다며 '혼란은 불가피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울=뉴시스] 김명원 기자 = 전국건설노동조합 노조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건설기계 요소수 문제 정부 대책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11.09. [email protected]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의 수출용 자동차를 목포항으로 실어 나르는 5t 탁송 화물차량 100여대 중 SCR 저감장치가 장착된 차량의 경우 향후 요소수 수급이 정상화 되지 않으면 운행 중단 사태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기아차 광주공장 관계자는 "요소수 대란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는 하고 있지만, 현재 사안이 심각해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A고속은 요소수 확보 어려움도 문제이지만 가격 폭등까지 겹쳐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하소연이다.
A고속 관계자는 "기존에는 ℓ당 500원에 구매할 수 있었는데 어제 확인한 결과 가격이 300% 폭등해 1500원까지 치솟았다"며 "코로나19 장기화로 가뜩이나 어려운 마당에 요소수 대란까지 장기화 하지 않을까 걱정이 크다"고 우려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광주본부 관계자는 "현재 요소수 시세대로라면 차량 운임비 만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화물차주들 입장에선 차량을 운행하는 만큼 손해이고, 그렇다고 일손을 놓으면 당장 생계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 컨테이너 차량 기사는 "주유소에서는 단골손님만 요소수를 넣어주는 경우가 흔하다. 이마저도 금세 바닥이 난다"며 "전날 광양 모 주요소엔 입고 4시간 만에 요소수 1000ℓ가 동났다. 최소 10ℓ씩만 넣는다고 해도 100대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또 "화물 운송 기사들끼리 모인 사회관계망 서비스(SNS)에 최근 경남 사천휴게소 상·하행선에 요소수가 들어왔다는 소식이 공유되자 기사들이 몰려들어 휴게소 진입로까지 긴 줄을 늘어섰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10ℓ 기준 1만5000원~2만 원, 개인 주유소는 3만~5만 원까지 가격이 뛴다. 리터당 가격으로 따지면 유류비보다 비싸다"며 "가뜩이나 고유가로 힘든데 세제 인하에 따른 유가보조금·운임도 줄어 다들 힘들어 한다. 그나마 안전운임제 적용이 되는 차종을 제외하면 운행을 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해 많은 기사들이 쉬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또 다른 화물차 기사는 "요소수 투입 차량 차주들은 모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미리 사 놓은 사람들끼리 나눠 쓰기도 하고 판매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품귀 현상이 장기화되면 화물차가 멈춰설 수밖에 없다. 물류 대란 현실화는 이제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건설 현장도 언제 멈출지 모르는 위기감에 휩싸였다.
한국노총 소속 건설노조 관계자는 "덤프트럭, 카고크레인 등 건설 중장비에 요소수를 보충해야 한다. 요소수 주입 주기가 다가오는 기사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에 대한 근심이 크다"고 했다.
민주노총 소속 건설기계 노조 측은 "외진 건설 토목 현장으로 가면 요소수 판매처가 1~2곳 있는 수준이다. 10ℓ당 6000원이던 요소수가 싸게 사봐야 3만원, 최대 6만원까지 호가한다. 이마저도 한 번 보충하면 500㎞ 정도 주행할 수 있다. 덤프트럭은 보통 하루 200㎞를 운행하니 사흘가량이면 다시 보충해야 한다. 다음주가 되면 '현장이 멈추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조합원 사이에서 크다"고 밝혔다.
경유 승용차 운전자들 사이에서도 지역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판매처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요소수를 판매하는 주요소 상호를 공유하는가 하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해외 직접 구매 방법을 알아보고 있다는 이도 있었다.
광주 지역 한 커뮤니티에선 요소수 품귀 우려가 나온 지난달 말부터 전날까지 요소수 관련 문의 글이 꾸준히 4~5건씩 게시되고 있다.
한편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되면서, 지난 2015~2016년 사이 출고된 모든 경유차량은 요소수를 넣어야 운행이 가능하도록 의무화됐다. 요소수가 부족해지면 아예 시동이 안 걸린다.
일반적으로 경유 승용차의 경우는 1만5000~2만여 ㎞ 마다 한 번 정도 넣어주면 되지만, 화물차는 수백 ㎞ 운행 시 마다 요소수를 반드시 보충해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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